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영웅 교향곡’ 울려라
  • 기영노(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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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관전 포인트/안현수, 다관왕 가능성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12월11일(한국 시간) 개막되어 2월27일까지 17일 동안 벌어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약에는 올림픽은 동계·하계 구분 없이 16일 동안 치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대회 규모가 17일로 슬그머니 하루 늘었다. 개막식 하는 날을 하루 뺐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계올림픽 메달의 가치는?
올림픽의 꽃인 메달 기준으로 볼 때 동계올림픽 메달은 하계올림픽 메달에 비해 희소성과 보편성에서 차이가 난다. 하계올림픽 금메달 수는 3백1개(2004 아테네 올림픽)다. 그러나 이번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 수는 84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메달 1개에 따라 종합 순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한국은 지난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 남자 1천5백m에서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에 말려 금메달 1개를 놓쳤다. 결국 한국은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로 최근 10여 년간 최악의 성적인 14위에 머물렀다. 만약 김동성의 금메달이 인정되었다면 금메달 3개로 10위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번 토리노 올림픽에서 종합 우승을 다투는 독일 노르웨이 등은 금메달 15개만 따면 우승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계올림픽은 금메달 15개 정도로는 그저 ‘톱 10’에 만족해야 한다. 적어도 금메달 40개는 넘어야 종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이같이 희소성이 있는 반면 하계올림픽에 비해 보편성이 크게 떨어진다. 하계올림픽에서는 아시아·유럽과 남·북 아메리카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까지 메달을 따고 있다.

 
금메달을 따는 나라가 60개국이 넘고 메달을 만져 보는 나라도 1백 개국이 넘는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한국·일본·중국 정도만 금메달을 따고 있다. 이제까지 아프리카나 남미 그리고 한국·중국·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본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동계올림픽이 자연적으로 눈과 얼음을 볼 수 있고,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들만의 잔치라는 것을 웅변한다.
               
하이라이트는 여자 피겨 싱글

동계·하계를 막론하고 ‘올림픽 영웅’은 다관왕과 특정 종목의 우승자다.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종목은 남자 1백m와 피날레로 장식되는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다. 마찬가지로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여자 피겨 싱글이다. 토리노 올림픽에는 러시아의 올해 스물일곱 살인 이리나 슬러츠카야 선수가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리나 슬러츠카야는 지난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으나 미국의 새러 휴스의 텃세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일본의 아사다 마오, 한국의 김연아 등 만만치 않은 도전자가 있었으나 두 선수 모두 나이 제한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다. 이리나 슬러츠카야에게는 행운이다. 실제로 이리나 슬러츠카야는 아사다 마오에게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졌다. 그러나 일본의 자존심인 수구리 후미에, 아라카와 시즈카, 안도 미키 3명이 펼치는 인해전술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이리나 슬러츠카야가 금메달을 따내면 여자 피겨 싱글 사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다관왕 후보로는 쇼트트랙의 안현수·진선유(이상 한국), 안톤 오노(미국), 리자 준·왕멍(이상 중국) 그리고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와 스키를 결합한 종목)에서 노르웨이의 에이나르 비에른달렌은 이미 6개의 메달(금메달 5개·은메달 1개)을 딴 바 있는 베테랑으로 이번에 여섯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중장거리에서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흐슈타인도 주목받는 선수다. 이미 7개의 메달(금메달 4개·은메달 1개·동메달 2개)을 딴 서른여섯 살의 할머니급(?)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다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스키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스키 영웅 헤르만 마이어가 최소한 2개 이상의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최다 선수단 출전

이번 대회는 사설과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고를 자랑했던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77개국 2천3백99명이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8개국이 늘어난 85개국 2천5백여 명이다. 스키와 빙상·아이스하키·봅슬레이 등 15개 세부 종목에 걸려 있는 금메달 수만 84개다. 그리고 한국은 쇼트트랙 등 5개 종목에 69명의 선수단(선수 40명, 임원 29명)을 보냈고, 지난 솔트레이크 대회 때 출전하지 않았던 북한도 피겨·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 등에 6명의 선수를 내보냈다.

 
대회 전부터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역사상 가장 완벽했다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못지않게 9천여 명의 군경을 직접 투입하는 등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가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어 알 카에다 등 이슬람 단체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혈액 검사’와 ‘신고 포상제’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신고 포상제는 어떤 선수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거나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IOC에 신고하면 일정액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한국,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한국은 ‘톱 10’ 재진입과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금메달 3개(은메달 1개·동메달 2개)로 종합 9위를 차지한 후 2002 솔트레이크 대회에서 14위로 밀렸다. 이번 대회에서 8년 만에 4개 안팎의 금메달로 종합 10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종합 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종목으로는 쇼트트랙이 꼽히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이강석에게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까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5개, 그리고 동메달 4개를 땄다. 그 가운데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천m에서 김윤만이 딴 은메달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쇼트트랙에서 얻었다.

올림픽 무대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위원들과 각국 NOC 관계자, 그리고 전세계 주요 스포츠 인사, 세계 언론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이어 차차기 올림픽인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 평창으로서는 아주 중요한 기회다. 따라서 박용성 등 한국 IOC 위원과 평창 올림픽 유치위원단이 평창의 우수한 개최 여건과 비전, 그리고 평창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동계올림픽 유치 열망을 전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동계올림픽 1인치 더 보기

동계 종목은 1908년 런던 올림픽 때 남녀 피겨스케이팅이 하계올림픽의 일부 종목으로 열린 바 있다. 그리고 프랑스·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들이 주장해 하계올림픽에서 분리되어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회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그동안 유럽에서만 개최되다가 1932년 미국(레이크플레시드)에서 처음 열렸고, 1972년 아시아(삿포로)에서도 처음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유럽, 미주, 아시아에서만 열리고 있다.

 
동계올림픽 최고 영웅은 1980년 레이크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때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백m, 1천m, 1천5백m, 5천m 그리고 1만m를 모두 제패해 5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미국의 에릭 하이든이다. 또 미국의 에드워드 이간은 1920년 앤트워프 하계올림픽 복싱 라이트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1932년 레이크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서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역사상 유일하게 동·하계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선수로 기록되었다.

1964년 인스부르크 올림픽은 2명의 사상자를 내 ‘최악의 올림픽’이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로스 밀른 선수가 대회 직전 활강 훈련을 하다가 나무에 부딪쳐 사망했고, 폴란드계 미국인 봅슬레이 선수 스크리지 페키는 훈련 도중 회전을 하다가 머리를 다쳐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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