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의 ‘대동맥’항만이 막혔다
  • 김재일 경제부차장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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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부산항 체선으로 인한 연간 손실액 6천억···전국적 시설투자계획 재수립해야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인천항 제4부두. 대한통운 부두에서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시멘트가 파나마 국적의 1만7백톤급 대형 선박으로부터 하역되고 있다. 하역작업에 동원된 인부는 32명. 야간작업까지 해야 10일만에 하역을 끝낼 수 있다. 그것도 작업여건이 잘 맞아떨어질 경우다. 시멘트를 싣고 나갈 트럭의 배차가 제대로 안될 때는 한달까지도 걸린다고 한 인부는 말했다. 한진부두에는 3만 5천톤급 파나마 국적선이 접안해 있다. 하역된 곡물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사일로(양곡 보관창고)로 옮겨진다. 부두 뒤견의 사일로 옆 야적장에서 진한 분진이 일어 하늘을누렇게 물들인다.

 제1,2,3,7,8부두에서도 인부들이 35척의 선박에서 각종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인천항의 8개 부두 가운데 제5부두는 동아건설에 의해 건설중이고 제6부두는 앞으로 개발될 예정이디. 고철 전용부두인 제7부두에는 포크레인 5대가 배에서 내린 고철을 트럭에 싣느라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로 후면에 위치한 올림포스 호텔의 한 관계자는 부두로부터의 소음과 분진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불평했다.

효율적 운송이 국제경쟁력 제고의 관건
 인천항에서 취급하는 물량의 80~90%는 수입화물로서 철근 시멘트 원목 목재 등 건축자재와 옥수수 사료원료 고철 원당 잡화등 다양하다. 인천 지방해운항만청 관계자에 따르면 1척 하역하는데 잡화 펄프 등은 하루 정도 걸리고 시멘트 원묵 철근 등은 보통 10일이상 걸린다.
 바깥쪽 외항에는 36척의 선박이 접안을 기다리고 있다. 적재 화물별로 보면 시멘트9척, 목재류8척, 곡물류8척, 철재2척, 기타9척이다. 이중에는 한달 보름 이상 대기하고 있는 선박도 많다. “이 때문에 인천행운항만청은 지난해 6월 중순부터 비상이 걸려 있다”고 ---부두과장은 말했다. 특히 부두계 직원들은 아침 7시부터 밤10시까지 근무하면서 야간, 공휴일을 가릴 것없이 하역 인부들을 독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지금은 체선 선박수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지난해 하박기에는 1백척 이상이 외항에 대기하고 있었다.

 인천항은 전국 항만 중 적체가 가장 심하다. 지난 한해 동안 3천3백여척의 선박이 인천항에 입항앴으나 거의 절반인 1천6백여척이 제때에 접안하지 못하고 평균 4일 이상 외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87년 체선 선박수 3백21척의 5배에 해당한다. 부산항의 경우 이니천항보다는 덜하나 역시 적체현상이 심각하다.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경우 적정처리 능력보다 1.5배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부족으로 많은 선박이 평균 60시간을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산업연구언 원장 송희연 박사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우리나라 항만 하역능력은 연간총1억8천5백만톤인데 비해 2억1천6백만톤의 화물이 쇄도했다. 3천1백만톤의 화물처리 능력이 달린다. 앞으로도 항만물동량의 증가로 항만시설의 수요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여 2001년에는 1억2천만톤의 화물처리시설부족이 예상된다.

 항만이 수출입산업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입화물의 99.7%가 해상으로 운송된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원가를 1%라도 절감해야 하는 마당에 항만적체로 인한 경쟁력 저하와 경제적 손실은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 80년대에는 품질,생산 단가 문제 등 공장안에서의 생산성 향상에 중점이 두어졌고 기술은 국제적으로 보편화됐다. 앞으로는 화물유통, 즉 상품을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반하느냐가 국제경쟁에서 큰 몫을 차지하게 됐다.

GNP 대비 시설투자비 갈수록 줄어
 항만 적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떠져보자. 89년의 경우 선박의 체선에 따라 선박회사가 부담한 항만사용료 연료비 운항비 등 직접비용은 부산 2백10억원, 인천3백90억원 등 6백억원이었다. 두 항만에서 1년동안 취급된 수출입화물은 1천1백82억달러어치. 입출항 선박 중 평균 17%가 체선을 겪고 이에따른 재고관리 비용,납기지연으로 인해 하주가 부담하는 간접비용의 총액을 지연된 화물가액의 3%로 볼 때 약 4천3백억원에 이른다. 체선으로 인한 직·간접비용이 총5천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해운산업연구언은 지난해 두항만에서 체선으로 인한 손실을 6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항만 하역시설의 중요성에 비해 일반국민과 정책당국의 인식은 여태까지 미흡했다. 항만부문에 대한 투자는 70년대의 GNP대비 0.6%에서 80년대에는 0.3%로 낮아졌다. 특히 제5차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82년~86년)이후에도 0.2%수준으로 떨어졌다. 항만시설의 경우 수요보다 5~6년 앞서 건설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미국 서안 5개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용량은 1천7백만개인데 88년의 처리물량은 6백만개에 지나지 않았고 일본의 고베 요코하마 도쿄 등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용량은 9백40만개인데 5백만게를 처리해 45%이상의 여유를 갖고 있다. 일본은 현재의 충분한 설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증가할 물동량에 대비, 향후 10년간 3조달러를 항만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만·도로시설 확충은 항상 수요를 뒤쫓아가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적체가 심해져 도저히 배겨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시설 확충에 눈을 돌렸다. 항만과 도로의 용량이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자 盧泰愚대통령은 최근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사회간접자본을 획기적으로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고,이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 안에 ‘사회간접자본 투자기획단’을 설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의 연건하에서는 수출단가의 상승은 물론 물량의 적기공급이 어려워져 수출 장애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나온 응급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항만 확충을 위해 92~96년 동안 2조4천억원을 계상해놓고 있다. 그러나 연간 투자 5천억원은 항만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어림없는 액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운산업연구언의 ---박사는 부산·인천항 적체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항만투자계획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10년간 항만에의 투자부진이 오늘날의 극심한 선박과 화물의 적체현상을 초래했으며 이러한 추가부담은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 재정투자의 확대와 더불어 민간자본도 적극 유치, 만성적 항만시설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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