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힘, 아직은 미흡하네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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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포츠계에서 정몽준·김운용보다 영향력 떨어져
 
삼성의 스포츠 중흥에는 최고경영자인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스포츠 분야에 집중 지원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학창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고, 탁구와 골프도 수준급이다.

이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간에 IOC 위원에 선임되어, 벌써 10년째 국제 스포츠계에서 거물급 인사로 활약하고 있다. 박용성 IOC 위원이 국제유도연맹 회장 자격의 IOC 위원인 데 반해 이회장은 개인 자격 IOC 위원이어서 임기가 보장된다.
스포츠와 관련된 이회장의 이력으로는 1993년 3월 대한올림픽위원회 (KOC) 부위원장, 1996년 7월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 위원, 같은 해 9월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이 되었고, 국제레슬링연맹 회장도 지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레슬링 10단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승단 제도를 도입해, 서울사대부고 시절 잠시 매트와 인연을 맺었던 이건희 회장에게 유일하게 10단을 주었다. 이회장은 1982~1997년 대한레슬링협회와 국제레슬링연맹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올림픽에서 7개, 아시안게임에서 29개, 세계선수권에서 4개 등 모두 40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는 등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 등 각급 레슬링 대회에서 적어도 불리한(?) 판정을 받지는 않았다.
유인탁, 김원기(LA올림픽), 한명우, 김영남(서울올림픽), 박장순, 안한봉(바르셀로나올림픽), 심권호(애틀랜타올림픽)가 이회장의 격려 속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들이다. 이회장은 레슬링 수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매년 협회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국제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회장이라는 스폰서로서의 영향력이 스포츠계에서의 위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운용 전 IOC 위원과 정몽준 국제축구협회 부회장의 영향력에 아직 처진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냉정한 평가다. 이건희 회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IOC 위원 역할보다는 삼성그룹의 올림픽 마케팅을 직접 챙기며 그룹 총수로서 대외 활동에만 주력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현지 기자단에 고액의 격려금 전달을 시도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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