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리도 빼닮았을까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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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의 김운용’ 슬라브코프, 비리→정부 이용→빅딜설 등 ‘일치’

 
국내에서는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청와대 간의 ‘빅딜’설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요즘 IOC와 관련한 가장 큰 국제 뉴스는  불가리아 IOC 위원 이반 슬라브코프 이야기다. 슬라브코프가 7월 싱가포르 IOC 총회에 참석한다고 공언하면서 IOC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불가리아의 김운용’으로 알려진 이반 슬라브코프는 여러 모로 김운용 전 부위원장과 공통점이 많다. 김운용씨가 비리 추문으로 곤욕을 치른 것처럼 슬라브코프도 BBC 방송이 그의 비리를 보도한 2004년 이래 자격이 정지되어 있다. BBC는 그가 2012년 올림픽 게임 유치 과정에서 부정한 물밑 거래를 벌이는 대화 내용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녹음해 보도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두 사람의 퇴출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점도 닮았다. 김운용 부위원장과 마찬가지도 슬라브코프는 7월 싱가포르 IOC 총회에서 위원 투표로 최종 자격 박탈이 결정되는 참이었다. 슬라브코프가  IOC에서 퇴출되려면 전체 위원 가운데 3분의 2의 표가 필요하다. 슬라브코프는 자기가 직접 싱가포르에 날아가 위원들을 상대로 결백을 주장하며 위원 제명을 막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두 사람이 속한 국가의 처지도 비슷하다. 김운용은 2014년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 정부의 처지를 이용해 석방을 요구했다. 슬라브코프 역시 2014년 겨울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불가리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운용씨 최측근으로 활동

이른바 ‘빅딜’설이 오가는 정황도 쏙 빼닮았다. 외신에 따르면 슬라브코프는 2014년 겨울 올림픽 불가리아 유치를 위해 7월 싱가포르 총회가 있기 전에 사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불가리아 언론은 슬라브코프 기사를 쓰면서 꼭 한국의 김운용 사례를 들먹인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슬라브코프의 부정이 불가리아의 겨울 올림픽 유치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국가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슬라브코프는 7월 총회 때 싱가포르로 가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싱가포르로 가는 이유는 개인적인 선택이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은 내가 싱가포르로 가는 것을 막으려 하겠지만, 나의 결정은 그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IOC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크 로게 IOC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공개 편지를 써서 IOC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아마도 김운용 전 부위원장이 그토록 6월 이전 가석방을 바랐던 이유도, 슬라브코프처럼 직접 싱가포르에서 구명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운용과 슬라브코프는 살아온 환경도 비슷하다. 슬라브코프는 불가리아의 전 공산당 독재자 토도르 지브코프의 양아들이었다. 김운용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호실 비서관을 맡으며 독재자의 그늘에서 성장했다. 이반 슬라브코프는 김운용 부위원장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2003년 김운용 부위원장의 아들 정훈씨가 미국 영주권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와 솔트레이크 겨울 올림픽 불법 로비 등의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되었을 때, 그가 도망친 곳이 바로 불가리아였다. 결국 정훈씨는 2003년 5월 불가리아에서 인터폴에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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