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거짓말이니…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2.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우석 교수와 연구팀원들, 이틀에 세 번꼴로 속여

 
2006년이 되어도 황우석 교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전히 황우석 교수측은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되었다며 자신들이 줄기세포를 만들었음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 ‘바꿔치기 의혹’을 완전히 규명하지 않는 한 사태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어떤 결론을 맺든 이미 드러난 거짓말이 있고, 이를 통해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이번 파문과 관련, 누가 어떻게 거짓말을 했는지 집계해 보았다. 집계 방식은 편의를 위해 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사에 등장한 인용문만 따졌으며 2005년 11월13일(섀튼 교수 결별)부터 12월23일(서울대 조사위 발표)까지 40일간을 조사 기간으로 삼았다. 간접 인용문도 모두 포함시켰으나 기사 한 건, 취재원 한 명당 거짓말 횟수는 1회로 제한해 집계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이 확정된 사실과 거짓만을 체크했다.

조사 결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40일간 취재원으로 등장한 기사 가운데 무려 59번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에 세 번 꼴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개인별로 보면 황우석 교수가 10건, 이병천 교수가 4건, 강성근 교수가 2건 등이었고 나머지는 취재원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 관계자’인 경우였다. 반면 같은 기간 황우석 교수와 반대편에 서 있었던 <PD수첩>은 한 번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압 취재는 없었다’라는 발표 내용이다.

황 교수팀을 취재원으로 인용한 기사 가운데 중앙 일간지와 방송사를 포함하면 그 횟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지난 두 달 간 황우석 교수가 해온 거짓말 중 주요한 것을 추리면 아래와 같다.

황우석:“환자의 세포로부터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용 목적으로 사용한 난자 가운데 불법으로 거래된 것은 하나도 없다.” “연구팀 소속 연구원의 난자 제공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도 없었다.”  “냉동 보관 중인 복제 줄기세포를 해동 중에 있다. 10일 후에는 확인이 될 것이다.”

# 난자 매매

황우석 교수는 11월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연구용 목적으로 사용한 난자 가운데 불법으로 거래된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월24일, 2004년 <사이언스> 연구에 매매된 난자를 썼다고 시인했다.

# 연구원 난자 제공
황우석 교수는 11월24일 기자회견에서 연구원들은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고 그 과정에 강압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12월12일자 <타임> 아시아판 인터뷰에서도 “그들은 어떠한 강압 없이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아무개 연구원이 직접 기술한  난자 기증 과정은 자발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박 연구원은 실수로 연구용 난자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크게 질책을 받은 나머지 ‘내 난자를 기증해서 채워 넣겠다’라고 말했고 황우석 교수는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 논문은 조작되지 않았다
황우석 교수는 11월24일 기자회견에서 (논문에) 문제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의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5년 논문은 조작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이 날 솔직히 조작 사실을 털어놓았다면 한 달 동안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D수첩>과 공동 진행한 DNA 검증 과정
황우석 교수팀은 <PD수첩>이 진행한 1차 DNA 검사 판독 결과 1개 줄기세포에서 불일치 판정이 나오자 “검증을 잘못 했기 때문이다” “검증 작업 자체를 믿을 수 없다” “검사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1월18일 황교수 팀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줄기세포 DNA가 환자 체세포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2차 검증을 회피한 이유
황우석 교수측은 <PD수첩>과의 계약서에 명시된 2차 검증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이언스>측에서 재검증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언스>는 자신들은 재검증을 하지 말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성근:“MBC <PD수첩> DNA 분석 자료는 과학적 오류가 심각했다.”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 11개의 환자 체세포 줄기세포 라인을 다 갖고 있다.” “(DNA 핑거프린팅 문제에 대해)16개의 마커 중에서 두세 개의 피크가 같다는 이유로 조작 운운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과학자라면 로(raw:가공하지 않은) 데이터를 보고 말해야 한다.”

#사이언스 사진 중복

12월5일 <사이언스> 논문 사진 중복 의혹이 제기되자 황우석 교수측은 “수백 장의 사진 가운데 고르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는 김선종 연구원이 2개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을 11개로 늘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황교수측은 또 사진 중복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사이언스>에 정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황우석 교수팀이 정정을 요청한 시각은 한국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의혹을 제기한 이후라고 답했다.

# <사이언스>의 검증 능력
이병천 교수는 12월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이언스> 검증 시스템을 운운하는 것은 국가적인 이미지 훼손에 속한다”라고 답했다.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사이언스>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이중 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에 밝혀진 결과 <사이언스>는 문서 자료만 보았을 뿐 DNA 검증은 하지 않았다.

# 일본 논문
12월6일자 조선일보는 황우석 연구팀인 이병천 교수 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개의 자연교배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나 최근 연구가 외적인 요인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진행되지 못해 논문을 게재하지 못했다. 그 사이 일본 오사카 현립(縣立)대 연구팀이 자연교배로 얻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일본에 지기 싫어하는 민족감정을 자극했다. 그러나 그 일본 논문은 이미 2005년 봄에 발표된 것으로 <PD수첩> 방송 이후에 일어난 사태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이병천:“이번 사태 때문에 일본 연구진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사이언스>와 국과수의 이중 검증을 받았다. <사이언스> 검증 시스템 운운하는 것은 국가적인 이미지 훼손이다.” “MBC가 그동안 비이성적인 제보자의 제보만 가지고 해외 연구진을 연구 외적으로 괴롭힌 것을 납득할 수 없다.”

# 황우석 반대편 사람들의 거짓말
노성일 이사장은 음성적으로 제공받은 난자 중 일부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배아 복제 실험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부인했다. 또 <PD수첩>의 DNA 분석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자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내가) 학계에 보고했던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모른 채 검증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기자들 중에도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YTN의 김진두 기자는 12월4일 방송된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취재 과정에 대해 “김선종의 아버지와 연락이 되어서 인터뷰를 성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황우석 연구팀이 그를 지목해 동행을 권유한 것이었다. 그는 12월28일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항공료 6백여만원을 공항에서 현찰로 계산했다”라고 말했으나, 안규리 교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YTN은 항공료를 귀국 이후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PD수첩>이 한 거짓말도 있었다. <PD수첩>은 회사 경영진과 일부 언론에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에 강압은 없었다”라고 말했으나 이후 MBC는 강압 취재를 시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