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야, 야구야? ‘이종교배’ 희한하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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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즐거움 찾는 이색 ‘퓨전 스포츠’

 운동은 놀이이자, 패션이다. 운동이 운동 효과만을 위한 것이라면 영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색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남다른 것에 대한 욕망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종목과 종목을 합치거나, 약간의 변화를 꾀해 탄생하는 퓨전 스포츠. 이색 운동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가본다.  
 

 
테니스공 야구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4월3일 서울 강동구 명일중학교 야구장.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 30여 명이 몸을 풀고 있다. 야구 유니폼에 배트와 글러브. 그런데 투수가 던지는 공이 노란색이다. 테니스공이다. 그러고 보니 마운드와 홈의 거리도 조금 짧고, 베이스 사이의 거리도 가깝다. 테니스공 야구이다. 

  연배가 조금 있는 사람들이라면 말랑한 정구공으로 하던 ‘찐볼’이라는 야구를 기억할 것이다. 야구와 비슷한 규칙을 갖고 있으되 딱딱한 정식 야구공이 아닌 테니스 공을 쓴다. 그렇다고 얕보면 안된다. 팀에서 가장 신참이라는 한 선수는, “야구보다는 쉽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웬걸,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니스공 야구는, 그 매력을 인정받아 서울에만 32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정규 리그전이 진행되고 있다. 주관 단체는 한국테니스공야구협회(KTBA). 몇 년 전부터 팀이 급속히 늘어나 두 개의 리그전을 마련해야 했다. 2월 말 리그전이 시작되어 8월 말까지 매주 일요일 공식 경기가 열린다. 하루 두 경기가 진행되며 공정성을 위해 제3의 팀에서 심판이 파견된다. 4월 중순인 현재 양 리그에서 모두 8연승한 팀이 나올 정도로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이날 경기는 강동구에 연고를 둔 게리온스와 강남 연고팀인 파워선즈의 대결이었다. 

  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게리온스팀의 김승원씨에 따르면 요즘 부쩍 사람들의 관심이 늘었다. 야구보다 편하면서, 야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공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 

   일단 경기 장소를 구하기 쉬워 팀 활동이 편하다. 야구공에 비해 덜 날아가고 파괴력이 약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기가 편하다. 규칙상 변화도 있다. 우선 ‘데드볼’이 없다. 맞아도 덜 아프기 때문이다. 진루를 위해서는 포 볼이 아닌 파이브 볼을 골라야 한다. 처음에는 여섯 개였다. 점차 선수들 실력이 좋아져 다섯 개로 줄였고, 목표는 야구처럼 포 볼이 되는 것이다. 

  선수는 20대에서 30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인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경수 소위는 클럽 활동 4년째이다. 군인이라면 부대에서도 운동을 할 기회가 적지 않을 터. 함께 모여하는 재미에 푹 빠진 탓에 서울 강동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도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리그전 경기에 출장한다. 외국인 선수도 있다. 활동을 원하면 자신의 거주지를 연고로 한 팀에 문의를 하면 된다. 공식 카페는 한국테니스공야구협회(cafe.daum.net/KTBA)  이다.

 

그라운드 골프와 프리테니스  

  두 종목 모두 일본에서 생활 스포츠로 개발되었고, 한국에서는 보급 초기 단계이다. 그라운드 골프는 게이트볼과 골프의 장점을 합쳐 만들어졌다. 일본 도토리현에서 1982년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충청도 음성에 가장 먼저 보급되었다. 일본과 가까운 제주도와 경상도에서 즐기는 인구가 가장 많고, 충청권과 서울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자발적인 흐름이 모여 지난 2월에는 전국그라운드골프연합회가 출범했다. 이미 제주와 충청 지역에서는 일본, 대만 등과 친선 교류전을 갖는 등 움직임이 꽤 활발하다. 

  지난 4월4일 광진구 구의 공원에는 20~30명이 한 코트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8개의 골 포스트가 코트를 가득 메웠다. 서울에서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광진구그라운드골프 협회 김진원 회장 외 회원들과 광진구 보건소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광진구는 서울에서 그라운드골프가 가장 먼저, 그리고 빠르게 보급된 곳이다. 

  김진원 회장은 게이트볼 예찬론을 편다. “게이트볼은 노인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상대와 싸우는 성격이 있다. 또 골프는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골프장을 찾아가야 하고 걷는 거리도 너무 멀다. 그라운드 골프는 홀대를 갖다 놓으면 어디나 경기장이 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라운드골프는 생활 스포츠로 개발된 종목 답게 편의성이 돋보인다. 잔디밭도 좋고, 흙바닥에서 즐기는 것도 나무랄 데 없다. 코트 안에서 여러 팀이 경기해도 불편하지 않다. 땅을 파 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둥그런 원형 틀 안에 볼이 들어가면 골로 계산하므로 편리하다. 

  운동량이 많지 않으면서도 재미가 있다. 체력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노인층에게 인기이다. 격렬하지 않으면서도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프리테니스는 그라운드골프 보다도 더 최근에 시작된 종목이다. 연식테니스의 10분의 1종도의 코트에서 할 수 있는 테니스 스포츠의 일종.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탁구와 테니스를 합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라운드 골프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생활 체육 종목으로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구시생활체육협의회가 최근 도입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는 중이다. 

  대구 프리테니스연합회 오영택 부장에 따르면 일본이 테니스 카운트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탁구 카운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리테니스는 지방에서 먼저 보급되기 시작했다. 탁구채보다 두 배 가량 큰 라켓을 이용한다. 테니스가 운동량이 너무 많고  자칫 테니스 엘보우에 거리는 등 체력이 웬만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데 비해 프리 테니스는 휠체어를 타고도 경기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지난해 대구에서 시범 경기가 치러졌다. 수도권에서는 김포 생활체육협의회에서 유일하게 대중 강습을 하고 있다. 수강생은 40여명. 생활체육지도사 정광렬 씨는 “종목이 낯설어 지원자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열기가 높다”라며 쉽게 퍼질 수 있는 종목이라고 추천한다. 
 

