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쳐 이득 챙겼나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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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부지 이전 사업에 김종률 의원 개입 의혹 불거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병두)가 4개월째 집중하고 있는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 수사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1일 비리의 주범 김선용씨를 구속한 데 이어 3월28일에는 단국대 부실채권을 보관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를 불시에 압수수색했다. 공적자금 1천5백억원이 투입된 단국대 이전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에 국가기관과 일부 정치인의 부적절한 방조와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혐의를 잡고 배후 캐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시사저널>은 검찰 수사와 별도로 이미 2년 여 전부터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를 입체 추적해 세경진흥 전 대표 김선용씨가 낀 사기극이라는 실체를 밝혀내고 수사를 촉구해왔으나 그동안 어찌된 일인지 수사는 답보에 머물렀다. 아울러 오랜 세월 김씨가 마음 놓고 불법을 저지르며 단국대 이전 사업을 지연시킨 과정에는 그때그때 정치권 실력자들이 직·간접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당사자들의 증언과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단국대 이전 사업 과정의 정치인 개입은 크게 김대중(DJ) 정부 시절과 현 정부 시절로 나뉜다. DJ가 당선자 시절이던 1998년 1월9일 부도를 낸 김선용씨의 세경진흥은 부도 직후 급히 5백41억원어치 어음을 발행해 할인해서 쓰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김선용의 힘 뒤에는 정치권 실세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말이 당시부터 단국대 주변에서는 파다하게 나돌았다. 김선용씨와 동업자 관계로 단국대 이전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선용 배후에 두 정치인 있었다”

 “부도난 회사에 어음을 할인해 주려면 은행장급을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당시 김씨가 DJ 정부 인수위 시절 실세로 통했던 ㅂ씨를 찾아갔더니 도와주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실세 ㅎ씨도 김선용씨를 도왔다고 들었다.” 단국대 재단측 한 관계자도 “당시 김선용씨의 배후가 그 두 정치인이었다는 말은 우리도 익히 듣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권 실세를 움직여서라도 단국대 이전 사업 이권을 차지하려던 김씨의 노력은 1999년 8월 대법원이 김씨에게 단국대 이전 사업권이 없다고 확정판결하면서 무산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김씨는 단국대를 상대로 각종 민사소송 30여 건을 제기해 혼선을 일으킨 뒤 자기에게 단국대 이전 사업권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다른 사업자를 끌어들여 지분을 챙기려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후 단국대 이전 사업은 표면적으로 세경이 빠진 가운데 ‘참솔CNC’와 ‘스타포드’ 그리고 우리은행이 낀 컨소시엄으로 추진되기에 이른다. 이때는 기존 사업 추진 관련 업체들이 부도난 상태라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단국대에 공적자금 1천5백억원을 투입한 후 그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었다. 따라서 단국대 이전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제대로 회수해야 할 입장에 서야 할 두 기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예금보험공사는 세금 8백60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부실 채권 공개 매각하지 않고 있다.

단국대는 2004년 1월2일 사업 시행사인 스타포드와 이전 사업 약정서를 체결했다. 그 배후에는 자기에게 사업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단국대를 괴롭혀온 세경진흥 김선용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는 당시 자기가 끌어들인 스타포드측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되었다.

 
문제는 김선용씨만이 아니었다. 당시 스타포드측과 사업 계약을 체결한 단국대측 법률 지원은 현재 열린우리당 재경위원인 김종률 의원이 맡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전 사업에 관련된 단국대측 법률 자문을 맡아온 김의원은 당시 단국대 법무실장 겸 전임교수로 재직하며 이전 사업 법률 검토에 깊숙이 개입했다.

기자가 예금보험공사에서 작성한 내부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김종률 의원의 법률 지원 아래 단국대측과 스타포드 사이에 이전 사업 약정서 체결 준비가 한창이던 2003년 10월경 예금보험공사는 단국대 채권 매수 의향자들 및 조건을 정리해둔 표를 만들어두었다. 그 내용은 세경 김선용씨와 스타포드가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예보 채권을 터무니없이 싼 값에 매수하려 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타포드가 진행할 단국대 이전 사업에서 금융을 댈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채권값을 액면가의 5~10%금액으로 제안했다. 8백60억원을 실제 100억원 안팎에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수백억원 차액이 남는다. 바로 이 공적자금을 둘러싸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이권 마당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이 이는 것이다. 그 배후에는 스타포드와 단국대 양측을 매게하며 법률적으로 지원했던 김종률 의원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 당시 사업 관련자들의 주장이다.    

