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최악의 인물' 김태정ㆍ연정희 부부
  • 문정우 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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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샌 ‘구설수 콤비’

올해의 인물 추천서에서 이번처럼 최악의 인물난이 붐빈 적이 없었다. 전직 대통령ㆍ국적원장ㆍ장관ㆍ지방자치단체장ㆍ재벌 회장ㆍ기자…. 그 면면 도한 다양하고 화려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인물’ 대풍년이었다. 부산교도소에서 탈옥해 오랫동안 경찰을 희롱하며 도망다니다 잡힌 도둑 신창원이 아예 ‘랭킹’에도 들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보다 훨씬 머리 굵은 도둑이 많았다는 얘기이다.

 
그 중에서도 추천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은 올해 최악의 인물은 김태정ㆍ연정희 씨 부부이다. 김씨는 사법 역사의 기록을 많이도 갈아치웠다. 정권이 교체되었는데도 용케 빅5 권좌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검찰총장 자리를 유지한 그는 검찰 총수와 법무부장관 출신으로서는 처음 재직 당시의 직무와 관련해 구속되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사법사상 처음 특별검사제가 도입된 옷로비와 파업 유도 사건 모두의 중요 피의자가 되었다. 그는 검찰 지휘자로서는 전무후무하게도 두 번이나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

97년 대선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김대중 후보 비자금 사건 수사 유보 결정을 내린 그는 김대통령이 취임한 뒤 유임되어 실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1월 ch 대전 법조 비리 사건이 터지고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을 겪으면서 비틀거린 그는 5월24일 법무부장관 취임과 동시에 진형구 전 공안 부장의 파업 유도 발언이 불거져 사임했고, 부인 연씨의 옷로비 사건에 휘말려 끝네 구속되고 말았다.

신창원이 무색한 ‘대도둑’ 풍년
특검팀 수사에 따르면, 그는 그야말로 정보를 질질 흘리고 다녔다. 부인 연씨 얼굴에 사직동팀 수사 보고서를 집어던져 관련자들이 밑줄을 쳐가며 읽게 만들었다. 신동아의 로비스트 박시언씨가 그의 사무실에서 수사 보고서를 복사해 가는 것을 방관해 수사 대상(신동아)의 손에 수사 내용을 흘러들어 가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검찰을 지휘할 자질이 없는 인물이었다.

여권 관계자의 고백에 따르면, 말썽 많은 그를 무리하게 법무부 장관에 기용한 까닭은 ‘검찰내 3분의 1에 달하는 DJ 비토 세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인물의 도덕성이나 자질보다 정권안보를 먼저 고려한 것이 정권의 불행이자 그의 불행이었다.

구치소에 있는 김씨를 걱정해 요즘 보일러를 끄고 찬 방에서 지낸다는 연씨는 1년 내내 온 나라를 흔들었던 여인들의 우두머리 격이다. 임창렬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가 경기은행으로부터 받아 챙긴 돈(4억원)에 비하면 사실 그가 탐낸 호랑이무늬 반코트는 보잘 것 없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서 성경을 끌어대면서까지 남편을 속이고 국민을 기만하려 했다. 연씨가 처음부터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옷로비 사건은 김대중 대통령이 표현한 대로 ‘온 나라를 일곱 달 동안 내내 뒤흔들지’않았을 것이다.

김태정씨 부부와 최악의 인물 정상 자리를 놓고 다툰 이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다. 그는 <중앙일보>문일현 기자가 작성해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에게 건넨 언론길들이기 작전 문건을 폭로했지만 그 입수 과정이 부도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명예에 먹칠을 했다. 게다가 그는 현재 국민회의 김근태 의원 고문 사건과 서경원 전 의원 고문 사건을 교사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서경원 밀입북 사건과 언론 대책 문건과 관련한 고소 고발 사건ㅇ 4건에 연루되어 검찰로부터 강제 구인 압력을 받고 있는데,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버티고 있다.

그밖에 최악의 인물로는 대우 부실 경영에 책임을 지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고 있는 김우중씨, 고문 경관 이근안씨, 최근 집행유예로 풀려난 임창렬 경기도 지사, 김영삼 전 대통령, 이종찬 국민회의 부총재, 전 평화방송 기자 이도준시 등이 꼽혔다. 최악의 인물들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놓고 보면 올해는 분면 최악의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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