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로 후계 굳어지는가?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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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방북 때 입증됐다” <슈피겔> 보도에 중국 묵묵부답

 
지난해 11월 중국의 지인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오늘 오후 2시께 평양에서 정변이 일어난 것 같다. 장성택이 주동했다는 소리가 일본 쪽에서 들린다.” 느닷없는 소리여서 황당했지만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앞선 9월부터 ‘장성택 신변 이상설’이 떠돌아 혹시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은 맨 처음 정보 소스를 제공한 일본 쪽의 오해에서 빚어진 촌극이라는 것이었다. 그 즈음  베이징의 ‘장성호텔’에서 한국 국회의원들이 중국의 탈북자 정책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베이징-평양 국제전화에서 ‘장성..’이라는 말이 폭주했고 이를 일본 감청 기관이 오해했다는 것이다.

중국·일본 민감한 반응

지난해 하반기 평양에서 벌어진 일련의 정치 사건들에 대해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11월21일자 독일 <슈피겔>이 보도한 이래 꼬리를 물고 있는 ‘북한의 후계자 김정철’ 관련 내용은 어떤 면에서 그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 방북 당시 후 주석의 요청으로 김정철이 만찬에 참석했고, 이로써 그가 북한의 후계자임이 입증되었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통일·외교 부처 장관들이 일제히 ‘확인해 보았는데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측의 발언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기보다는 확인이 안되었다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슈피겔> 기사대로 김정철이 만찬에 참석해 후 주석과 상견례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이 이를 우리 정부에 확인해줄 리는 만무한 것이다. 1974년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갓 등장한 직후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했던 사실 역시 10년이 지나서야 일부 내용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배려 외에도 중국이 이 사안이 공식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북한의 후계 판도가 김정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유동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어느 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후계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북·중 양국 간에도 미묘한 현안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 이후의 대안으로 내심 장성택을 꼽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의 몰락에 직·간접 원인을 제공한 것 역시 중국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신의주특구 문제가 바로 그 예이다. 신의주특구는 바로 장성택이 역점을 두어온 사업이었는데, 중국이 양빈을 잡아넣음으로써 중단되었다. 이와 함께 장성택의 몰락도 시작된 것이다. 

장성택 변수는?

두 번째 결정타 역시 중국발이었다. 지난해 8월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된 중국의 톈진사회과학연구소가 북한 체제를 비판한 논문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중국 지도부의 의도에 의문을 가진  김정일 위원장이 내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장성택 계열을 손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김위원장은 장성택을 치기 전 북한 권력기관 요소요소에 들어와 있던 중국의 정보 네트워크를 일망타진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이에 놀란 후진타오 주석이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게 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지난번 방북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후진타오는 ‘장성택’이 아닌 ‘김정철’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머리 속에 만감이 교차했으리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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