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팀, 세포 분열 시작됐다
  • 오윤현 · 안은주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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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수 언행 문제 많아 갈등·반목 깊어져…맞춤형 줄기세포 만들어 극적 반전 이룰지 관심

 지난 3년여 동안 황교수팀에서 일한 핵심 연구원은 모두 30여 명이었다. 서울대 교수들과 석·박사, 그리고 한양대 교수들과 미즈메디 병원 연구자들이다. 그들의 팀워크는 퍼즐 맞추기처럼 짜임새가 있었다. 복제 양 돌리를 만든 이안 윌머트 박사가 환상적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2005년 5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황교수팀의 팀워크는 견고해 보였다. 

 그러나 이미 내부에서는 몇 달 전부터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2004년 2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의 공저자로 올랐던 서울대 의대 문신용 교수(산부인과)가 황교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사단은 문교수가 황교수 연구실에 파견한 o씨(연구원) 때문에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ㅇ씨는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한 공로를 따지는 자리에서, 자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자 황교수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사이언스> ‘5월 논문’에 두 번째 공저자로 오른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도 이미 2004년 12월부터 황교수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지난 12월1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토사구팽당했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이미 황교수는 문(신용)교수를 소외시켰다. 내가 중간에서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했는데, 갑자기 안규리 교수와 모 병원 원장이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에도 나누어주는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를 자기 병원에는 하나도 안준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구비 대고, (줄기세포 배양) 기술 대고, 연구원도 댔는데 줄기세포를 실험용으로 하나도 건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황교수는 김선종 연구원(미즈메디병원 출신)을 시켜 미즈메디병원이 보관하고 있던, 복제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40여 개를 통보 없이 갖고 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노이사장은 황교수를 진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고 한다.

노성일 이사장에 따르면, 황교수는 자기의 입맛에 따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에도 황교수는 그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며칠  전 피츠버그 대학에 있는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 ‘12월27일까지 돌아와서 망가진 줄기세포를 새로 만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일을 도우면 서울대 교수 직과 줄기세포허브 팀장 자리를 줄 수 있다고 회유했다. 그리고는 김연구원이 그 제안을 거절하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황우석 교수에 대한 평은 엇갈렸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순수하면서 인정 있는 사람’으로 평가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황교수가 ‘언론 플레이를 잘하고, 지나치게 자기 사람을 챙긴다’고 말했다. 과학계에는 난자 공여자로 알려진 ㅇㅇㅇ씨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인천의 한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 황교수가 개입했고, 미즈메디병원 출신인 ○○○ 박사가 한양대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도 황교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복제 개 스너피를 만들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황교수팀은 복제 개 연구를 지방 ㄱ대와 함께 할 계획이었다. 지방 ㄱ대도 마다할 일이 아니어서,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될 듯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불거졌다.

황교수가 자기 제자 한 사람을 ㄱ대 교수로 임용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ㄱ대로서는 그 청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황교수가 말한 사람의 경력이 교수 임용 요건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이후 황교수가 공동 연구를 철회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자기 사람만 잘 챙기는 것이 아니다. 노성일 이사장에 따르면, 사실과 다른 말도 잘한다. 현재로서는 황교수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이 진실인지, 노성일 이사장이 말한 내용이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황교수가 진실과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이미 과학자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거짓말을 몇 차례 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지만, 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연구원의 난자 공여를 알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줄기차게 말해왔다. 그리고 <PD수첩>팀에게 줄기세포 DNA 지문 검사를 재검증하기로 약속하고, 본인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줄기세포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테라토마 검사’(특수 쥐에 줄기세포를 이식한 뒤, 종양처럼 무한 증식하는지 확인하는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11개를 모두 테라토마 검사를 했다고 발표한 뒤, <PD수첩>팀이 사실 확인에 들어가자 2번·3번 줄기세포만 했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김선종 연구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황교수는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김씨는 노이사장과 통화하면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DNA 지문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황교수가 강성근 교수와 함께 있지도 않은 ‘4~11번 줄기세포 사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물론 황교수는 그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조작 논란에 대해 “…미즈메디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서, 가장 잘된 것을 배급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있다. 그것을 조작이라고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논문에 사용한 줄기세포 사진은 2번·3번 줄기세포와 그 외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찍었다고 덧붙였다.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은 황교수뿐만이 아니다. 그의 측근인 강성근 교수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12월8일, 그는 기자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11개가 다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거듭 진짜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는 “분명히 11개 다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월16일 황우석 교수는 현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황교수가 전횡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 5월 <사이언스> 논문에 이름을 올린 한 연구자는 <사이언스>가 발행되고 나서야 자기 이름이 공저자로 올랐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성일 이사장도 기자회견에서 자기 이름이 공저자로 오른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제럴드 섀튼 교수가 공저자가 된 데 대해서도 의혹이 많았는데, 노이사장은 그가 논문을 대필해 주었다는 말로 섀튼 교수가 왜 공저자 명단에 포함되었는지 암시했다.    

 황교수의 말 바꾸기와 전횡이 그의 연구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성일 이사장에 따르면, 황교수팀의 핵심인 안규리 교수는 12월15일 노씨를 만나 “어젯밤 황교수가 찾아와 줄기세포가 없다고 했다. 무섭다. 며칠 동안 황교수를 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과학자는 “황교수팀의 한 핵심 인물이 정부 당국자를 만나, (황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되더라도) 자신과 또 한 명의 연구자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황교수팀의 팀워크가 눈에 띄게 균열하고 있는 것이다.    

 황교수는 그같은 상황 변화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더 극적인 반전을 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2월1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맞춤형 줄기세포를 11개 만들었으나, 누군가에 의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는 열흘 안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동요하는 내부 연구자들을 다독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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