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배달과 민주주의
  • 朴重熙(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8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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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비밀경찰이 당신 집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없다. 그게 민주주의다.” 막, 군사 강권정치의 악몽에서 깨어나오던 때의 그리스였으니까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었다. 그것을 전하던 영국의 한 신문이 거기다가 이렇게 더붙였겠다.
 “아침에 우편배달부가 당신 집에 안오는 일이 없다. 그래야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불안으로부터의 해방도 그렇지만 불편이나 무질서로부터의 해방 역시 민주주의 요건이 된다는 얘기이며, 우편배달이 아침에는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불평의 표시였다. 그리스 民政이 복귀한 74년 당시나 아침배달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한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고 있었던 1백년 전에는 런던에서 우편이 하루에 적어도 여섯 번씩이나 배달 됐었다. 1차 세계대전 때도 저녁 여섯시에 부천 총리대신의 유명한 연애편지가 같은 날 밤 늦게 그의 소실 집에 들어갔었다는 게 전설로 전해진다.
 배달이 틀림없는 것이기도 해서 소설 속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편지 배달시간을 실마리 삼아 살인사건을 풀기도 했다.
 그러면 지금은 어째서 우편사정이 그 꼴이냐. 최근, 한 원탁토론에서의 발언자의 설명이 어딘지 좀 으스스한 것이었다. “누구나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어졌다. 노조가 강해 간단히 모가지 잘리는 일이 없다. 혹, 있대도 사회보장 덕으로 절대로 굶지 않는다. 무어라고 내가 새벽같이 일어나....” 나가지 않는 건 물론 우편배달부뿐만은 아니다. 그게 영국에서만도 아니다.
 “새벽은 그만 둬도 일요일이라도⋅⋅⋅” 해서 일어난 것이 요즘 런던에서의 ‘우편배달과 민주주의’ 논의다. “그러나 그게 실현되긴 쉽지 않을 걸⋅⋅⋅”
 런던의 한 권위있는 신문은 이렇게 토를 달았다.

◆....아무리 ‘잘 먹고 오래 살자’ 하는 게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했다. 헨리 8세(그게 누구냐는 덮어둬도 괜찮다)는 ‘굵게 살다 죽은 왕’으로 되어왔다.
 그건 그가 장가를 여섯 번 갔다든지 그렇게 얻은 마누라 가운데 둘을 도끼로 목을 쳐죽였다 하는 따위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런던탑 속에 가면 볼 수 있는 그가 쓰던 철갑옷 가운데에 달린 남성의 심볼주머니 크기에 경탄치 않는 사람이란 없다.
 그래서 헨리는 모르긴 몰라도 영국 사람들이 “사내 힘 좋다”는 민족적은 ‘마초’(Macho)심볼로서 은근히 자랑해온 터였다.
 그가 죽은 것도 그 원인이 그답게 매독이었던 것으로 되어왔다. ‘그러나 사실인즉⋅⋅⋅’하고 어는 이름있는 기고가가 이곳 史學관계잡지 ≪History Today≫에서 주장하고 나선 그의 死◯이라는 것이 시시콜콜하기 짝이 없다.
 그게 평시에 청과물과 채소를 충분히 먹지 못한 데서 오는 괴혈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먹을 것 제대로 찾아 먹지 못한 영양실조였다는 것이다. 쯧쯧⋅⋅⋅. 그렇다면 딴 것 다 그만두고 헨리의 그 경탄받는 철갑옷의 대형 주머니꼴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영국 사람들간에 그걸 놓고 ‘민족적 ◯事◯다’ 할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놀랄일이 아니다.

◆.... 힘좋은 사내의 ‘마초’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하자. 영국의 여성총리 대처와 소련이 공산당서기장 고르바초프가 서로 까놓고 좋아하는 게 이런 ‘마초’에서 배짱맞는 데가 있어서라고 하지만 지난 대전 때의 스탈린과 처칠 사이에서도 그런게 약간은 있었다는 건지⋅⋅⋅.
 스탈린이 처칠에게 군수품 원조로 콘돔을 보내라고 하면서 그게 소련군용이니까 큼직하게 만들어 보내라고 했겠다. 이에 응해 처칠은 특대품들을 만들어 보내면서 포장지에 이렇게 찍어 놓았다. ‘메이드 인 잉글런드 스몰 사이즈’. 나라도 허영을 먹고 사는 동물인게 틀림없다.

◆....먹고 사는 것에 관해 한가지 좀 비참하고 창피한 고백 하나 해야겠다. 서양 땅에서 일일이 한국음식 찾아 먹기도 쉽지 않아 흔히는 밥에다가 버터를 비벼 거기다 왜간장을 쳐서 먹는 망측한 버릇이 생겼었다. 경험있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수긍이 가는 일이리라. 그러다가 하도들 버터는 콜레스테롤인가 뭔가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해서 마가린을 대신 발라 먹고 앉아왔었다. 그런데 요즘 듣자 하니 의학자들 얘기가 그게 버터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정말 왜들 이러는 것이냐. 하여간 음식 하날 가지고 요러쿵 조러쿵들 따지고 자시고들 하고 있는 꼴들을 보아도 요즘의 서양인들이 뭐가 어쩐지 졸아드는 기분으로 주눅이 들어 있는 게 무리가 아니다.
 또, 그들이 우리같이 개도 잡아 먹고 우격다짐으로라도 4메가 D램도 만들어내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은근히 존경하려 드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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