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는 분들 심심할 틈 없겠네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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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열릴 주요 국제 경기들
병술년에는 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네 차례 열린다.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독일 월드컵 축구대회·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이다. 올해는 한국 스포츠의 진정한 실력을 가늠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여 여느 해보다 많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제20회 동계 올림픽이 2월10일부터 17일간 열린다. 세계 85개국 5천여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트·쇼트트랙 등 7개 종목(세부 종목 15개)에서 84개 금메달을 다툰다.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금 4·은 1·동 1개로 6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오노 사건’으로 아쉬움을 남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한국은 금 2·은 2개를 따는 데 그쳤다.

 
토리노 대회에서 한국의 목표는 금 3개 이상. 전통적으로 강한 쇼트트랙에서 안현수(21·한국체대)와 진선유(18·광문고)가 개인 부문 금메달을 노리고 있으며 남녀 단체에서 1~2개 골드를 기대하고 있다. 안현수는 김동성의 메달을 가로챈 안톤 오노(미국)와 메달 색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무서운 신예’ 진선유도 지난해 제3차 월드컵에서 대회 5관왕을 이룬 만큼 금메달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쇼트트랙 대표팀이 최근 잇단 파문을 일으키고 있어 불안을 드리우고 있다. 구타 사건, 파벌별 분리 훈련, 성적 조작…. 쇼트트랙이 국제 대회에서 계속 금메달을 따냈기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실 이런 일들은 다반사였다.

 
한국은 이강석(21·한국체대)·이상화(18·휘경여고)를 앞세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14년 만의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이강석은 2005~2006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5백m에서 한국 기록을 거푸 갈아 치웠다. 이상화는 2005년 3월 세계 종목별 선수권대회 5백m에서 국내 선수로는 10년 만에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 김윤만(은메달)·이준호(동메달)가 마지막이었다.
동계 올림픽에서의 성과는 강원도 평창의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14년 대회 개최지는 2007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다. 현재 평창·알마티(카자흐스탄)·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등 7개 도시가 유치 의사를 밝혔다.

 
3월3일부터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열린다.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올해가 첫 대회다. 미국이 메이저리그의 한계를 절감하고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계획했다.
A조에 속해 있는 한국은 아시아 예선(16강)을 통과해야 본선에 출전할 수 있다. 한국·대만·일본·중국 중에서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우리가 일본보다 다소 처져 중국·대만을 모두 꺾어야만 2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들이 4~5명이나 되는 대만은 전체적인 야구 수준도 한국 못지않다.

 
한화 김인식 감독을 사령탑으로 박찬호(샌디에이고)·서재응·최희섭(이상 LA 다저스)·이승엽(일본 롯데)·배영수(삼성) 등 국내외 최강 멤버로 짜인 한국이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면 3월14일부터 미국에서 본선을 치른다. 8강 참가국으로는 미국·도미니카·쿠바·일본 등이 유력하다. 객관적으로 한국 야구는 세계 8강권 턱걸이 수준이다.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할 듯

6월에는 온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 축구대회에 몰릴 것이다. 개최지는 독일. 한국에서 열린 2002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불리한 만큼 16강 진출이 쉽지 않다. 하지만 2002년보다 긍적적인 점도 많아 희망을 걸 만하다. 2002년 때에는 유럽파라고는 안정환(당시 이탈리아 페루자)·설기현(당시 벨기에 안트워프)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영표(토트넘 홋스퍼)·안정환(FC메스) 등 무려 6명이다. 주축 멤버들이 세계 수준의 리그에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는 뜻이다. 최진철(전북)·이운재(수원)·이천수(울산)와 같은 히딩크 사단 멤버가 건재하다는 점도 고무적이며 박주영(FC서울)·김두현(성남)·김정우(나고야) 같은 두려움 없는 젊은 피까지 즐비하다.
네덜란드 대표팀을 두 차례나 지휘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 ‘지한파’ 핌 베어벡 코치, ‘맏형’ 홍명보 코치까지 있으니 벤치 파워도 히딩크 사단 못지않다. 프랑스·스위스
·토고 등 해볼 만한 팀과 같은 조에 속한 것도 희망적이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고 원정 경험을 쌓는 과제를 해결한다면 16강 진출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2006년은 12월 ‘3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제15회 아시안게임으로 막을 내린다. 도하에서 열릴 이번 대회는 회원국 45개국 모두가 출전해 39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관전 포인트는 사상 최초로 종합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이뤄질 수 있느냐와 한국이 아시아 2위를 수성할 수 있느냐에 있다.
남북 단일팀은 1991년 지바 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축구청소년대회에서 구성된 적이 있으나 종합 대회에서는 없었다. 다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한 최초로 동반 입장이 이루어졌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북측 여자 응원단이 남측으로 오며 ‘북녀 신드롬’을 일으켰을 뿐이다.

 
지난해 남북은 2006년 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뒤 최근 실무 회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사실 종합 대회 단일팀 구성은 선수 선발·지도자 선임 따위의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남북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선수를 뽑을지, 단체 또는 개인종목에 따라 선발 방식을 다르게 할지부터가 난제다. 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병역 혜택이 주어지고 성적에 따라 연금 액수가 결정되는 만큼 단일팀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선수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상징적인 몇 개 종목에서만 단일팀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2위 수성도 관심사다.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 96·은 80·동 84개로 2위를 차지했다(중국은 금 150개로 1위, 일본은 금 44개로 3위). 2006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는 중동 한복판. 한국에게는 더욱 어려운 대회가 될 것이다. 2위 수성의 관건은 2가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제 종합 대회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일본, 기초·투기 종목에서 유달리 강한 중동 파워가 그것이다.
일본은 수영·육상 같은 기초 종목,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유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수영·체조·육상 부문 메달을 따는 등 금메달만 무려 16개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한국은 금 9개로 9위). 한국이 메달을 많이 딸 수 있는 투기 종목에서는 세계 대회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중동세가 사뭇 위협적이다. 따라서 중동이 기초 종목에서 일본의 메달을 빼앗고 우리가 투기 종목에서 중동에 밀리지 않는 것이 2위 수성의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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