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이길 자 어디 없소?
  • 고제규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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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권 후보는 이시장” 72%…여당은 정동영·고 건·김근태 순
 
정확히 1년 만이다. 지난 2월1~2일에 열린우리당의 2기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것은, 1기 당원협의회장을 대상으로 조사(2005년 2월1~2일)하고 나서 꼭 1년 만이다. 그 사이 당의장이 세 번(문희상-정세균-유재건) 바뀔 정도로 열린우리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년 동안 당심(黨心)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열린우리당 오피니언 그룹’ 사이에 형성된 ‘이명박 대세론’이다. 2기 운영위원장들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로 이명박 서울시장(72%)을 꼽았다. 박근혜 대표(10.4%)와 손학규 경기도지사(1.6%)를 꼽은 경우보다 월등히 많았다. 지난해 조사에서 이명박(40%)-박근혜(18.1%)-손학규(17.5%) 순서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적어도 열린우리당 열성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세론’이 공고해진 셈이다.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 간에 격차가 벌어진 것은, 이시장이 여야를 통틀어 대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고 건 전 총리와 1, 2위를 다투고 있는 데다가 ‘사학법 장외투쟁’이 흐지부지되면서 박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건 영입 찬성률 크게 높아져

반면 이시장에 맞설 여권 후보에 대한 응집력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열린우리당 대권 후보로 정동영(DY) 전 장관(34.1%), 고 건 전 총리(13.2%), 김근태(GT) 의원(12.1%)을 꼽았는데, DY와 GT는 모두 지난해 조사 때보다 대체로  4~5% 포인트가 하락했다. 또 재집권 전망에 대해서는 희망적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82.4%에 이르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반드시 재집권한다(51.9%)’과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38.1%)’는 응답을 합해 90%선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대감이 일정 정도 ‘톤 다운’된 측면이 있다. 여권 후보에 대해 마땅치 않아 하는 당내 기류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장외 블루칩’ 고 건 전 총리를 꼽는 경우(13.2%)와 무응답 층(33.5%)이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고 건 전 총리를 꼽은 한 응답자는 “DY나 GT를 합해도 국민 지지도가 10%를 넘지 않는다. 고 건을 영입해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 건 전 총리 영입에 대해선 태도 변화가 확연하다. 지난번 조사와 비교해 보면 영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45.6%에서 64.8%로, 반대하는 비율은 40%에서 30.8%로 바뀌었다. 대전·충청권(54%)과 강원도(37.5%)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찬성률이 비교적 적었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찬·반이 팽팽하던 것이 ‘우호’ 쪽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과 합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심 변화가 엿보인다. 지난번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응답이 80%로 반대(16.9%)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던 것이 찬성이 61.5%로, 반대가 35.7%로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강원이 전체 응답과 비슷한 양태를 보였고, 영남권과 호남·충청권 사이에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호남과 충청권에서는 합당 찬성 응답률이 75% 안팎이었는데, 영남권은 합당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55% 정도였다.

“민주당과의 합당 찬성” 61.5%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에 따르면, 고 건 영입·민주당 합당에 대한 운영위원장들의 견해는 열린우리당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연구소가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층은 민주당 통합 찬·반(51.9%:36.5%), 고건 영입 찬·반(53.8%:44.0%)에 대한 응답에서 이번 <시사저널> 조사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정창교 위원은 “이명박 시장에 맞설 후보가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층에서 ‘비한나라당 주자’ 고 건 대안론이 퍼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김두관 후보를 1순위로 지목한 층이 상대적으로 확연한 색깔을 보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고 건 전 총리 영입이든, 민주당과의 합당이든 다른 어느 그룹보다 많이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고 건 영입에 반대하는 비율(52.2%)은 찬성 비율(39.1%)보다 높았다. 특히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는 반대(91.3%)가 찬성(8.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후보를 지지하는 주요 세력이 영남권과 참여정치실천연대이기 때문에 특히 합당론에 대해서는 ‘도로 민주당 하자는 것이냐’라는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

한편 헌정 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76.4%)로 의견이 모아졌다. 5년 단임제(9.3%)를 유지하자거나 내각제(7.1%)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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