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체제 당분간 지켜야 한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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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 인터뷰/“행정도시는 절대 반대” “한나라당 당권·대권 분리는 당연”

 
이명박 시장과의 인터뷰는 당초 3월3일에 잡혀 있었다. 하지만 바로 전날 행정도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한나라당이 후폭풍에 휩싸이자 이시장측은 인터뷰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한나라당 내분에 행여 기름을 끼얹는 것 아닌가 우려해서다.
하지만 하루 늦추어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시장은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속내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냈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 덕분인지 분위기는 사뭇 ‘업’ 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실제로 그런가? 위험 수위네…. (웃음) 내가 2년 이상 일만 했는데, 그 사이 국민들이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본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뤄가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한편, 다른 지도자와 다르다는 걸 인식하는 것 같다. 청계천 복원, 교통체계 개편 등이 처음에는 다 반대가 높지 않았나. 하지만 계획대로 되고 결과적으로 좋아지면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모양이다.

드라마 <영웅시대>가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도 있다. 탤런트 유동근씨가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도 있고….
내가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웃음) 사람들이 ‘실제 저랬을까’ ‘미화됐겠지’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실제 있었던 일의 절반 정도만 드라마에 반영된 것 같다. 특히 권력에 대드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것 같은데, 대학 시절 ‘운동권 경력’이 도움이 되었다. 그 당시 정의감이 있었다. 현대 시절에는 권력이 싫어하는데도 조선·동아 해직 기자들을 홍보실에 채용하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 면전에서 ‘운동권 출신 실업자들을 대기업에서 뽑자’는 얘기를 했다가 ‘이회장께서는 아직도 학생회장 기분을 가지고 계시는군요’라는 면박도 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이 5·16 수제자라고 했는데, 야당 대변인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여당 대변인이 그렇게 치고 빠지려고 하면 되겠나.

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장을 상대로 한 <시사저널> 조사(제800호 게재)에 따르면, 박근혜 대표보다 이명박 시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리라는 응답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솔직히 부담이 된다. 그만큼 견제가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드라마(<영웅시대>)가 중단된다든가, 여당 대변인이 5·16의 수제자니 하며 사실 관계가 다른 얘기를 연 사흘씩 발표한다든가, 대통령 후원회장(이기명씨)이 비판 글을 올린다든가 하는 것이 다 나를 경쟁 상대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행정도시법 갈등으로 박근혜 대표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있다.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이런 고비를 잘 넘기면 리더십이 다시 살아난다. 리더십이란 평소에는 안 나타나다가 위기에 드러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한다고 보는가?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 배타적으로 하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똑같은 사람들만 모이면 과거식 보수 정당이고 군사 정권 때 정당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안에서 ‘물러가라 나가라’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실, 박대표도 이회창씨에게 당권과 대권을 나누라고 주장했다가 안 되니까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것 아닌가. 당 대표는 오너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위기 때는 포용해야 한다.

행정도시법 반대파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당이 어려울 때니까,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지도자는 자기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 장관들 사이에서도 임명권자가 좋다고 하면 그대로 있는 경우가 있는데,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정세균 대표가 ‘과거사법과 딜했다’ ‘박대표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데, 여당이 한나라당을 분리하는 전략을 쓰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럴 때는 흉허물을 덮고 힘을 모아 남과 먼저 싸운 후, 그 다음에 내부 책임을 물어야 발전한다.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박대표가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얘긴가?
당분간 박대표 중심으로 당을 수습해야 한다. 당직이나 국회직을 그만두겠다는 사람에게 그만두라고 하는 것도 나쁜 것이다. 극단적으로 가면 지도자의 품성이 아니다.

당 혁신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박대표가 조기 퇴진하고 올 7월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대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상적으로 하면 박대표 임기(2006년 7월)가 끝난 다음부터 하는 게 순리인데, 문제는 지방 선거 공천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 당권파도 과거에는 비당권파였다. 당권·대권 분리는 박대표가 찬성했던 사람이니까 쉽게 납득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정하게 (여당 내) 후보를 결정하는 일인 것처럼, 당권파도 선거를 앞두고 그렇게 해야 한다.

행정도시법 반대파가 이시장과 가까워서 저런다는 해석도 있다.
가까운 사람도 있고, 거리가 먼 사람도 있다. 그런 오해가 있어서 전화 한 통 못했다. 하지만 내가 수도권 이전을 반대하는 데는 뚜렷한 명분이 있다. 국가 균형 발전이나 충청권 발전이 필요하다는 전제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방법에 차이가 있다. 여당안은 정략적이지만 우리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기업도시, 과학도시 안은 진정성이 있다. 포항 울산 창원처럼 행정도시가 아니라 기업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수도를 나누는 것은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쁘다. 이해찬 총리도 불편하리라는 것을 인정했다.

