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방송국
  • 본.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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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연방군이 빌나우스 라디오방송국을 점령할 당시 상황을 이 방송국의 여성 아나운서 베르나데이타 루코슈데(42)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13일 오전1시경 “군대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정보를 방송국 인터폰을 통해 들었다. 4층 스튜디오의 창으로 내려다보니 병사들이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방송국을 지키는 시민들의 고리, 장갑차와 탱크의 출현, 발포소리‧‧‧몇명의 스탭과 더불어 긴박한 상황 속보를 계속 내보내고 있던 중, 스튜디오의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최후가 다가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빌니우스의 여러분 으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라고 절규했다. 그러자 곶 정전이 되고 방송은 불가능해졌다.

 몇 명의 병사가 들어왔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자 한 병사가 “할 수 있다면 죽이고 싶다”며 총을 겨누고 위협했다.

 “여기는 소련이 아니다. 왜 침략을 하느냐”하고 말하자 병사는 “여기는 소련이다. 그런데도 반군 캠페인을 항상 벌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곧 방에서 나와 좌우에서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도중에 방송국 경비원들이 병사들에게 걷어차이거나 얻어 맞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밖에서 시민들로 합류, 날이 밝을 때까지 방송국 앞에 남아 있었다.

 군대가 점령한 후 빌니우스 시민들은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로부터의 리투아니아어 방송을 통해 정보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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