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의 소리 ‘쩌렁쩌렁’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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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안숙선씨 1위…진보적 목회자 이강실씨는 여성 부문 최고
 
전북에는 두 사람의 ‘이강실’이 유명하다. 한 사람은 고 최명희씨가 쓴 대하 소설 <혼불>의 여주인공 이강실. 1930년대 호남 지방의 한 문중에서 일제의 폭압과 봉건적 사회 분위기에 희생되는 여성상이다. 전주에 ‘최명희길’까지 생길 정도로 <혼불>은 유명하다. 반면 또 한 명의 ‘이강실’은 소설 속 인물과는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 이강실 목사(9.8%·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이다.

고 안병무 박사가 이끈 한국신학연구소에서 민중신학을 공부한 이강실 목사는 1987년 전주로 귀향해 목회 활동을 하며 전북 지역의 여성운동을 일구었다. 전북에 진보적 여성운동 단체가 없던 시절에 민주여성회를 만들었고,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의장을 지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전북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이목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2년 군산 개복동 윤락업소 화재 사건과 2004년 3월 성매매 방지 특별법 제정을 꼽았다. 쪽방에 갇혀 있던 여성 14명이 사망한 개복동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 사건은 전국적 이슈로 비화했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윤락업소 화재 사건에 이어 연달아 참사가 터지면서 이목사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자신이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결국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이끌어냈다.

이강실 목사, 성매매특별법 제정에 크게 기여

이강실 목사는 여성운동에서 통일운동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이목사는 현재 ‘6·15공동위원회 전북본부’ 상임대표의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 6·15 통일대축전에 한상렬 목사와 함께 방북하기도 했다. 통일운동가 한상렬 목사는 그의 남편으로 전주고백교회에서 공동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영향력 있는 여성 2위로는 전북 익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8.2%)이 꼽혔다. 그밖에 유유순 전북주부클럽 회장(4.2%), 조덕이 전북여성단체협의회장(3.8%), 전정희 전북발전연구원 산하 여성정책연구소장(2.4%)이 거론되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는 ‘판소리 명창’ 안숙선씨(11%)가 꼽혔다. 상대적으로 다른 문화예술인들과 격차가 컸다.

 
안숙선씨는 세계적으로 활동 범위가 넓은 국악인이다. 본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해외 공연을 다녔고, 1998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오는 9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문화 축제에서 창극 <제비>를 선보인다. 지난 7월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예술가로서 그녀를 만나기도 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안씨는 2004년부터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아 서울과 전주를 오르내리고 있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수궁가>에서 토끼가 자라에게 속아 수궁에 들어간 것마냥’ 위원장 직을 맡았다고 하지만  본뜻은 따로 있다. 예술가로서 행정 일을 본다는 것에는 저어했지만, 유네스코가 세계무형 유산으로 선정한 판소리를 알리고 세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직책을 수락했다.

안씨는 국악을 대중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조만간 성악가 임웅균, 가수 인순이와 함께 빅스타 3색 콘서트 ‘만남’ 무대에도 선다. 공연을 한번 보고 나면 국악에 관심이 없던 젊은이들도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어린이 창극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이 행복하자고 소리를 하는 것이고, 서로 벽을 허물고 소통했으면 좋겠다” 싶어서다.

그밖에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는 황병근 전북예총회장(3.8%), 최승범 시인(2.6%) 등 지역의 원로 예술가들이 거론되었다. 황회장은 전주 지역 60~70대 20여명으로 구성한 에버그린 밴드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김용택 시인(2.4%)과 안도현 시인(1.6%)을 지역의 대표적 예술가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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