 

독특한 것을 원한다면 파워라이저

 
  파워라이저는 (주)파워라이저가 2001년 레저스포츠기구를 만들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힘과 스피드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고공점프의 스릴과 재미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특수 제작된 스프링이 사용자의 체중으로 인해 구부러졌다가 펴지면서 뛰어오를 수 있게 된다. 최고 2.5미터까지 오를 수 있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과거 아이들이 즐기던 ‘스카이 콩콩’ 을 연상하면 되나 쾌감의 폭은 비교할 바가 못된다는 것이 동호회 회원들의 소감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동호회 시삽 김정근씨는 귀띔한다. 실제 지난 4월 초 한 대학교의 농구 코트에 김씨 일행이 나타나자 운동을 즐기던 대학생들은 이들의 묘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일명 ‘캥거루 신발(신발의 굽 모양이 캥거루를 닮았다)’을 신은 김정근씨는 성큼성큼 비탈길을 올랐다. 일행이 줄넘기로 하늘을 가르자 오가던 이들이 길을 멈췄고, 김씨가 농구 코트에서 덩크 슛을 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파워라이저의 탁월한 점핑 능력은 누구나 덩크 슛의 귀재로 만들 만했다.                 

 
마사지 짐볼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커다란 공처럼 보인다. 아니, 우주로부터 날아온 식물의 씨앗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름 65cm짜리 마사지 짐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공은 쓰면 쓸수록 기특하다. 용도도 다양하다. 우선 텔레비전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깔고 누우면 저절로 운동이 된다. 특히 뱃살을 빼려는 여성들에게 효과적이다. 공의 한쪽 측면에 누어서 팔을 위로 뻗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몸의 균형감과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등으로 짐볼을 굴리거나, 다리로 굴리면 마사지 효과가 나타난다. 업체에서는 짐볼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하루에 10분씩, 두세 차례 짐볼에 몸을 굴려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맨살이나 피부가 많이 들어나는 옷은 금물이란다. 자칫 잘못하면 찰과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가격 1만9천9백원.

 
부메랑

 30,40대 남성들에게는 만화 영화 <마린보이>와 부메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어린 시절 둥글거나 V자 형태의 부메랑을 던지며 강아지처럼 폴짝거리던 추억도 있다. 꿈이 현실이 되듯, 그 부메랑이 멋지게 운동 기구로 부활했다. ‘부메랑 4종 세트’의 부메랑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모양이 다르면 당연히 하늘을 나는 모습도 다르다. 볼록하게 구부러진 부분을 안쪽으로 오게 한 뒤, 날개 한쪽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수직으로 날리면 최대 50m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부메랑의 아름다움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 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손에 쥐면 남녀노소 누구나 던지고, 잡고, 뛰고, 깡충거리게 만드는 것도 부메랑의 매력이다. 요즘처럼 봄꽃이 만발한 들녘에서 부메랑을 날리면 전신 운동도 되고 정신 운동도 된단다. 가격 1만원.
  
 
트윈팡

 얼핏 보면 오래전에 시골에서 참새를 잡을 때 쓰던 덫을 닮았다. 사진만 놓고 보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트윈팡이라는 이름도 특이하다. 도대체 무엇이지? 정체를 알아보니 놀랍게도 훌라우프다. 여느 훌라우프처럼 허리에 감고 돌리면 두 개의 링이 허리와 배,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골고루 자극해 살이 빠진다. 특히 배와 허벅지가 퉁퉁한 여성들에게 효과 만점이다. 훌라우프 속에 5백g짜리 플라스틱 추를 넣어서, 30분 동안 빙빙 돌리면 조깅 10km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단다). 진화를 거듭하는 훌라우프의 모양을 보면 현대 여성의 고민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거리에 나서면 그 말이 거짓만은 아닌 듯하다. 가격 3만6천 원.

 
세발 트라이크

 핸들만 보면 틀림없는 자전거다. 그런데 세 개의 작은 바퀴가 달린 바닥을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타본 사람들은 세 개의 바퀴가 어찌나 잘 미끄러지는 마치 땅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 같다고 말한다. 포장도로에서는 최고 22~25km로 달리고, 평상시에는12~16km쯤 속도를 낸다. 요즘같이 따스한 날, 강변 조깅로에 나가 푸릇푸릇한 새싹을 보며 달리면 더없이 상쾌할 듯. 너무 빠르다고 막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두 개의 뒷바퀴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서 언제든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도 두세 시간만 배우면 탈 수 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물론 헬맷 등 보호 장구 착용은 필수다. 가격 4만3천원.   

 
캥구점프

 캥구점프(캥구)는 ‘굽’이 높아 마치 늪을 건널 때 신는 신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신발은 스위스의 한 스포츠 용품 업체가 달리기나 조깅의 단조로움에 싫증난 사람들을 위해 발명했다. 수입·판매업체 (주)케이엠지에 따르면, 캥구는 미국 항국우주국(NASA)이 인정한 스포츠 용품이다. NASA 연구진이 캥구를 ‘지금까지 사람이 개발한 운동 중에서 가장 능률적이고,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즐거운 운동’이라고 추켜세웠단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불안정해 보이지만, 충돌 충격을 최대 80%까지 흡수해서 넘어질 염려가 거의 없다. 실내외에서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고, 빠르고 건강하게 지방을 줄여주고, 지구력을 늘려주고, 심혈관계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고, 뼈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가격 26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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