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나오면 언제든 산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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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20명이 말하는 ‘한국 드라마’ 고르는 법

 
한국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 ‘BCWW 2005’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만다이리 사의 수입담당 책임자 데위나 에티 씨는 마냥 행복해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비와 원빈 그리고 배용준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실컷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미디어그룹인 타라 사의 위라완 하타완 대표 역시 에티 씨 옆에서 한국 드라마에 조예가 깊은 그녀의 선택을 곁눈질하며 수입할 만한 드라마를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인도 피라미드엔터테인먼트 사의 나가라잔 대표는 올해 BCWW 행사장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행사장을 누빈 바이어였다. 사업 영역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꾼 그는 중국 무협 열풍을 이을 텔레비전 콘텐츠로 한국 콘텐츠를 선택했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미스터 주부 퀴즈왕>을 세 번이나 볼 정도로 반했다는 그는, 기자에게 이 영화를 수입할 수 있도록 배급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겨울연가>를 수입해 큰 재미를 보았던 ITV의 구매담당자 제니 역시 이들과 함께 수입할 드라마를 찾는 데 열심이었다. 드라마를 고를 때 그녀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드라마를 수입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캐스팅이라는 사실이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밝혀졌다.

<시사저널>은 한류를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해외 바이어 20명(복수 응답)을 ‘BCWW 2005' 현장에서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이 누구보다 정확히 한류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이들이 한국 드라마를 수입할 때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캐스팅(11표)이 가장 컸고, 주제(4표)와 스토리(3표) 그리고 제작사의 지명도(3표)와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3표)가 그 뒤를 이었다.

해외 바이어들이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가장 선호하는 탤런트는 <대장금><겨울연가><가을동화> 등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영애(6표)와 최지우(6표) 그리고 송혜교(5표)였다. 김태희(2표)와 전지현(2표)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 채 림 김희선 김선아 김현주 한채영 임수정 하지원 양미경 김현주가 한 번씩 언급되었다.

드라마 남자 주인공으로 선호하는 탤런트는 단연 배용준(7표)이었다. <풀하우스>로 올해 최고의 한류 스타로 떠오른 비(4표)가 그 뒤를 이었고, 장동건(3표) 원 빈(3표) 권상우(2표) 지진희(2표)가 선호하는 탤런트로 꼽혔다. 이외에 김재원 소지섭 안재욱 이병헌 현 빈 박신양이 한 번씩 언급되었다.

큰손들은 작가와 PD까지 꼼꼼히 체크

 
바이어들이 스타 파워에만 의지하는 것과 달리 한국 드라마를 주로 수입하는 큰손들은 드라마 작가와 연출자는 물론 제작사의 지명도까지 고루 살피고 있다. 대만 GTV 원소치앙 한국대표는 “드라마를 고를 때 캐스팅 외의 것을 가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고수냐 하수냐가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드라마 작가로는 김수현(<사랑이 뭐길래>) 오수연(<가을동화>) 김영현(<대장금>) 정형수(<다모>) 최완규(<올인>) 등이 꼽혔다. 연출자는 이병훈PD와 윤석호PD가 꼽혔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사 중에서는 MBC(10표)를 가장 선호했다. 그 뒤를 KBS(7표)와 SBS(6표)가 이었다. 외주 제작사 중에서는 해외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한 에이트픽스(3표)가 가장 많이 꼽혔다. 김종학프로덕션(2표)과 삼화프로덕션(2표)이 그 뒤를 이었으며, 윤석호PD가 속한 윤스칼라와 <파리의 연인>을 제작한 캐슬인더스카이도 한 번씩 언급되었다.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는 바이어들은 드라마를 구매하는 것 외에도 직접 투자 등 한국 드라마 관련 산업에 깊이 개입하기를 희망했다. 특히 이들은 아시아와 세계에 한국 드라마를 배급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드라마 외에 한국의 단편 영화나 공포 영화 등 다른 콘텐츠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 쇼 오락 프로그램이나 한국 애니메이션 수입을 꾀하는 바이어도 많았다.

이런 콘텐츠 외에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인 콘텐츠는 첨단 기술과 결합한 콘텐츠다. 홍콩에서 DMB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IIL사의 알란 융 아시아총괄이사는 한국의 DMB 콘텐츠를 구입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한국은 이미 위성DMB 방송을 해보았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가 통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구매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역시 홍콩에 본사를 둔 PCM사의 션 랭스턴 이사는 “한국의 HDTV 콘텐츠를 구입하기 위해 행사에 참가했다. 유럽·미국과 경쟁력이 있는 곳은 아시아에서 한국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를 구입하는 해외 바이어들은 대부분 일본·타이완·중국 드라마도 함께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의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본 타이완 등 큰 시장의 바이어들이 한국 드라마의 가격을 높다고 평가한 것에 반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바이어들은 아직 한국 드라마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첨단기술과 관련된 콘텐츠도 한국 것이 최고!

가격보다 바이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가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는 것이었다. 모든 드라마가 사랑 타령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 전개가 다른 나라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고 슬픈 이야기 일색이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비아시아권 바이어들은 한국 드라마가 너무 자국 문화 중심적이고 국제 감각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류의 성패에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그들은 한류를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말레이시아 네팔리아 사의 모호 나지브 이사는 “드라마 OST에 좀더 신경을 써서 원 소스 멀티 유스를 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TWI사의 서남아시아 담당자인 리나 신고라자 씨는 “한국 드라마 제작자와 방송사는 마케팅에 너무나 소극적이다. 스타와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BCWW를 찾은 한류 바이어들은 그동안 수입했던 한국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안겨준 작품으로 <겨울연가> <대장금> <파리의 연인> <풀하우스>를 꼽았다. 이들은 <장밋빛 인생>과 <내 이름은 김삼순>이 한국 드라마 장세를 이어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계속 BCWW를 찾아와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 바이어들이 구매할 때
감안하는 요소들 (20명 면접조사)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단 근거는?
스타 캐스팅(11명) 주제(4명) 스토리/제작사 지명도/한국에서의 성공 여부(3명)
■ 가장 선호하는 여성 탤런트는? 
이영애/최지우(6명) 송혜교(5명) 김태희·전지현(2명)
■ 가장 선호하는 남성 탤런트는?
배용준(7명) 비(4명) 장동건·원빈(3명)
■ 가장 선호하는 작가와 PD는?
김수현 오수연 김영현 정형수 최완규(이상 작가) 윤석호 이병훈(이상 PD)
■ 가장 선호하는 방송사는?
MBC(10명) KBS(7명) SBS(6명)
■ 가장 선호하는 제작사는?
에이트픽스(3명) 김종학프로덕션/삼화프로덕션(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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