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카트 죽일 수도 있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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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PC방 업주들, ‘접속료 종량제’ 실시에 강력 반발

 
“<카트라이더>, 우리가 죽일 수 있죠!” 사회자가 외치자 시위 청중은 ‘와~’하고 박수를 보냈다. 6월28일 서울 역삼동 (주)넥슨 본사 도로에 전경 버스 12대가 집결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전국에서 모인 PC방 업주 8백여명이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 소속인 PC방 주인들은 넥슨의 요금제도 변경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박광식 회장이 연단에 올라 “우리가 게임사의 종입니까? 국민 게임 <카트라이더>가 지하로 들어갈 때가 머지 않았습니다. pc방에서 넥슨 포스터를 찢어버립시다”라고 외치자 바닥에 앉은 PC방 업주들은 박수를 보냈다. 시위을 앞두고 넥슨 측은 6월28일 하루 휴무를 단행했다. 정문 앞에는 ‘어깨’를 연상시키는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사는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캐주얼 분야) 서비스 회사다. 넥슨의 주요 수입원은 누리꾼들에게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PC방으로부터 게임 접속료를 챙기는 것이다.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은 개인이 집에서 접속할 때는 무료이지만, PC방에서 접속하면 요금을 물린다. 그 요금은 물론 PC방 업주가 대신 낸다.

갈등의 시작은 넥슨이 7월1일부터 게임 접속료를 기존 정액제에서 사용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종량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서울 구로동의 한 PC방 주인 이종국(45)씨는 “지금까지 한 달에 10만원 가량을 넥슨에 내고 있었는데, 종량제가 실시되면 부담이 늘어난다. 한 시간당 2백원이라고 해도 넥슨 게임 이용 시간이 한달에 3천 시간이 넘는다. 계산하면 한 달에 50만원 이상 내야 된다는 건데, 이래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인문협 박광식 회장은 넥슨이 새 요금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협회 소속 PC방은 넥슨과 계약을 거부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2만여 PC방 가운데 9천여 개가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가입해 있다.

넥슨의 입장은 단호하다. 넥슨 관계자는 “종량제가 아니라 정량제다. 새로 바뀐 요금제로 전체 PC방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오히려 요금이 내려간다. 합리적인 요금제로 바꾸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대결 구도는 넥슨이 유리한 입장이다. 7월1일 넥슨은 예정대로 종량제(정량제)를 강행했다. 넥슨에게는 <카트라이더>라는 든든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넥슨 관계자는 “기존 넥슨 계약 PC방 가운데 80%가 재계약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PC방 업주들이 부른 시위 노래 가운데에는 ‘카트가 아무리 인기 있다 해 봤자 피씨방 없으면 가능했을까’라는 개작곡이 있었다. 한때 카트의 성공은 PC방의 성공이었다. 그 <카트라이더>가 이제 PC방을 잡는 원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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