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 손씻기 운동
  • 이문재 취재부장 (moon@sisapress.com)
  • 승인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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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손이 말썽입니다. 한 정치인이 오른손 검지를 자른 이유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단지(斷指)의 진실’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오는 6월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범국민 손씻기 운동본부’를 발족한답니다.

지난 개발 연대 때, 겨울철 초등학교에서는 이른바 손 검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손가락 마디와 손등에 새카만 때가 끼어 있으면, 선생님에게 혼이 났습니다. 국가적으로 손씻기 운동을 벌인다니까, 대뜸 1960년대 학교 풍경이 떠오릅니다.

근대화·도시화는 개인들이 위생 개념을 육화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도시적 삶은 세균이나 벌레의 침입을 결코 허용하지 않습니다. 도시화가 숨가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도시가 자연을 대체하고, 자연은 낯설고 불편한 그 무엇으로 돌변한 이때 ‘1830 손씻기 운동’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1830은 하루 여덟 번, 한 번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뜻입니다. 질병의 70%가 불결한 손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손 씻는 요령도 제시됩니다. 흐르는 따뜻한 물에 손과 팔뚝을 적시고, 팔꿈치까지 깨끗이 씻습니다. 한 손바닥으로 다른 손등을 닦고,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까지 청결히 한 다음 비눗기를 완전히 없애라는 것입니다.

손을 씻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 앞에서 도시적 삶의 허약함이 새삼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국민이 손 씻는 법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손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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