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질 캐럴 기자는 납치범을 옹호할까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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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세계의 창

 
3월30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이래 외국인 2백50여 명이 무장 세력에게 납치되었고 그 중 40여 명이 살해되었다 2004년 납치된 김선일씨가 그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월7일 납치된 미국 기자 질 캐롤은 천만다행으로 이 죽음의 명단에서 빠졌다.  그녀는 3월30일 석방되었다.

질 캐럴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지의 프리랜서 기자로 지난 1월7일 이라크에서 수니파 계열 이라크 이슬람당 지도자를 인터뷰하려 했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철수하던 그녀는 매복한 무장 세력을 만났고, 총격 속에 통역자는 피살당했다. 그녀를 납치한 ‘복수여단’은 2월9일 쿠웨이트 텔레비전 방송사에 테이프를 보냈는데 이 영상에는 질 캐럴이 직접 등장해 ‘그들(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미군에게 호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석방된 캐럴 기자는 “납치범들은 나를 잘 대해주었다. 이 점을 꼭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샤워를 할 수 있었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썼다. 신체적 위협을 받은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납치범들의 신사적 태도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언론은 ‘스톡홀롬 신드롬(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에게 동화되어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심리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에서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언론인들이 가해자들을 우호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아랍 무장 세력=야만인’이라는 대중의 선입관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질 캐럴을 납치했던 무장 세력 ‘복수여단’의 요구조건은 이라크 내 모든 여성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것이었다. 현재 10여 명으로 알려진 이라크 내 여성 수감자들은 질 캐럴 기자보다 더 혹독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성폭행 피해 보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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