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진출은 한국영화와 함께”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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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러브콜 0순위 배우 장동건 인터뷰

 
잘생긴 배우는 많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드물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흥행 파워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더욱 흔하지 않다. 배우 장동건이 이 힘든 교집합 속에 속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가 장동건이다. 잘생긴 아이돌 스타로 데뷔한 그는 <친구> 이후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서 한류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장동건은 영화계에서 캐스팅 영순위다. 모든 감독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그는 곽경택 감독의 손을 들어주었다.  <태풍>에서 장동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의 호연을 보는 맛이 영화를 보는 맛의 절반을 차지한다. 탈북 청소년 출신의 국제 해적단 두목 씬의 연기로 다시 한 번 배우 장동건의 위력을 보여준 그를 만나보았다.

<태풍>에 출연하기로 한 결정은 어떻게 내리게 되었나?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기 전 이미 오래 전에 결정을 내렸다.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특히 이런 캐릭터를 잘 그려낼 수 있는 감독이라고 확신했다.  

몸이 많이 망가진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도 관객의 신뢰를 얻고 싶었다. 배역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살을 뺐다. 시기마다 달랐는데, 적게는 7kg에서 많게는 10kg 정도를 뺐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근육운동을 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살만 뺐다.

씬의 역할은 어떻게 준비했나? 담배도 독한 것만 피웠다고 들었다. 
살을 빼는 등 외적 준비 과정은 오히려 쉬웠다. 내면을 채우는 과정이 힘들었다. 탈북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탈북자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탈북자들을 많이 만났다. 함경도 사투리를 비롯해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탈북자의 캐릭터를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다.

사투리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른 것 같다.
사실 사투리를 정확하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 말이 담아내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러면 최소한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할 수 없는 감정표현을 할 수 있어서 감정이입하기에 더 쉬운 측면이 있다.

1년여 동안 씬으로 산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이 마치 씬이 영화 밖으로 튀어나온 듯했다. 영화 마케팅을 혼자 다한 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변화된 모습을 극장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게 숨어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했다. 다른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깊게 몰입했던 것 같다.

‘이 영화 이후로 진짜 배우가 되었다’라고 꼽을 수 있는 영화가 있는가?
마음속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던 것 같다. 전환점이 되었던 것은 <친구>였다. 그때부터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고 나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편인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쉬움이 많지만 평단의 호평이나 흥행 등으로 아쉬움을 채운다. 

악역을, 그 중에서도 사연 많은 악역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악역 연기가 재미있다. 악행을 저지르지만 관객들이 연민을 갖게 만들고 심지어 편들게까지 만드는 악역을 연기해내는 것은 배우로서 큰 행운이다.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마조히스트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보았다.
배역에 충실하려다 보면 신체적인 학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배역에 더 가까이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악역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 <태풍>에서 악역의 극한을 경험했던 것 같다. 더 이상 미련이 없다. <무극>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 같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선한 역할이다.

<무극>도 관심이 간다.
첸 카이거 감독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가슴 뿌듯했다. 사실 영화에 출연할지 말지 따져볼 게재가 아니었는데, 첸 감독은 두 시간이나 설명했다. 안 쓰던 일기를 쓸 만큼 감개무량했다. 경험 자체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극> 작업은 어땠나?
<무극>을 하면서 연기에 언어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협업 작업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진정성만 있으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태풍>이나 <무극> 모두 대작 영화다. 부담은 없었나?
대작 영화는 양가적인 측면이 있다. 흥행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대작 상업영화의 주연을 맡는 뿌듯함도 있다. 배우가 지지 않아야 될 부담을 져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되도록 그런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드라마 출연 계획은 없는가?
갈림길에 서 있는 기분이다. 너무나 좋은 기회들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아직 결정을 못했다.

중요한 판단은 자신이 스스로 내리는가?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렇다. 배우로서 본질적인 것을 지켜내는 것이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그래야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다. 한류스타가 되니 배우로서 혜택도 생기고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이제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동거지에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할리우드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그곳은 먼 곳이고 그곳에 가는 것은 먼 장래의 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판단해야 할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할리우드에서 제안을 받았다는 말인가?
받았다. 섣불리 결정할 일은 아니다. 어떤 형식이냐, 어떤 것을 가지고 가느냐, 어떤 것을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가 미국 시장에 가장 좋은 모습으로 진출할 때, 나도 함께 가고 싶다.

어떤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보는가? 
두 가지 정도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한국영화가 그대로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감독님이 먼저 가서 인정받고 한국 배우를 끌어주는 것이다. <와호장룡>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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