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게 추면 살맛 나는 ‘살사’
  • 이재철(살사 전문지 <살사24> 편집장) ()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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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질에 안성맞춤…7월8일 ‘코리아 살사 콩그레스’에 만명 이상 참여할 듯
 
지난 6월19일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 그랜드볼룸. 형형색색의 댄스복과 액세서리로 치장한 살사 동호인 1천2백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2회 코리아 살사 컴페티션. 스타 살사 인스트럭터를 꿈꾸는 댄서들의 살사 경연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댄서들의 수준 높은 퍼포먼스에 경연장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살사의 잠재력이 배어 나왔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졌다.

국내에 살사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해는 1998년. 일본보다 7년 가량 뒤진다. 하지만 한국의 살사 실력만큼은 ‘아시아 최고’로 통한다. 이는 외국의 유명 댄서 및 일본의 댄서들에 의해서 공인 받은 사실이다. 외국에서 열리는 살사 파티나 페스티벌에서 춤을 잘 추는 동양인을 보면 외국인들은 으레 “한국 사람이죠?(Are you Korean?)”라고 물어본다. 한국에 유능한 댄서가 많다는 소문이 돌자 한국의 살사를 접하기 위해 일본 등지에서 ‘코리아 살사 투어’를 결성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1년간 머무르고 있는 세계적인 댄서 마누엘 라모스는 “내가 가본 나라 중 한국의 살사 실력이 최고다”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살사의 본고장 중 하나인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서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1위에 입상했던 마누엘은 이탈리아·독일·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각국의 살사 문화를 체험한 댄서다.

한국의 살사 실력이 세계적 반열에 오르자 주변 나라의 워크숍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제7회 LA 살사 콩그레스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공로상을 수상한 이원기씨. 일본 시코쿠에 그의 닉네임 ‘스핀’을 딴 ‘스핀 살사 클럽’이 생길 정도로 일본 살사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이씨는 올해 일본에서만 워크숍을 다섯 차례나 열었다.  또 ‘살사인 아카데미’ 손나리 원장도 올해 초 홍콩 살사 콩그레스와 싱가포르, 이탈리아에서 전세계 살사인들을 상대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한국라틴댄스동호회연합회(KLDA)에 따르면, 현재 살사를 비롯한 라틴댄스를 즐기는 인구는 전국적으로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살사가 다이어트와 체력 증진 및 사교에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후 살사 인구는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다른 라틴 댄스와 달리 전국적으로 50여개나 되는 살사 바를 통해 언제든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입장료 5천~7천 원)으로 동호인들과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았다.

 
전국적으로 살사 동호회는 2백여 개에 이른다. 각 동호회에서는 초급·중급 코스 등 먼저 살사를 배운 사람들이 신입 및 후배 기수들에게 그들의 살사 테크닉을 전수하는 과정이 꾸준히 반복된다. ‘살사인’과 ‘깐델라 프로덕션’ 등 라틴문화 전문 매니지먼트사들도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이른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최초의 살사 전문지 <살사24>가 창간되기도 했다. 이처럼 비교적 잘 정착된 살사 인프라가 한국에서 살사가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살사 강국

‘코리아 살사 컴페티션’에서 입상한 댄서들은 전문 매니지먼트의 도움 아래 방송과 CF 출연 및 학교와 문화센터에 출강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 대회는 전문 인스트럭터로 발돋움하기 위한 살사 댄서들의 등용문 중 하나인 셈이다. 한국 살사계에는 전문 인스트럭터가 30여명 있다. 이들은 보통 1개월에 최소 1~2개의 살사 클래스(수강생은 20여명)를 진행하며, 살사의 기본 및 응용 동작과 에티켓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인스트럭터들은 외국에서 열리는 살사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선진 살사 테크닉과 트렌드를 국내에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데 힘쓴다. 한국 살사가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인스트럭터들의 이런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인스트럭터들의 체계적인 강습과 비교적 잘 갖추어진 인프라 외에 한국인들이 살사를 잘 추게 된 요인들이 또 있다. 명석한 두뇌 덕에 숙련 속도가 빠르고 자기 표현에 능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인스트럭터들이 국내에서 강습할 때면 한결같이 “한국인들은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이해도가 빨라 금방 따라온다”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의 지능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은 ‘춤판’에서도 증명된 셈이다.

 
또 춤출 때의 자기 표현 능력과 몸놀림은 이미 라틴계의 그것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다소 보수적이고 자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외국인들도 살사판에서는 그런 선입견을 접는다.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살사 바 ‘가치(Gachi)’의 엄재민 사장은 “한국인들은 살사를 접하면 빨리 그것을 익히고 남들보다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기질이 있다”라고 말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국제 규모의 살사 페스티벌이 두 차례 열린다. 지난 4월  ‘화이어 오브 라틴-국제 라틴페스티벌 2005’에는 세계 정상급 프로 댄서 2백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맡는 ‘제3회 코리아 살사 콩그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살사 축제인 ‘살사 콩그레스’의 한국판이다. 오는 7월8일부터 3일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 등에서 열리는 제3회 콩그레스에는 일본 동호인 5백여명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동호인이 참여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5천명이 축제에 참가했다.  낮에는 국내외 강사진이 워크숍을 진행하고, 저녁에는 각종 공연 및 대회, 프리댄스가 날이 새도록 진행될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가수 인순이와 일본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 스기모토 아야도 참석한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가무(歌舞)에 능하다고 했다. 춤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기질은 라틴댄스의 큰 줄기 중 하나인 살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살사 강국 및 살사의 본고장인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에 근접할 만한 나라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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