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원 사돈 ‘광화문 재개발’ 주도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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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건축 공사 시행…“문의원 동생도 참여” 소문

 
요지 중의 요지인 서울 광화문 한복판 1천4백여 평이 대대적으로 재개발되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종로구 당주동 29번지 일대로,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큰길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건물이 완공되면 광화문 지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이곳은 1994년 4월29일, ‘세종로 구역 제2지구’로 재개발 지정되었다.

눈길을 Rm는 것은 이 사업을 주도하는 시행사 사장이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과 사돈 간이라는 점이다. 문의원의 동생인 문희재씨가 움직인 흔적도 보인다. 현지에서는 또 외국계 펀드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등 이 사업은 이래저래 건설업계의 최대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주소를 둔 시행사 ㄷ사는 올 9월 이 사업을 위해 처음 설립됐다. 등기부등본에는 ‘상당한 기간 및 자금이 소요되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광화문 오피스빌딩 개발 사업, 개발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산의 매입·취득, 그와 관련되는 사업 등’이라고 설립 목적이 기록되어 있다. ㄷ사 자본금은 50억원이다.

ㄷ사 대표이사인 ㅎ씨의 딸은 문희상 의원의 아들과 결혼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02년 퇴직한 ㅎ씨는 건설 쪽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런 대규모 공사를 시행하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 사업에 밝은 한 관계자는 ㅎ씨 가족 중에 이 분야에 밝은 사람이 있어서 그가 실질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ㄷ사는 이미 개발 대상 토지의 80% 이상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지역에 최고 넓은 6백40평의 땅을 갖고 있는 금강(주)이 9월 말 3백40억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상당수 토지가 팔렸다. ㄷ사가 금강 측과 접촉을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쯤으로 알려졌다. 금강(주) 관계자는 “우리는 ㄷ사 측에 한 번에 돈을 주면 땅을 팔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문의원의 동생인 문희재씨도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문씨는 ㄷ사와 관련 있는, 부동산 분양 등을 하는 ‘또 다른 ㄷ사’가 이름을 바꾸기 전 이 회사의 감사를 지냈다. 문씨는 올 6월3일 이 회사에서 등기상 감사를 퇴임했고, 7월 1일 이 회사는 이름을 ‘또 다른 ㄷ사’로 바꿨다. ㅎ씨는 이 회사의 대표도 맡고 있다.

토지 매입 때 전액 현금 지불해 ‘눈길’

이와 관련해 문희재씨는 “나는 ㄷ사의 이름도 모른다. 광화문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문씨가 토지 매각과 관련해 한 회사의 고위 인사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은밀하게 그가 문의원의 동생이 맞는지 조사까지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왜 문씨가 부인하는지 의문이 이는 대목이다.

ㄷ사는 토지주들에게 한 번에 매각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보여줬다. ㄷ사 관계자는 토지를 매각하기 위해 8백50억원의 돈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ㄷ사가 내는 한 달 이자만도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세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단 한 번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놀랍다. 이런 전례가 없다고 한다. 외국계 펀드가 건물이 완공되면 사들이기로 했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ㄷ사가 땅을 사들인 돈은 동부증권에서 나왔다. ㄷ사에 대한 대출 및 대출채권 권리에 대한 관리·처분 등을 목적으로 지난 9월12일 설립한 ㅅ사가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동부증권이 주간사가 되어 국내 10여 군데 금융기관에 팔아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시공사인 경남기업(회장 성완종)이 이 어음에 대해 보증을 섰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위치가 좋고 재개발 구역이기 때문에 인허가 문제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토지만 확보되면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지난 9월 ㄷ사가 재개발 대상 구역의 토지를 이미 81% 확보했다는 것을 확인했고, 경남기업이 보증을 섰기 때문에 대출을 했다”고 말했다.

개발 대상 구역의 토지를 80% 이상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사업을 시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현재 ㄷ사의 지분 99%는 동부증권과 돈을 댄 금융기관들이 나눠 갖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ㄷ사는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부증권에서 돈을 대출받기 직전에 외국계 펀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건물이 완공되면 캐나다계 외국 펀드와 우선적으로 매각 협상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MOU는 12월 초 해지되었다.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과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이 이 빌딩에 관심을 보인 것이 MOU를 해지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ㄷ사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문일 뿐이다. MOU를 체결한 적이 없다”라고 적극 부인했다.

이 사업 시공사는 성완종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경남기업이다. ㄷ사와 경남기업은 지난 11월11일 7백79억3천만원에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위치, 빌딩이 세워졌을 때 매각이 가능한가 등이 중요 판단 기준이었다. 시행사가 토지를 사들이기 전 여러 위험 요소가 있었을 때 우리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시공을 따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ㄷ사는 지난 10월19일 서울 종로구청에 ‘구역변경 지정 신청서’를 냈다. 이곳에 지상 23층, 지하 6층짜리 업무용 빌딩을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공람, 구의회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사업 계획이 타당한지를 조사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8개월 정도 걸린다.

재개발이 가시화하면서 주민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2월 초 대상 지역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상인들은 ‘세입자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청와대, 서울시 등 관련 기관에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힘없는 세입자들을 그냥 내쫓으려고 한다면 인생을 이곳에서 마감할 각오로 싸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닦은 기반을 떠나는 것인데 최소한 다른 곳에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ㄷ사 관계자는 보증금이나 이사비용은 줄 생각이지만 권리금을 보장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ㄷ사의 광화문 개발 사업과 관련해 문희상 의원의 측근은 “사돈이 하는 일을 어떻게 알겠냐. 전혀 아는 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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