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6일, 전주시 일대에 ‘사람을 찾습니다. 강현욱 도지사가 무지막지한 권력의 협박에 의해 납치를 당했는지? 행방불명이 됐습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이 대량으로 뿌려졌다. 전라북도지사 선거에 출마선언을 할 줄 알았던 강 지사가 갑작스럽게 불출마선언을 하고 잠적하자 누군가가 납치설을 제기하기 위해 이런 유인물을 뿌린 것이다.
납치설을 비롯해, 강 지사와 관련한 각종 억측이 정북정가에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강 지사를 압박했다는 외압설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빅딜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무부지사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한 후 강 지사가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그를 둘러싼 정치 미스테리극은 더욱 복잡해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복잡한 정치 미스테리극은 의외로 싱거운 결말을 맺을 것 같다. 선거꾼에게 납치된 것도, 검찰에게 압박을 당한 것도, 정동영 당의장과 빅딜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의지와 가족들의 설득에 의해서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견해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극이 아니라 소박한 가족드라마라는 것이다.
강 지사 측근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불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그동안 기간 당원 모집에 소홀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민주당 도지사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경선비리 문제가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결정되면서 이런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에 따르면, 선거를 치를만한 경제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가족들이 극구 만류했다는 점 등이 그가 불출마 를 결심한 이유로 꼽힌다.
고건 전 총리와 강 지사의 만남을 주선했던 김하영 전라북도 우민회 회장은 “고 전 총리를 만났을 때부터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알고 있다. 주위의 성화 때문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한 측근도 “정 의장을 만났을 때 이미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강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바빠진 곳은 민주당이다. 내심 강 지사의 입당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기세 싸움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 지사 불출마 선언 이후의 여론 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독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