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복지 대연합이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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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양극화 해결할 곳은 민노당뿐”

 
지난 2월10일, 민주노동당 당대표 선거에서 ‘통합’을 내세운 문성현 대표가 당선했다.  결선까지 치른 치열한 선거전에서 53.62%의 지지를 얻어 46.38%에 그친 조승수 전 의원을 제쳤다. 문성현 대표는 자주파(NL계)가, 조승수 전 의원은 평등파(PD계)가 지지했다.
문성현 신임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30여 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해왔다. 1999년에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냈는데, 단병호·심상정 의원과 함께 ‘문·단·심’으로 불리며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당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문성현 신임대표를 만났다.

- 이번 당직 선거에 대한 평가는? 혼탁했다는 말이 있다.
선거가 급박하게 진행되었는데도 70% 정도가 참여했다. 당원들의 관심이 높았다. 결선까지 오면서 선거전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다른 정당에 비해서는 점잖은 편이지 않았나.

- 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을 특정 정파가 독식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선 자주파라는 용어부터 지양해야겠다. NL·PD는 구시대적 구분이다. 자주와 평등이 결합해야 한다. 내가 당 대표에 출마한 것도 ‘이래갖고는 안 된다.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독식론이라고 하면, 나는 책임론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 의장이 함께 당 운영을 책임 있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당직 선거는 책임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 민노당 위기론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위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2004년 4·15 총선 이후 지지도가 20%까지 올라간 것은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와 애정이 나타난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당 득표율 13%에 플러스 3% 정도가 우리 위상에 맞다. 국회의원 9명, 진성 당원 6만~7만 명이 냉정한 현실 아닌가. 이 정도로 한국 정치 현실에서 획기적인 정치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 전 지도부에 대해 평가하자면?
1기 지도부에 대해 최고위원회가 아니라 ‘최저위원회’이고, 특정 정파가 독식해 문제였다는 말을 듣긴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당내 활동이나 대중 활동 등 경험이 부족해서 나타난 문제점이라고 본다.

- 당내 정파 구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표로서 일을 통해서 이를 돌파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지방선거,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에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일을 하기도 벅차다. 사안별로 의견을 모아내면, 정파 문제는 잠복하거나 부차적이 될 것이다. 1999년 금속연맹 위원장을 2년 동안 하면서도 정파 갈등이 없었다. 그때도 세 명이 경선해서 결선 투표를 통해 뽑혔다. 선거에서는 정파 문제가 드러나지만 일을 통해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북한 인권이나 북핵 문제에서는 시각 차가 있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각 차가 있다. 이북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사회주의적 인권을 실현하려는 국가라고 본다(문성현 대표는 북한을 ‘이북’으로 표현했다). 이북도 사회주의적 인권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선 이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알고 나서 문제가 있다면 지적해야 한다. 지금 북한 인권에 대한 자료는 대개 미국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북핵 부분은 상대적이다. 핵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탈핵·비핵이 맞다. 특히 전지구적으로 핵 무기는 안 된다. 하지만 미국 핵에 의한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무기가 핵주권이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에 의한 위험이 상존하고,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도입하면서 핵주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위험이 없다면 핵주권에 대해 반대한다. 이건 군사학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너무나 명백한 것이다. 북한 인권이든 북핵 문제든 당내에서 시각 차가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실제로 일을 해나가는 데에 이런 문제는 당의 정체성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 민주노총의 갈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안타깝다. 나에겐 친정인데. 마음이 안 편하다. 나는 민주노총이 좌·우 구도로 나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파·중앙파·현장파 세 흐름이 있다면 다 근거가 있고, 일리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나? 어떻게 하면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노력했는데 잘 안 되면, 냉정한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소수는 다수의 뜻에 따라야 하고, 다수는 소수를 배려해야 한다.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는 어떤 정파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이견이 있으면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그 결론을 집행해야 한다. 누구든 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 등 회의에 와서 얘기를 하라. 민주노총에도 이런 점을 얘기할 것이다. 당도 이런 원칙에 따라 할 것이다.

- 당 대표로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민생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개인 파산, 상가·주택 임대차 문제를 담당해온 경제민주화운동본부를 강화해야 한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노당 의원이 대거 늘어날 것이다. 지방자치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서를 강화해야 한다. 조세 분야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정책위 의장에게도 조세 분야를 정책위에서 종합적인 정책 중심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연구소장에게도 중·장기적으로 조세 연구를 하자고 했는데, 재경위·보건복지위 의원실과 정책위원회가 당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조세에 관해 진보적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이들과도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 5월31일 지방선거에서 목표가 무엇인가?
민노당이 전국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도록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하고 지난 총선 이후 가졌던 제3당 위치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그 선이 15% 득표율이라고 본다. 광역단체장 후보도 전부 다 내보낼 것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을 것이다. 민노당만큼 쌀시장 개방 반대에 앞장선 정당이 없다. 이미 경남의 한 지역은 민노당 지지율이 35%를 넘었다. 연초에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 양극화 해결을 강조했다. 이제야말로 민노당의 시대가 왔다. 부동산 문제, 신자유주의, 사교육 문제, 의료 산업화 등 사회 양극화에 대해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 민노당이다. 정치가 그동안 독재냐, 민주냐, 어느 지역이냐로 구분되었는데,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격돌하는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선거에서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 대표로 선출되기 전에 경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되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대선·총선·지방선거 가운데, 민노당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를 굳이 뽑으라면, 이번 지방선거이다. 총선이나 대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려면 이번에 기초의원들이 대거 진출해야 한다. 첫 출발이 지방 정치다. 당 대표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당 대표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출마해 도움을 주는 편이 훨씬 낫다. 민노당이 울산·부산·경남 등에서 뭔가 보여줄 수 있다.

- 반한나라당 민주 대연합론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역사는 지났다. 독재 하에서는 민주화 동지로서 비판적 지지나 민주 대연합 노선이 있을 수 있다. 나도 한때 했었고. 하지만 민주 대연합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평등적 과제를 해결하는 복지 대연합이 필요하다. 복지 분야에서 핵심인 비정규직 정책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다. 민노당과는 진단도 대책도 다르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 대연합과 민노당은 아무 상관이 없다.

문성현 대표 약력
1952년 경남 함양 출생. 진주고·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주)통일 노조 위원장.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 전노협 사무총장. 민주노총 전국금속연맹 위원장. 민노당 입당(2000년). 민노당 경남도당 위원장. 5·31 지방선거 민노당 경남도지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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