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작성해 사우디 왕 되려나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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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을 본 사람은 ‘반다르 부시’ 왕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본명은 반다르 빈 술탄(56). 22년간 주미 사우디 대사를 지냈으며, 백악관을 제집처럼 드나들 정도로 부시 일가와 친분이 깊어 반다르 부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화에서 반다르 왕자는 과거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했던 일을 시인하는 등 진솔한(?) 언행으로 관객들의 실소를 샀다.

영화에서 다소 이미지를 구긴 반다르 왕자가 사우디 왕권 경쟁에 뛰어들 채비다. 그는 지난 7월20일 주미 대사 직을 사임하고 사우디로 귀환했다. 파드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84)이 8월1일 사망하기 열흘 전이었다. 새 국왕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가 82세 고령이고, 왕세자로 책봉된 술탄 국방장관(새 국왕의 동생)이 77세인 것을 고려하면, 술탄 왕세자의 아들인 반다르 왕자가 차차기 왕권에 도전할 날이 멀지 않다. 미국의 막강한 지원을 업고 있다는 점이 경쟁 왕자들에 비해 유리하다. 

반다르 왕자는 공석인 정보국장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중동의 CIA'라고 불리는 사우디 정보국은 도청과 각종 불법 행위로 모은 정보로 어둠의 권력을 누리는 곳이다. 홍석현 주미 대사가 X파일 때문에 사임했다면, 반다르 왕자는 X파일을 노리고 사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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