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극? 가족 드라마?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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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리포트] 강현욱 전북도지사 ‘불출마 선언’ 배경 놓고 황당한 억측 난무

 
지난 4월6일, 전주시 일대에 ‘사람을 찾습니다. 강현욱 도지사가 무지막지한 권력의 협박에 의해 납치를 당했는지? 행방불명이 됐습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이 대량으로 뿌려졌다. 전라북도지사 선거에 출마선언을 할 줄 알았던 강 지사가 갑작스럽게 불출마선언을 하고 잠적하자 누군가가 납치설을 제기하기 위해 이런 유인물을 뿌린 것이다.   

납치설을 비롯해, 강 지사와 관련한 각종 억측이 정북정가에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강 지사를 압박했다는 외압설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빅딜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무부지사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한 후 강 지사가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그를 둘러싼 정치 미스테리극은 더욱 복잡해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복잡한 정치 미스테리극은 의외로 싱거운 결말을 맺을 것 같다. 선거꾼에게 납치된 것도, 검찰에게 압박을 당한 것도, 정동영 당의장과 빅딜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의지와 가족들의 설득에 의해서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견해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극이 아니라 소박한 가족드라마라는 것이다.

강 지사 측근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불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그동안 기간 당원 모집에 소홀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민주당 도지사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경선비리 문제가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결정되면서 이런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에 따르면, 선거를 치를만한 경제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가족들이 극구 만류했다는 점 등이 그가 불출마 를 결심한 이유로 꼽힌다.   

고건 전 총리와 강 지사의 만남을 주선했던 김하영 전라북도 우민회 회장은 “고 전 총리를 만났을 때부터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알고 있다. 주위의 성화 때문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한 측근도 “정 의장을 만났을 때 이미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강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바빠진 곳은 민주당이다. 내심 강 지사의 입당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기세 싸움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 지사 불출마 선언 이후의 여론 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독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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