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하다 오답 낼까 겁난다”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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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가해자 인권 따진 사람들에게 화나”

 
최근 서울 용산에서 초등학교 4학년 허 아무개양이 성폭행 상습범에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뼈 아파한 사람은 아마도 청소년위원회 최영희 위원장이었을 것이다. 이미 시민운동 시절부터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신상 공개와 추적이 필요하다고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이가 그녀였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보호를 위한 국가기관의 수장이 된 뒤에, 인권단체나 정부부처의 반대 논리에 부딪쳐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법안을 만드는 데 합의한 것도 그녀였기 때문이다.

허양 사건을 보면서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왜 우리는 비참하고 슬픈 일이 일어난 다음에야 잘못임을 깨닫는지 모르겠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을 언제나 피하지 못한다. 예전에 텔레비전 토론 같은 데 나와 피해자가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면서 가해자의 인권에 대해 그렇게까지 옹호했던 사람들에 대해 화가 난다. 나는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청소년 상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는 된 것 같다.
관심이 늘어났지만 솔직히 겁이 난다. 새로운 안들이 정신없이 나오는데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걱정이다.  너무 강경한 쪽으로 흐르다 부작용이 생겨 이도 저도 안 될까 두렵다.

6월30일 현행 신상공개 제도가 보완될 예정인데 또다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제 사람들이 현행 신상공개 제도가 종이 호랑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기 때문에 다시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완되는 규정에서는 재범에 한해 세부 신상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의 경우는 초범이라도 공개하는 쪽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또한 아파트 경비원이나 소아과 의사의 청소년 대상 성범죄 경력도 조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3심까지 모두 확정된 6개월치 자료를 모아 심사해 신상 공개를 하는데, 이 절차도 좀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

9차까지의 신상 공개자 4천6백14명 중 3천명 가깝게 집행유예나 벌금형만을 받고 풀려난 것으로 되어 있다. 사법부가 너무 무른 것 아닌가.
신상공개 심사위원들은 어떤 검사나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형량이 모두 달라지는 것 같다며 어지럽다는 말을 한다(심사위원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싶다고 했더니 최위원장은 해코지를 당할 우려가 있어 심사위원 명단은 절대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검사나 판사 재량에 따른다고 하지만 매뉴얼 같은 것이 있을 텐데 청소년 상대 성범죄에 대한 처리에서는 그런 것을 읽을 수가 없다. 조만간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찾아 뵙고 의견을 말씀드릴 생각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성범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짓을 했을 때 상대가 어떤 고통을 받을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런 인지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교도소에서 희망자에 한해 인지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한다. 우리도 교도소와 협조해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해볼 생각이다.

친부에 의한 범죄가 심각한데 딱히 대책도 없어 보인다.
너무 힘들다. 세상이 이상해졌다. 친부에 의한 범죄가 계속 느는 추세다. 아이가 다칠까봐 공개도 못한다. 아이가 제발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써와서 그냥 묻어버린 일도 있다. 여자들이 변해야 하는데 그대로 살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엄마가 그냥 살겠다고 하면 딸은 엄마를 대개 따르잖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좀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여자들이 많다. 답답하다.

지난해 12월 9차 공개 때 지역별 청소년 성범죄 안전도 비교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그만두었던데.
땅값 떨어진다고 언론이 부추기고 지역에서 반대해 발표를 못했다. 그런데 땅값 떨어진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 지역 성문화를 깨끗이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곳곳이 너무 문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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