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대중화시대 눈앞에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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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인구 올 1백만명 예상… ‘야간강습’ 이용하면 하루 최저 2만원

 주말이면 스키장비를 얹고 달리는 승용차가 곧잘 눈에 띈다. 차안을 들여다보면 어린 자녀를 태운 가족동반이 의외로 많아 스키가 일부 계층에서 대중화되어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특히 올시즌에는 전라북도 덕유산 기슭에 대단위 스키장이 문을 열어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번져나갔던 스키붐이 중부이남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스키협회측은 스키 인구가 올해 1백만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스키는 아직도 ‘사치성’스포츠라는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땅한 겨울스포츠가 없는 현실에서 스키가 과연 ‘대중’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 현장 검증해보자.

 전북 무주군 덕유산 국립공원 안에 (주)쌍방울개발이 건설하고 있는 대단위 종합레저타운 ‘무주리조트’ 스키장은 아직 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완성된 17면 슬로프와 8기의 리프트만으로도 전국 7개 스키장중 최대의 규모이다. 무주리조트 스포츠운영부 李京? 부장은 “대구 광주 부산사람이 전체의 70%, 서울은 30% 정도이며 가족단위가 많다” 고 말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1박2일 일정으로 이곳에 스키여행을 온 閔國洪(39·전주시)씨는 이번이 첫 ‘스키여행’이다. 아직 장비를 구입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현장에서 빌리기로 하고, 두툼한 방수바지와 평소에 입던 파카 차림으로 승용차를 몰고왔다고 한다. 스키부츠·스키판·폴 등의 스키장비 대여에 대인 2만9백원 소인 1만3천8백원이 들었으며 리프트 이용비는 대 2만2천원 소 1만3천1백원이었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했고 저녁식사는 부대시설인 ‘스키하우스’에서 먹었다. 민씨는 낚지복음과 김치, 아들은 소시지볶음과 야채샐러드에 각각 밥과 된장국을 곁들였다. 고속도로 휴게실의 셀프서비스 식당에 비해 음식은 약간 나왔지만 둘이 먹는 데 1만5천원이 들었다. 여기에 근처 여관의 숙박비가 1만5천원. 오며가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먹기도 하면서 절약을 했는데도 1박2일동안 10만원을 넘게 쓴 셈이다.

 그러나 자신의 스키를 가지고 단체로 오면 비용은 훨씬 절감되다. 알파인스키클럽 회원인 高榮南(41·인천)씨는 2만5천원으로 하루를 즐겼다. 스키클럽인들과 함께 45인승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왔다. 교통비명목인 1인당 회비 1만2천원과 단체할인(20인 이상) 가격인 리프트비 1만3천원이 공식적으로 든 비용의 전부였다.

숙박비 비싸 ‘당일치기’ 바람직
 현재 전국 스키장의 스키대여비와 리프트 비용은 당일권·반일권·야간권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들의 가격은 일정치 않지만 스키대여의 경우 당일권(스키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오전 9시~오후5시)은 1만6천원 내외이고, 반일권(오후 1시~오후5시)은 당일권의 60% 수준이며, 야간권(오후6시~오후 9시30분)은 반일권보다 1천원 정도 싸다. 리프트이용비는 당일권은 1만5천원 정도이며 초보자를 위한 1회권은 1천5백원 내외이다.

 부대시설 이용비는 스키장별로 크게 차이난다. 강원도 등지에 대단위 스키장으로 개발된 곳은 숙박시설이 잘되어 있는 만큼 부대시설도 뛰어나지만 값이 퍽 비싸다.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되는 데도 불구하고 요즘 같으면 며칠, 제철에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겨우 이용이 가능하다. 근처 민박시설 역시 사람이 몰릴 때는 부르는게 값이다.

 따라서 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스키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서울 근교에 있는 스키장이 낫다. 스키장으로 향하는 길의 경관이 지방처럼 운치가 있지는 않지만 숙박비용 및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각 스키장들의 스키어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행사와 연계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단체손님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한결 저렴한 가격으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약 40km 떨어져 있는 ‘베어스타운 리조트’의 영업부 崔重珏 차장은 “어느 스키장이나 조명시설이 되어 있어 야간 스키를 즐길 수 있으므로 당일치기가 가능하다”면서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덜붐비는 것도 야간스키의 이점이라고 말한다. 베어스타운의 경우 ‘직장인을 위한 야간스키tm쿨’을 이용하면 교통비와 스키대여비 강습비 리프트이용비 등을 합해 1만9천5백원으로 오후 6시부터 9시30분 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키를 배우려는 초보자의 1일 비용을 찹아보면 관광회사를 이용할 경우 교통비를 왕복 9천원, 스캐대여비 1만7천원, 스키스쿨 종일코스(오전 오후2시간씩) 1만6천원 등 3만9천원이든다.

여름부터 비용 모으는 알뜰정신 필요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만은 스키를 타고 눈위를 활주할 때의 기분이 너무 황홀한 나머지 “스키여! 발이 달린 마물(魔物)의 날개여!” 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스키의 매력은 대자연이 창조한 눈의 세계에서 스키어 자신이 자유로이 코스를 선택해 자기의 테크닉에 적합한 스피드로 질주하면서 스릴을 즐기는 데 있다. 각 스키장들은 스키 인구가 늘어나면서 초기의 일률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강습자 전용 슬로프를 개설하는가 하면, 중급·고급 스키어 슬로프를 두어 자신에게 알맞은 슬로프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

 그러나 스키 인구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몇시간씩이나 리프트를 기다리는 사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값이 저렴한 단체 야간 스키스쿨어 2만원이라는 점은 스키 대중화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 모처럼 용기를 내어 스키장을 찾은 성실한 ‘중산층’에게는 외국 잡지에서나 봄직한 레저시설과 일부 부유층의 과소비에서 또다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따로 이렇다할 겨울철 스포츠가 없고, 소득이 점차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스키 인구는 날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설악털보’로 유명한 尹斗善(65)씨는 10살 때부터 스키를 타왔다면서 스키야말로 겨울스포츠의 진수라고 말한다. “심폐기능을 강화 시켜줄 뿐만 아니라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야 하므로 어린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데 특히 좋습니다.”

 그는 진짜 스키광들은 겨울 한철 스키를 즐기기 위해서 여름부터 그 비용을 모으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면서 스키가 부유층 스포츠의 대명사인 골프에 비교되는 것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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