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쇠고랑 차다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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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이전 사업 관련 사기범 김선용 구속…<시사저널> 추적 보도 2년 만에

 
2천억원대 공적자금이 투입된 채 13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러온 서울 한남동 단국대 이전 사업을 둘러싸고 비리 주범의 덜미가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병두)는 3월1일 전 세경진흥 대표 김선용씨를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와 관련해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지난 2004년 4월13일자 <시사저널>(756호)이 특집 기사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국민 세금을 떡 주무르듯 한 단국대 사태 비리 정점에는 김선용씨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내용을 추적해 보도한 지 2년만에 이루어진 수사에서다. 당시 <시사저널>은 김선용씨가 사업 시행 브로커로서 단국대 이전 사업에 개입해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최소한 643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해 결과적으로 2천억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촉구했다. 

  김선용씨에 대한 구속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시작된 뒤 3개 정권을 거치는 동안 난마처럼 얽힌 단국대 이전 비리에 대해 사정기관에서 처음으로 칼을 대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와 관련해 김씨가 저지른 각종 범죄 혐의는 오는 6월28로 공소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는 김씨가 한남동 단국대 터를 미끼로 벌여온 지속적인 사기 범죄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분규가 끊이지 않았던 단국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이번 수사로 단국대 이전 사업에 잠긴 2천억원대의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김선용씨를 구속한 형사1부 신성식 검사는  “10여 년간 표류된 단국대 이전 사업에 얽힌 비리 사슬을 이 단계에서 끊어주지 않으면 국가적 낭비라는 판단 아래 수사에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당초 검찰 특수부에서나 맡을 법한 복잡한 단국대 사건을 형사부에서 파들어가게 된 데는 사정이 있었다. 맨 처음 형사부에 접수된 사건은 단대 이전 사업 비리의 본줄기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지난해 5월 단대 이전 사업에 늦게 뛰어든 한 사업자를 상대로 김선용씨가 사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 내용을 고소하면서 쌍방간에 맞고소 사태가 벌어졌던 것. 맞고소 혐의도 업무 방해·명예 훼손·무고 등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

 
두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은 단국대 사건에 대한 실체를 모르고서는 양측 주장 가운데 누가 옳은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13년에 걸쳐 얽히고 설킨 단국대 사태의 실체적 진실 밝히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여 만에 김선용씨가 깊숙이 가담한 범죄 혐의를 파헤친 것이다.

 김선용씨가 단국대 이전 사업에 뛰어든 때는 1993년. 당시 1천7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던 단국대 재단은 한남동 부지를 팔고 지방 캠퍼스를 지어 이전하려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시행 브로커인 세경진흥 김선용 대표는 한남동 단국대 부지에 조합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겠다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김씨의 단국대 접근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조합원도 없이 (가칭)한남동주택조합을 결성해 마치 실재하는 주택조합이 사업 주체로 나선 것처럼 단국대와 최초 매매 약정서를 채결했다. 이런 상태에서 김선용씨는 시공사로 동신주택을 내세워 자금 2백40억원을 빌려 ‘조합비’명목으로 계약금을 지불했던 것이다. 김씨는 이렇게 묘한 방법으로 단국대와 맺은 첫 인연을 근거로 오늘날까지 사실상 단국대 이전 사업을 방해하면서 자기 이권을 추구할 발판을 마련했다.

무차별 고소 작전으로 캠퍼스 이전 방해

그 뒤 단국대 이전 사업권은 한남동주택조합에서 세경진흥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한국부동산신탁 이 개입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96년 당시 액수로 2천5백억원에 달하는 단국대 이전 사업 자금을 지불할 능력이 전혀 없던 소규모 철거 업체 세경진흥은 시공사인 극동건설과 기산을 끌어들였다.

두 회사로 하여금 어음에 배서하도록 하고 이들이 어음 만기일에 결제하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김씨는 1천2백억원을 조성해 단국대 사업비를 댔다. 나머지 매매 대금 중 공사비 명목인 1천3백억원은 김씨 주도 아래 기산과 극동건설이 각각 1천4백35억원씩 발행해준 수익권 증서를 할인해 조성했지만, 이 돈도 공사 대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오리무중이 되었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김선용씨가 끌어들여 단국대 이전 사업에 개입한 동신주택, 극동건설, 기산, 신한종금, 삼산종금, 한국부동산신탁 등은 외환 위기를 전후로 모두 부도를 내거나 파산했다. 그래서 현재 단국대 이전 사업 관련 신탁채권은 예보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국민 세금을 투입해 정리한 뒤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투입된 공적자금 액수는 현재 예보공사에 8백56억원, 자산관리공사 8백27억원을 합쳐 대략 1천7백억원대에 이른다.  결국 김선용씨가 주도한 단국대 이전 사업의 실체적 진실은 이해 당사자 어느 누구도 땅값 한 푼 내지 않고 사기극을 벌이다 막대한 국민 세금만 투입한 채 중단된 희대의 사기 사건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이다.