일단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또다시 위헌 소송으로 가는가?
위헌 소지가 있으면 돌려야 한다. 법률적 지식은 없지만 이번 여야 합의도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위헌 판결 때 만세 불러놓고 이번에 또 야합했다.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다. 지도자가 어제 오늘 다르면 신뢰를 잃는다. 서울시는 헌법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하지만 졸속으로 한 사항이니까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손학규 지사도 돌아섰는데, 이시장만 반대하는 것은 대권을 위해 수도권을 볼모로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다 정치적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명분이 뚜렷하고, 그래서 ‘내가 충남지사였어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면 충청표를 잃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문제는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기에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다. 행정수도를 옮기는 돈이면 청년 실업자 100만명은 구제할 수 있다. 남북 통일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30년까지 이주를 마치게 되어 있는데, 그때쯤 통일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통일은 가까이 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기 때문에 걱정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수권 정당으로 가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가?
당에 대해 세세하게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국민이 보기에 현재 한나라당은 불안감을 준다. (한나라당이) 국가를 위한다기보다 개개인의 이해 득실과 인기를 더 따지는 것처럼 비친다. 지도자는 때로는 인기가 없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개편도 인기에 영합하려 했다면 못했을 것이다. 서울시 기록을 보니 역대 시장들이 다 한번씩 교통체계에 손을 대려고 했다가 결국 반대 여론 때문에 포기했더라. 이번 행정도시 반대로 충청도표 못 얻는 것 안다. 하지만 찬성했다고 충청도로부터 신뢰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회주의자로 보이지. 한나라당은 숫자에 밀리더라도 여당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이면 안 된다.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가 최근 펴낸 책에서 이시장이 ‘성공 신화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동의하는가?
그 책을 봤다. 일면식도 없고 전화 한 통 없었는데, 자료만 보고 쓴 걸로는 꽤 진지하게 분석했더라. 하지만 성공한 만큼 좌절도 많았는데 그 대목은 다 빠지는 바람에 성공만 부각되어 있다. 나는 늘 두려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이 연구한다. 아마 내 위치에서 청계천 밑바닥을 다 답사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중지도에 오페라 하우스 짓겠다는 것도 갑자기 나온 계획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한강 한가운데 있는 좋은 땅을 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다음엔 그런 쪽도 써주었으면 싶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인상이 좋지 않다는 사람도 많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모를까, 장가도 가고 애도 낳았는데 뭘..(웃음) 차갑게 보인다, 날카롭게 보인다면서 자주 웃으라기에 국정감사 때 웃었더니 왜 웃느냐고 핀잔을 주더라. 텔레비전으로 보면 더 날카롭게 보인다고 해서 실물 보이러 많이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관상보다 마음의 상이 더 좋다고 한다.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다. 주위 사람들은 나보고 여리다고도 한다.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여린 게 나다.

역대 대선 때마다 민주화-정권 교체-세대 교체 같은 시대 정신이 있었다. 다음 대선의 시대 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일 필요한 게 화합이다. 역대 정권은 분열을 통해서 이익을 취했다. 지금도 수도권과 충청권을 분리하는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남과 북, 동과 서가 분열해서는 경쟁에서 낙후된다. 다음 선거가 지역과 세대가 분열하는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다. 나는 충분히 지역 감정을 없앨 수 있다. 기업 총수로 있을 때, 영남 위주 회사, 호남 위주 회사가 있었는데, 현대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부사장 네 사람을 뽑는데, 뽑고 보니 호남 출신이 셋, 서울 출신이 한 명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이회장이 군산 출신이라더니 맞는가 보다’ 그런 소문도 돌았는데, 순전히 능력으로 뽑았다. 경찰청장이 영남이니 검찰총장은 호남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 안배를 하면 그게 오히려 지역 감정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그것을 없애야 한다. 경제 마인드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곧 경제다. 청년 실업이 늘고 50, 60대가 일자리 없으면 결코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고 건 전 총리가 차기 주자감 1위를 달리는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임 시장에 대해 말하는 건 정말 힘들다. 정치권이 하도 욕을 먹으니까 정치권 밖에 있는 게 플러스 아닐까?

지난 3년간 서울시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둔 대목이 무엇인가?
공직자들에게 경영 마인드를 심는 것이었다. 예산 절감, 대민 봉사를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가 늘 개혁 과제에 오르는데, 그동안 공무원들은 늘 관료적 발상 안에만 머물렀다. 이를테면 서울대공원에 1년에 7백만명이 오는데, 6백만명이 주말 손님이다. 그런데 대공원 소속 공무원들은 2백50명이 다 주중에 근무하고 일요일에는 당직과 자원봉사자에게만 맡긴다. 그래 놓고 서비스 질을 높일 방법을 찾는다면 말이 되는가. 지금은 평일에 쉬고 주말에 근무하는 쪽으로 체제를 바꿨는데, 고객이 많을 때 서비스를 잘 하는 게 경영 마인드의 기본이다. 예산 편성도 조금만 바꾸었는데 7천억~8천억 원을 절감했다. 공무원들이 우수한데, 명령에만 익숙해 있지 창의력은 부족하다. 창의력을 발휘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인데, 그건 다 지도자가 잘못해서다. 일하다가 실수해도 승진시키고, 알아서 변화를 챙기게 했더니 이제는 경영 마인드가 몸에 배었다. 시장이 떠나도 그 마인드가 유지될 것이다. 중앙 정부처럼 주입식으로 혁신하면 안 된다.

차기 서울시장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되더라도 경제 마인드는 유지해야 한다. 시정은 정치라기보다 행정이기 때문에 효율·생산성·공익·봉사 개념을 아우르는 사람이 와야 한다. 서울시민의 기대가 그렇다. 정치인 중에서도 그런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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