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조선일보 ‘지역구’ 부산일보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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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부산방송·국제신문도 약진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를 묻는 질문은 두 가지로 진행했다. 중앙 언론사까지 포함한 경우와 지역 언론사만을 한정한 경우로 나누어 물었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객관식 설문 예를 제시하지 않고, 응답자 스스로 세 군데씩 대답하는 주관식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주관식으로 복수 응답을 요구한 결과, 조선일보와 부산일보가 중앙과 지역 언론사 가운데 각각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혔다.

중앙 언론사를 포함한 조사에서 조선일보는 부산(48%)과 경남(46.7%) 지역 전문가들에 힘입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뽑혔다. 울산의 전문가들은 KBS(46.4%) MBC(46.4%)를 조선일보(45.4%)보다 영향력이 있는 매체라고 응답했다. 부산·울산·경남을 종합한 결과 조선일보에 이어 KBS(41.1%)와 MBC(34.9%) 가 영향력 있는 매체로 뒤를 이었다.

지역 언론사만을 따로 물은 항목에서 전문가들은 부산일보(52.1%)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았다. 지역별 편차를 살펴보면, 부산일보는 부산 지역에서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부산 지역(75.3%)에서 부산일보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반면에 울산(24.7%)과 경남(31.7%) 지역에서는 낮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힌 부산일보의 강점을 김일규 편집국장은 ‘기본에 충실한 차별화 전략’에서 찾았다. 부산일보는 언론사로서 기본인 취재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 곁의 빈곤, 차상위 계층의 실태와 대안'으로 한국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부분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만 해도 ‘부산 항운 노조 전면수사 착수 및 후속 보도’ ‘지역 대학 최우수 졸업자 뭐하나’ ‘양산 신도시 수해 도시 되나’ 등으로 부산일보는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 달의 기자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게다가 부산일보는 매일신문(대구)과 함께 지역 언론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탐사보도팀을 꾸려 지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월 김일규 편집국장이 취임하면서 김기진 팀장, 김마선·김영한 기자 3명으로 탐사보도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1면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각오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탐사보도팀은 ‘공기업 낙하산 인사’(4월11~13일)와 ‘부산지하철 소음 실태’(5월16일) ‘한반도를 휩쓴 네이팜탄’(6월22~24일)’ ‘돌아오지 않는 원혼들’(7월19일~8월12일)을 보도했다.

이렇듯 기본에 충실하다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부산일보는 논조와 관련해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곤 한다. 바로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수장학회 때문이다.

편집과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부산일보는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이었던 지난해 총선 때 ‘박근혜 띄우기’ 논조로 부산지역 시민단체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부산 MBC·KBS “시청률은 우리가 높은데”

부산일보 노동조합은 정기국회가 열리면 특별법 청원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김승일 노조위원장은 “정수장학회 개혁을 비롯해 경영진 선출 방식 합리화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일보에 이어 지역 신문사 가운데는 국제신문(16.9%)의 영향력이 높았다. 국제신문은 신군부의 1도1사 원칙에 따라 부산일보에 통폐합되었다가 1990년 복간되었다. 이때부터 롯데그룹이 국제신문 경영에 나섰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형식적으로 분리되었다.

 
하지만 롯데그룹 출신들이 사장에 임명되는 등 롯데그룹은 국제신문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지난해 노동조합은 무능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롯데그룹 출신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노기태 전 부산시 정무 부시장을 새 경영자로 맞으면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후 노사가 합심해 정기 독자를 3만여명 유치하기도 했다. 최근 국제신문은 부산일보·경남도민일보와 함께 ‘지역 신문 발전기금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별로 나누어 영향력 있는 매체를 따져보면, 부산 지역은 부산일보(75.3%), 울산은 경상일보(53.6%), 경남에서는 경남신문(33.2%)이 가장 영향력 있는 메체에 올랐다.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상일보 이태철 편집국장은 “울산이 커지면서 경남 주재 기자를 철수하고 울산시장만 공략한 방향이 적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남신문 조용호 편집국장은 “독자 여론조사를 했더니 독자들이 우리 신문에 바라는 컨셉트는 지방 냄새가 물씬 나는 ‘촌 신문’이었다. 철저하게 지방색을 살린 게 주효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부산방송(23.6%)을 부산일보에 이어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매체라고 꼽았다. 부산방송 김영일 보도국장은 “다른 방송사에 비해 로컬 프로그램 비율이 높고, 이슈가 있는 뉴스와 지역밀착형 의제 설정 기능을 전문가들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문·방송 모니터를 하고 있는 부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정순영 사무국장도 “부산방송은 다른 방송사에 비해 고발 뉴스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1995년 5월14일 첫 전파를 쏜 부산방송은 현재 제2 창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경남 지역 전체 광역 방송사로 선정되면서, 부산방송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 포함해 광역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PSB에 이어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매체로 선정된 부산MBC(17.1%)나 KBS 부산방송 총국(16.9%)은 이번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부산 MBC 김수병 보도국장은 “메인 뉴스 시청률을 따져보면 MBC가 PSB보다 5-6배나 높게 나온다. 시청률은 높은데 영향력이 낮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MBC는 부산·마산·진주로 분산되는 데 반해 PSB는 단일 브랜드이다. 이를 무시한 질문 방식과 표본 선정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KBS 부산방송총국 최석태 보도팀장도 “시청률을 따져보면 KBS가 다른 방송사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온다. 의제 설정 기능도 우리가 훨씬 앞선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는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11.9%)이 꼽혔다. 현재 김사장은 9년째 부산일보 사장을 연임하고 있다. 김사장은 기자가 아니라 곧바로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입문한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58년 만 스물여섯 살 때 그는 입사하자마자 매일신문 논설위원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기자를 뽑는 시험처럼 논설위원을 따로 뽑는 신춘정치논문 대회가 있었는데, 김사장은 그해 매일신문(대구)에 당선했다. 1961년에는 부산일보 신춘정치논문에 당선해 28년간 논설위원으로 활약했다.

김사장에 이어 강중묵 부산MBC 사장(3.6%), 이몽룡 KBS 부산방송총국장(1.7%)이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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