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테이크 아웃’ 미디어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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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의 책] <훤히 보이는 DMB>/알쏭달쏭 신매체 알기 쉽게 풀이

 
“DMB가 뭔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디지털 미디어 방송이다. 휴대전화나 PDA같은 이동형 단말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음악과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인터넷을 연결해 날씨나 교통 상황 조회, 물품 구매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간섭 없이 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상파 DMB와 위성 DMB의 차이는?”
“둘은 기술 방식과 서비스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땅 위의 송신탑을 사용하는 지상파 DMB는 공중파 텔레비전처럼 무료지만, 인공위성을 사용하는 위성 DMB는 유료다. 공중파 방송과 위성 방송의 차이와 비슷하다.”

“DMB는 다른 나라에서도 하는가?”
“위성 DMB는 우리 나라가 세계 최초로 지난 5월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MBCO가 2004년 10월 말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휴대전화 겸용 단말기가 아닌 차량 장착용 단말기로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테이크아웃’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개인 미디어로서의 이동 휴대방송은 한국의 위성 DMB가 처음이다. 지상파 DMB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DMB 동영상의 질은 텔레비전보다 나은가?”
“DMB는 최대 7인치 크기에 맞춰져 있다. 화면은 작지만 아날로그 텔레비전보다 화면이 깨끗하다. 디지털 방식이어서 지지직거리는 일도, 화면에 ‘비가 내리는’ 일도 없다.”

“DMB로 서라운드 음악을 들을 수 있나?”
“FM 라디오보다 뛰어난 CD 수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미 개통한 위성 DMB에는 20개 이상의 음악 채널이 있어서 취향에 따라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DMB를 라디오의 부활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의 라디오나 텔레비전 수상기로 DMB를 보고 들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

“위성 DMB로 지상파 DMB를 듣거나 볼 수 있나?”
“불가능하다. 둘은 기술 방식과 사용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수신기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물론 통합 수신기가 개발될 수는 있다.”

이상은 DMB에 관한 일반적인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꾸며본 것이다. 질문의 정답은 <훤히 보이는 DMB>(박창신 지음, u-북 펴냄)에서 따왔다. 이 책은 DMB와 와이브로 등 차세대 IT 기술을 연구하는 국책 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일반인을 위한 입문 교양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기획했다.

DMB는 라이프 스타일 어떻게 바꿀까

20세기 이후 영상 매체는 몇 번의 혁명을 거쳤다. 1920년대 토키 영화가 대중적인 영상 붐을 불러왔고, 두 세대쯤 뒤에 컬러 텔레비전이 극장에서나 볼 수 있던 컬러 영상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면, 이제 DMB는 안방에 머무르던 이 ‘매혹’을 개인의 손아귀 속으로, 혹은 다시 집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각종 매체는 DMB가 불러온 삶의 변화상을 시시각각 전하느라 바쁘다. 불과 2년 전, 정보통신부가 멀티 미디어 방송 서비스에 관한 보도 자료를 냈을 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도한 매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격세지감이다. 물론 지금도 DMB를 제대로, 정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

따라서 이 책은 첨단 기술에 설레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를 자임한다. 저자는 DMB의 전사(前史)를 찾아 방송과 통신의 역사를 꼼꼼히 훑는다. 그런 다음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DMB가 처음 출발하게 된 과정을 사회 경제적 맥락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DMB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매력적일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쉽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DMB라는 생소한 고지에 오르는 독자들을 위해 곳곳에 이정표(도표)와 휴게소(그림)를 마련해 두었다. 관련 용어와 기술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거나, 해당 기사를 캡처해 보여주는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곳곳에 끼어 있다. 책 뒤에 붙은 ‘정보통신 용어 소사전’도 짭짤하다. 일간지 정보통신 담당 기자이면서 동시에 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는 저자의 장점이 충분히 녹아있다. 다만 기자의 글쓰기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기도 한데, 알기 쉬운 요점 정리 이상의 깊이나 인문학적 통찰력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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