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면 돈이 들어온다
  • 연용호(<창업&프랜차이즈>편집국장) ()
  • 승인 2005.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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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클리닉] 죽 전문점 인기 상승세…지역 상권·포장 주문 가능한 입지 선택해야

 
맛과 영양, 건강과 미용···. 언제부턴가 죽(粥)은 현대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간편한 식사를 즐기려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죽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바쁜 직장인의 간편식으로, 여성 다이어트식으로, 노인 건강식으로, 유아 이유식으로 사랑받으면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죽 메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오직 죽만을 판매하는 죽 전문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여성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밑반찬 가짓수가 적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해 소형 점포에서 최소 인력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메뉴의 다양성과 기능성, 인테리어의 고급화 등으로 죽 전문점은 일단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죽 전문점 시장은 현재 전체 매출 규모가 1천2백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수요 대비 공급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소비자 인식과 수요의 증가에 비해 점포 수가 너무 빨리 늘어났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50개가 넘지만, 업종의 안정성 면에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 현실이다.

아직까지 죽은 한 끼 식사, 즉 주식(主食)이라기보다는 유사시 대용식(代用食) 내지는 보조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인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고객층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웰빙 트렌드와 관련해 기능성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점증함에 따라 수요층이 폭넓어지고 죽이 주식으로 자리 매김되기까지는 얼마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죽은 치킨이나 삼겹살 같은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다. 주식으로 인식되고 소비자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엷고 수요의 크기 또한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그 대신 죽 전문점의 고객은 마니아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고정 고객이 되어 반복 이용할 확률이 높다. 창업정보전략연구소 이상원 소장은 “소비 거점이 확실한 점포들의 경우 기대 이상의 매출을 보이고 있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진단한다. 이소장은 “경제 활동을 하거나 구매력을 가진 여성 고객과 향후 엄청난 소비자군으로 부각될 노인층을 타깃으로 고객 집중도가 높은 입지에서 창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에이킹창업시스템 정연강 소장은 “미용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직장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할 것인지, 건강과 기능식에 관심이 큰 주부와 중장년층을 공략할 것인지, 대형 병원 주변의 로드숍이나 대형 집객 시설의 인스토어형으로 접근할 것인지 등등 충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소장이 말하는 것 역시 결국 점포의 입지다. 죽 전문점은 아직 소비층이 한정적이어서 상권과 입지를 선정할 때 타깃 고객을 확정해 공략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오늘날 죽은 옛날의 죽이 아니라는 사실. 저 옛날 ‘없는’ 사람들이 먹던 게 죽이었다면, 이제는 좀 ‘있는’ 사람들이 먹는 게 죽이라는 말이다. 전문점의 죽 메뉴는 적어도 5천원 이상으로 결코 싸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와 뛰어난 맛은 물론 매장의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가 따라주지 않으면 매출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여성층의 수요가 높은 만큼 점포 분위기와 청결도, 서비스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정 고객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저가 전략 펴면 돈 벌기 어렵다

아울러 저가 전략을 펴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죽은 전문 음식인 만큼 제대로 만들어서 제값 받고 팔아야 먹히는 때문이다. 죽 전문점은 말 그대로 죽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시작 당시부터 전통 차나 떡 따위 사이드 메뉴에 신경쓰지 말고 죽 자체의 전문성을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맛있는창업연구소 이경태 소장은 “중심 상권보다는 지역 상권을 개척하고, 상권의 크기나 점포 앞 인구 유동량보다는 포장 주문이 가능한 입지를 선택하라”고 주문한다. 단, “주부들의 주력 동선인 시장이나 마트 부근, 그리고 병실을 갖춘 병원이 가까워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되는 지역 상권이어야 한다”. 이소장은 테이크아웃 매출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맛깔스런 상호와 시각적으로 맛나는 디자인을 만들고, 일회용 그릇과 쇼핑백 등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준비한다면, 굳이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라고 조언했다. 

점포 임차 비용이 절감되는 지역 상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에서 창업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지방의 경우 수요에 비해 아직 공급이 부족한 편.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지방이든 어디든 상권을 볼 때는 동종업체(경쟁업소) 수를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죽 전문점은 치킨 등과 달리 한 상권 안에 두세 개만 있어도 서로 부대끼게 마련이다. 좀 된다 싶어 한 상권 안에 우르르 몰렸다가는 우르르 무너져 내리기 십상인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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