단국대와 스타포드 매개 역할

당시 이전 사업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스타포드와 우리은행 관계자들을 집중 면담하고 관련 서류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종률 의원은 당시 형식적으로는 단국대 편에 서있었지만 사실상 양자를 대리했다는 의혹이 짙었다. 당시 이전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 역을 맡았던 우리은행 간부 강 아무개씨는 처음에 30억원을 끌어들여 스타포드에 대주었다. 그는 최근 기자와 몇차례 만나 자금 사용 내역을 이렇게 증언했다. “내가 끌어들인 30억원 중 10억원은 김선용씨에게 들어갔고 1억원은 2003년 하반기에 리인터내셔널 소속 변호사에게 들어갔고, 김종률 변호사와는 일이 성사되면 공적자금 차액 부분에서 크게 나눠주기로 한 별도 약정이 있었다.”

당시 시행사였던 스타포드의 한 관계자도 “예금보험공사의 부실 채권을 최대한 헐값에 사게 해주는 조건으로 법률 자문을 했고 그 대가로 사업이 진행되면 김종률 변호사측에 수십억원을 주기로 한 약정서를 체결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포드와 공동 참여한 참솔CNC측의 한 관계자는 별도로 자기네도 리인터내셔널 변호사에게 수임 계약금으로 1억원을 주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김종률 의원은 당시 단국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상대방 사업자들의 법률 자문에 응해주었고, 부실 채권을 싸게 매입하는 데 성공해 은행권 자금이 사업에 투입되면 그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뜻이 된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종률 의원은 당시 돈은 자기가 받은 것이 아니라 리인터내셔널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나는 리인터내셔널 비상근 변호사였을 뿐 단국대 이전 사업에 관해서는 학교 쪽 법률 지원을 했으므로 상대측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 김의원은 그 근거로 기자들에게 당시 리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 명의로 체결된 위임약정서 하나를 돌리며 해명했다. 그가 제시한 약정서에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을 포함해 13명의 리인터내셔널 소속 변호사 명단이 적혀 있지만 김종률 의원 이름은 빠져있었다. 

 
원희룡 의원에게 경위를 묻자 그는 김의원의 이런 주장에 대해 펄쩍 뛰며 당시 사정을 소상히 밝혔다(인터뷰 참조). 단국대 사업 관련 모든내용은 오로지 김종률 의원이 주도가 되어 추진했고, 이름이 오른 변호사들은 그 내용도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돈 한푼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원의원은 자기가 터무니없는 일로 오해받는 것이 부당하다며 검찰이 계좌를 추적해 돈의 흐름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자기가 깊숙이 개입했다가 무산된 스타포드측의 단국대 이전 사업 과정에서 그 배후에 김선용씨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단국대의 한 관계자는 “학교 법무실장으로서 단국대 이전 사업의 모든 문제를 꿰고 있었던 김의원이 웬만한 교직원도 다 아는 사업 방해자인 세경 김선용씨가 스타포드 뒤에 있다는 점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주장했다.

예보 직원 “의원회관으로 불러서 갔었다”

김종률 의원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2년 전 그가 국가적 이익으로 보나 공인의 처신으로 보나 부적절한 법률 자문과정에 개입하고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집권당 재경위원으로서 금융감독원 산하 기관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단국대 이전 사업 관련 부실 채권 처리 문제를 놓고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지금까지 영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의원은 단국대의 부실 채권 문제를 담당한 예금보험공사 이 아무개 팀장을 지난해 말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로 불러들임으로써 스스로 이런 의혹을 자초했다. 그 이유를 묻자 김의원은 “예금보험공사 직원을 부른 적도 없고 이름도 알지 못한다”라고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기자가 검찰과 예금보험공사 이팀장을 상대로 교차 확인한 결과 이는 김의원의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팀장은 검찰 조사에서, 단국대 이전 사업 관련 서류 보따리를 들고 들어오라는 김의원의 요구를 받고 지난해 말 국회에 들어가 보고를 했다고 밝혔고, 기자의 질문에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캠퍼스 이전 사업 추진이 시급한 단국대 재단 일각에서는 김종률 의원이 한때 단국대 법무실장과 교수를 지내는 등 많은 혜택을 입고서도 국회에 들어가 이전 사업에 걸림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 대해 김종률 의원은 단국대에도 여러 세력이 있으므로 별로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단국대 이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김종률 의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법적·도덕적 모든 의혹 사항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철저히 진위가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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