 
단국대는 최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김선용씨가 개입한 여러 사업 주체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실제 이전 사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 자리한 야산 31만여 평에는 이전을 목적으로 짓다 만 단국대 캠퍼스 건물이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늘어서 있다.

 검찰이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 수사를 통해 김선용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한 액수는 1996년 2백80억원, 1998년 5백14억, 2003년 10억원으로 약 8백억원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1996년에 김씨가 단국대 이전 사업비를 빼내 개인 부채 상환금 명목으로 집행한 2백80억원은 김씨가 한국부동산신탁 직원을 끌어들여 불법으로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이 돈은 단국대가 이전해 갈 용인 캠퍼스가 준공되기 전까지는 지급할 수 없다는 약정이 맺어졌으나 김씨가 개인 부채 상환용으로 빼썼다. 

 검찰은 김씨가 2003년에 스타포드로부터 받은 10억원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김씨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단국대 이전 사업권이 박탈된 상황이었음에도 마치 자기에게 사업권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스타포드측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썼다.

당시 자금을 댄 장 아무개씨는 단국대 이전 사업권이 자기에게 있다는 김선용씨의 말에 속아 이 사업에 뛰어들어 다른 채권자들에게 25억원을 끌어들였다가 결국 사기죄로 구속되었다. 지난 2월28일 서울구치소에서 기자와 면회한 장씨는 “김선용의 사기에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특혜받은 조합원 실체와 비리도 캐내야

 검찰은 또 김선용씨가 1998년에도 이전 자금 5백14억원에 대해 사실상 사기극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당시 기산과 극동건설로부터 지급보증 받은 1천2백억원의 약속어음을 단국대에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9백10억원은 계약을 해지한 동신주택에 지급하고 나머지 2백90억원만이 대학에 들어갔다. 바로 이 돈을 김씨가 할인해서 유용했던 사건으로, 어음을 만기에 지급하지 않고 부도를 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까지 포함해 총 5백14억원을 사기 금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단국대 이전 사업을 둘러싼 김씨의 비리와 불법 행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고 김씨 구속 이후에도 수사를 확대할 태세다.
단대 사태에는 사업 방해를 위한 김씨의 지능적인 범죄 수법이 총동원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소송을 내는 수법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김씨가 단국대 이전 사업을 둘러싸고 법원에 낸 각종 소송만도 3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대부분의 소송은 김씨의 패소로 끝났다.

김씨에게 사업권이 없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뒤에도 그는 자기에게 사업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투자 대상을 끌어들였는가 하면 다른 이전 사업 대상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악용하는 수법도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단국대 사태에 대해 손대지 못했던 이유도 김씨가 벌이는 법적 다툼이 하도 많아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김씨의 범죄 수법은 지능적이었다. 그는 세경진흥 대표이사로 있다가 씨름선수 출신 장 아무개씨를 내세운 뒤 전면에서 물러나 법망을 피하는 수법을 썼다. 한남동 주택조합도 오원준씨를 내세워 조합을 건설한 뒤 자기는 뒤로 빠진 채 마치 조합이 단국대 이전 사업을 주도하는 것처럼 꾸미고 활동해왔다.

그동안 실체가 불분명한 주택조합은 김선용씨의 그늘에서 함께 단국대 이전 사업 방해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짙다. 특히 김선용씨는 당시 안기부, 국방부, 조선일보, KBS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 종사자들을 다수 조합원으로 끌어들였는데 이들 중 실제 조합비를 낸 일부 진성 조합원 외에도 자기 돈을 내지 않고 김선용씨로부터 특혜 분양을 약속받은 조합원이 포함되어 그동안 단국대 이전 사업 방해에 개입해왔다는 의혹을 샀다.

조합장 오원준씨는 그동안 조합비로 2백8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바로는 대략 70억~80억 원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김선용씨의 단국대 이전사업 사기 사건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은 진성 조합원을 제외한 특혜성 조합원들의 실체와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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