일본 우익, 좋다 말았네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5.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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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현실주의 외교로 중국 끌어안기 나서…힐 주미대사도 막후에서 중요 역할

 
지난 2월10일 북의 핵 보유 선언은 미국 내부의 세력관계와 동북아 국가 관계를 격동시켰다.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네오콘의 대부 체니 부통령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미국 군부와 손잡고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 즉 미·일 동맹을 강화해 북·중 동맹에 맞서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일본 우익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이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시 2기 북핵 해결의 과제를 짊어진 그녀에게 2·10 선언 이후의 상황은 곤혹스러운 것이었다. 기껏 외교 무대에서 밀어낸 체니와 네오콘의 망령이 되살아났고, 이를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여기서 그녀의 현실주의가 빛을 발했다. 그는 한·중·일 방문에 앞선 지난 2월19일 미·일 외무·국방 장관 회담(2+2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 강화론을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 압박용 카드로 활용한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중국측에 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다하면, 미·일 동맹을 군사적으로 격상시키지 않겠다”라고 다짐한 것이다. 자신이 워싱턴과 일본에서 펼친 ‘일본중시론’은 협상용이며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경우 중국과의 협조 관계를 지속해 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이 일본의 최근 준동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며, 오히려 북한 설득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내막이 숨겨져 있다.  북핵 문제의 향방에 따라 일본 우익들이 헛물을 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일단 숨통을 열었지만 그 일을 마무리 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 대사다”라고 지적했다. 라이스 장관이 한·중·일을 순방할 때 힐 대사는 동아태 차관보 자격으로 라이스 장관을 수행했고, 그 이후 중국과의 막후 협의를 진두 지휘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에 힐의 사람들이 파견되어 있었고, 베이징·서울·워싱턴을 잇는 막후 교섭이 긴박하게 전개됐다”라고 워싱턴 소식통은 전했다. 이제 1라운드 게임이 끝났기 때문일까. 동아태 차관보 인준 이후에도 서울에 버티고 있던 힐 대사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주 워싱턴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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