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살인사건 수사 돕는다.
  • 로스앤젤레스=연합통신 ()
  • 승인 198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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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보완하는 법곤충학.... 구더기 모양 보고 범행시간 밝혀

보잘 것 없는 곤충들이 미국에 빠진 살인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곤충학자들은 구더기를 이용, 정확한 사망시간을 추정하는가 하면 곤충의 분포지역에 알아내 범죄수사에 활용한다. 살인사건 해결의 열쇠는 범행시간이다.
 시체를 방치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기 시작하고 파리들이 알을 슬어 구더기가 생긴다. 파리의 종류와 주변여건에 따라 알에서 구더기가 생기는 모형을 작성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면 정확한 사망시간 곧 범행시간을 산출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범인이 내세우는 알리바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곤충학자들과 수사당국의 견해이다.

3년 묵은 사건 해결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곤충학자 나드 그린버그 교수는 13년 전 시카고의 한 검사로부터 약 3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시간을 밝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망시간을 알아내기 위해 병리학자들이 부검을 비롯한 여러 방법을 이용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담당검사가 궁여지책으로 파리를 잘 아는 곤충학자를 찾은 것이었다.
 그린버그 교수는 먼저 시체의 사진에 대한 정밀분석에 착수했다. 그의 눈에 익은 검정파리의 구더기가 선명하고 보였다. 그릴버그 교수는 파리의 알이 유충이 되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촬영 당시의 기온과 주변여건 등을 대입, 피살자의 사망시간을 사진촬영 2일 이내로 단정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담당검사는 2명의 범인을 기속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곤충을 이용하여 살인 등 강력사진을 해결하는 이른바 ‘법(法)곤충학’의 역사는 아직 짧지만 앞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은 분야에 혹한다.
 법곤충학에 대한 유일한 책을 쓴 미국 미주리대학 로버트 홀 교수의 말에 따르면 곤충을 이용, 범죄사건을 해결한 사례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몇건에 지나지 않지만 법곤충학의 적용범위는 넓다.
 마약사범 체포에도 법곤충학이 이용된 사례가 있다. 지난 82년 뉴질랜드 수사당국은 이 나라 역사상 최대규모의 마약밀수 사건을 수사하던 중 1백88kg의 마리화나를 압수했다. 그런데 아시아지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라는 의심만 갈 뿐 그같은 사실을 입증할 도리가 없었다.
여러 가지 화학실험을 해 보아도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게 되자 수사당국은 정부산하기관의 곤충학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조사 결과 문제의 마리화나에서 61마리의 벌레가 발견됐다는데 그 가운데 뉴질랜드에 흔희 있는 것은 단 한가지뿐이다.
 곤충학자들은 이들 벌레의 서식지를 추적한 끝에 방콕에서 북서쪽으로 약 1백50마일 떨어진 곳에서 재배된 마리화나임을 밝혀쟀다. 이에 따라 마약밀수범들을 체포 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실례는 8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한 여성의 피살사건이다. 수사기관들이 현장에 도착, 조사를 하던 중 자기들의 다리가 벌레에 물려 붉은 반점이 생기는 사실을 발견하고 곤충학자들을 불러 자문을 구했다,
 이 곤충은 진드기의 일종인 치거로 밝혀졌다. 치거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극히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이었다. 수사관들은 유력한 용의자 몇 명으로 수사범위를 좁히고 신문하다가 다리에 벌레물린 흔적이 있는 지를 발견, 그의 알리바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자기 이웃집에서 그 벌레에 물렸다고 주장했으나 그가 살고 있는 고장에는 그같은 진드기가 없음이 밝혀졌다. 마침내 법행을 자백한 그는 종신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살인마도 항복시켜
 그린버그 교수는 지금까지 11건의 범죄에 대해 증언하고 38건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해결한 최대 사건은 84년 미국 6개주에서 8명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살인마 앨턴 콜맨의 체포이다. 콜맨은 아홉 살 소녀를 그 부모의 허락을 받고서 축제에 데기로 갔다가 살해했었다. 이 소녀는 집을 나간지 3주일만에 시체로 발견됐다.
 초동수사 단계부터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콜맨은 피살소녀의 정확한 사망시간을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린버그 교수는 시체의 부패상태와 구더기의 발생상태를 역산하여 살해된 소녀가 축제 당일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감정결과에 따라 기소된 콜맨은 여죄를 불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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