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한 가족 재산 재기 발판 될까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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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아도니스 골프장 등 잇달아 고유 재산 인정 아들들 중심으로 사업 확장 계속

 
“여기 골프장이 서울에서 좀 멀긴 해도 시설이 좋아서 자주 온다. 코스 난이도가 높아 초보보다는 골프를 좀 할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다. 그리고... 이 골프장 김우중씨 부인꺼다.” 6월8일 경기도 포천시 북쪽 신북면에 자리 잡은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은 평일이지만 중년 골퍼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형 스핑크스와 거대 조각상으로 꾸며진 골프장은 고급스러워 보였다. 서울 강북에서 부부동반으로 이 곳에 온 한 회원(멤버십)은 아도니스 골프장이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며 ‘김우중씨 부인 골프장’이라고 소개했다.

1999년 개장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은 김우중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인데, 지난 3월 초부터 김우중씨 차남인 김선협씨가 사장으로 있다. 비록 서울에서 2시간 가까이 떨어진 곳이지만 65만평 대지에 27홀이 있고 투자비만 1천5백억 원 가량 든 비싼 골프장이다.

김우중씨 귀국 소식과 함께, 아도니스 골프장처럼 김우중씨 가족이 소유한 재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우중씨가 귀국을 결심한 시점이 이들 가족 재산에 얽힌 재판이 끝나가는 시점과 겹친다. 김우중 일가 재산은 ‘김우중 재기 프로젝트’의 주요 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도니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주)아도니스는 대우 계열사였던 (주)대우레저개발의 후신이다. 최근 아도니스사는 열심히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골프장 광고도 늘리는가 하면, 골프장 입구 건너편에 아도니스호텔을 완공해 6월24일 개관할 예정이다. 아도니스호텔은 5층(지하 1층) 71실 규모의 골프텔이다.

6월8일 아도니스호텔 주변은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포천시청 건축과 직원들이 나와 설계도면을 들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현장 소장 최영호씨는 “2002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공사비는 80억원쯤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우맨이었다. 최소장은 “이제 나는 대우그룹과 상관은 없지만, 김우중 회장의 공과가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오늘날 우리 경제는 중동에서 모래바람 맞으며 희생했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아도니스호텔 시공사는 대창건설인데, 현장 소장은 “대창건설과 대우그룹은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창건설의 모기업인 대창기업은 대우그룹의 과거 계열사로서 김우중 회장의 형이었던 김관중씨가 회장으로 있었다.

대창건설은 아도니스호텔 외에도 호텔 오른편에 사우나장과 수영장을 짓고 있었다. 라인이 없는 소규모 수영장이라고 하는데  2006년 2~3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그밖에 호텔 주변에는 사우나·유아 놀이방·미술관 시설이 들어선다. 호텔 왼쪽에는 기업 연수원이 들어설 부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주)아도니스 관계자는 “경기 북부 일대에 마땅한 호텔이나 연수원이 없다. 서울에서 거리가 멀다보니 골프 치고 나서 하룻밤 묵을 호텔이 필요하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거제도에서도 28만평 규모 골프장 건설

(주)아도니스가 최근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은 최근 끝난 재판 결과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05년 3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도니스 골프장이 김우중씨가 신탁 명의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고유 재산이라고 판결했다. 자산관리공사는 2002년 12월 이 골프장이 김우중씨의 은닉 재산이라며 소유권확인청구소송을 냈다. 자산관리공사는 골프장 매입금이 김우중씨 계좌에서 나왔고, 대우그룹 계열사가 회원권을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김우중씨 가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에 승소함으로써 김우중씨 가족은 한시름 놓고 골프장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차남 김선협씨가 사장에 취임한 것이 이 때였다.

 
최근 법원은 잇달아 김우중씨 일가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4월14일 서울고법은 김우중씨의 장녀 김선정씨가 보유하고 있는 이수화학 주식 22만5천3백88주에 대해서도 김우중씨의 은닉 재산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자산관리공사는 1심에서는 이 주식들이 김우중씨 것이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패소해, 올해 들어 연이어 김우중씨 일가에 졌다.

(주)아도니스는 김우중씨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필코리아리미티드(필코리아)라는 회사의 지분도 18.59%를 가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필코리아는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개발이 이름을 바꾼 회사다. 현재 필코리아 주식의 90.4%는 퍼시픽 인터내셔널이라는 정체 불명의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퍼시픽인터내셔널은 조세 회피 지역인 케이만 군도에 본점을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퍼시픽인터내셔널은 김우중씨 일가가 움직이는 페이퍼 컴퍼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필코리아 역시 김우중씨 일가의 회사인 것이다.

 
필코리아는 아도니스 골프장 외에도 경남 안양에 있는 에이원 골프장 지분 49%를 가진 거대 회사다. 에이원 골프장은  1년 매출이 1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골프장이다. 에이원 골프장의 지분 49%는 아도니스사가 보유하고 있다. 필코리아는 그 밖에 경주힐튼호텔을 위탁 경영하고 있으며,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을 수탁 경영하고 미술관·기숙사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힐튼호텔 23·24층은 필코리아가 장기 임차 중이다. 이 23·24층은 김우중 회장 복귀에 대비해 마련해둔 임시 사무실로 알려져 있다.

필코리아의 2005년 3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는 (주)월드투어 지분 50%와 (주)로이젠 지분 25%를 인수했다. 로이젠은 거제 장목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다. 대우조선소 근처 관광타운에 들어서게 될 거제 장목 골프장의 규모는 28만평 18홀이다. 로이젠의 임원 구성은 다른 김우중씨 일가 기업과 비슷하게 겹친다. 거제 장목 골프장이 들어설 거제도 땅은 원래 지성학원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지성학원은 김우중씨 부인 정희자씨가 소유한 사학 재단으로 대우초등학교·거제중학교·거제고등학교가 지성학원에 속한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인 2000년부터 필코리아의 등기이사 명단에는 키티 타나키탐누아이라는 태국인이 보인다.  타나키탐누아이 씨는 베트남에 있는 노블베트남이라는 건설회사의 대표이사다. 노블베트남은 하노이·다낭·호찌민 등에서 건설업을 하는 회사인데 실질적으로 김우중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선용씨가 운영하고 있다.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의 지명도가 높은 베트남을 발판으로 재기를 다지고 있으며 최근까지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었다.

종합해 보면 김우중 일가는 필코리아를 중심으로 아도니스·로이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우중씨의 부인인 정희자 여사는 공식으로는 필코리아의 등기이사가 아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으로 통한다. 정희자씨는 그동안 와병을 이유로 언론 접촉을 거절해오다가 지난 6월8일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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