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보장받는 공무원 상조회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1993.06.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실태 조사…“독점 이권사업 폐지, 순수 친목단체로”

현직 경찰이 전직 경찰 총수들을 쫓고 있다. 경찰 공무원들의 상조회인 ‘경우회’가 내인가 받은 1천억원대의 경기도 기흥골프장 운영권이 전직 경찰 총수들의 사리사욕에 의해 민간에 불법으로 넘어갔다는 혐의를 잡고 전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치안감 출신 옥기진씨(경우회 이사)는 후배 경찰의 수배를 피해 은신중이다. 치안본부장 출신 박배근 경우회장과, 역시 치안총수를 역임했던 권복경 김우현 이종국 이인섭 씨 등 경우회 관련자들도 줄줄이 소환되거나 예금계좌 추적을 당할 처지,형편,견해,주장이다.

 경찰 공무원의 상조 조직이 이처럼 사정의 도마에 오름으로써 새삼 공무원 상조회의 이권 사업과 부조리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우회 외에도 정부 각 부처에는 대부분 상조회가 결성돼 있다. 이들 중에는 광범위한 이권사업에 뛰어든 상조회도 상당수에 이른다.

 물론 수익 사업을 벌이는 상조회라 해서 무조건 경우회처럼 부정부패를 일삼는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상조회의 왕성한 수익 사업들이 대부분 관련 부처의 업무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거나 부처의 힘을 빌려야 가능한 분야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문민 정부가 표방하는 행정 방침과는 상치되는 면이 크다.

 공무원 상조 단체들은 83년 8월9일 총무처의 지침이 시달되고 나서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늘어나는 퇴직 공무원의 불만을 해소하고 이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행정 개선에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각 부처의 상조회 결성을 적극 권장했다. 그 결과 그때까지 10여 개였던 상조회는 급격히 늘어나 현재 40여 개에 이른다(27쪽 도표는 ≪시사저널≫이 취합한 것). 당초 친목과 복리를 내세우고 결성한 이들 상조회는 이후 앞다퉈 이권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는 총무처의 다음과 같은 지침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금 조성 및 유가증권 투자 등에 의한 재정 자립 사업과 친목유지 사업을 하도록 한다.’

현직까지 가세해 독점권 행사
 그러나 실제로 각 부처 상조회가 벌인 사업은 대부분 이 지침 내용을 훨씬 뛰어넘었다. 골프장 운영은 물론 부동산 매입, 각종 주식회사 설립 등 친목보다는 수익에 역점을 두고 무한정 이권을 확장시켜 나가는 상조회가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퇴직자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 상조회에 이런저런 구실과 편법으로 현직 공무원이 가세하면서 해당 부처의 힘을 등에 없고 배타적 독점권을 행사해 민간 중소기업의 몰락을 부채질하는가 하면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킨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상조회가 이권 사업에 극성스런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1년에 한두번씩 만나 안부를 묻고 회원의 경조사에 참석하는 일 말고는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않는 곳도 있다. 따라서 공무원 상조회의 이권 개입은 주로 나라의 ‘돈줄’과 관련 있는 부처에서 심하다 하겠다. 그것은 자금 확보와 사업 수주가 그만큼 쉽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66년 국세청 개청과 함께 3백만원 기금으로 설립한 세우회는 세금을 거두는 곳이라서 그런지 수익 사업도 왕성하다. 현직 세무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회원이 되는데, 매월 봉급의 4%씩을 회비로 내고 있다. 현재 여의도 세무서가 들어선 12층 건물을 소유한 세우회는 건물 임대 수입도 만만치 않아 연간 회비의 1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우회는 그동안 국세청 관할인 주류 산업 관련 각종 사업에 독점적으로 참여해 왔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소주 맥주 기타재제주 청량음료 드링크약품류이 병뚜껑은 세우회가 운영하는 (주)삼화왕관과 (주)세왕금속공업에서 만든다. 애초에 (주)삼화왕관이 독점 공급해온 병뚜껑 사업은 지난 85년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로부터 ‘독점금지 명령’을 받았다. 세우회측은 편법을 동원해 당시 안양, 반월, 서울 성수동, 경북 영천에 분산돼 있던 (주)삼화왕관과 공장 중 경북 영천 공장을 떼내어 (주)세왕금속공업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국내 병뚜껑 시장은 이두 회사가 77%와 2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연간 매출액은 (주)삼화왕관이 4백20억원, (주)세왕금속공업이 1백억원에 이른다. 두 회사의 본사는 세우회관에 있다.

 세우회가 벌이는 수익 사업에서 앞의 두 회사가 중소기업체라면 대기업체에 해당하는 회사는 (주)대한주정판매이다. 세우회는 이 회사 주식의 84%를 보유하고 있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의 구입⋅판매⋅운송을 도맡는 이 회사의 매출액은 연간 2천5백억원대에 이른다. 본사는 여의도 세우회관 10층에 있다.

 세우회는 지난 87년부터 주정생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국세청으로부터 면허권을 받아야만 가능한데, 세우회가 (주)서안주정을 설립함으로써 국내 13개 주정 생산회사 대열에 끼여든 것이다. (주)서안주정은 말이 설립이지 실제로는 기존 13개 주정 회사중 하나인 (주)우풍화학을 넘겨받은 것과 다름없다. 87년 1월 구세청이 (주)우풍화학에 세무사찰을 벌이자 경영주가 사태 수습 방안으로 회사를 자진 반납했고 이 때 세우회가 재빨리 (주)서안주정을 설립해 면허권을 넘겨받았던 것이다. 전북 군산에 공장을 둔 (주)서안주정은 연간 매출액이 1백40억원대에 이른다.

 그밖에도 세우회는 지난 83년 (주)삼협종합을 설립해 서영태 세우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국세청이 발주하는 인쇄물을 도맡아 생산하며, 유가지로 월간 ≪국세≫를 발간해 모든 세무 공무원에게 구독케 하는데, 연간 매출액은 10억원대이다.

 이처럼 방대한 사업을 하는 것과 관련해 세우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세무공무원의 부정이 퇴직 후의 생활 불안에서 생긴다고 판단해 정책적으로 수익 사업을 승인했다. 일부에서는 세우회가 복마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세우회 사업들은 국세청의 행정목적 사업을 대신해 주는 수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누적된 세무 공무원의 인사 체증에 수익 사업이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보아달라.”

 국세청과 함께 재무부 산하 양대 청으로 꼽히는 관세청 출신 공무원들도 관우회라는 상조회를 두고 출발한 이권 사업을 벌인다. 관세청 및 재무부 관세국 직원을 회원으로 한 관우회는 세우회와 닮은 데가 무척 많다. 현직 관세청 공무원들은 매달 봉급의 5.5%씩을 회비로 내고 있다. 관우회는 서울 논현동 도산공원 네거리에 자기 건물을 가지고 임대사업도 벌인다.

관우회는 부동산 25만평가지 소유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부산 김포 김해 인천 제주 세관들의 구내에 모두 7개의 보세창고가 있는데 이곳에 대한 관리를 관우회가 도맡는다. 관우회는 여기에서 물건의 보관료뿐만 아니라 반출에 따른 수수료까지 수익금으로 챙긴다. 보세 물품이란 해외여향객이 휴대 반입품 중 과세대상 물품을 일컫는 말로, 해외여행 자유화 조처 이후 수익이 크게 늘었다.

 보세화물 운송업체인 (주)협동통운도 관우회의 수익 사업이다. 관세청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전산 인쇄물 및 책자와 월간 ≪관세≫, 주간≪관세정보≫등 정기간행물을 발간하는 (주)협동기업과 (주)협동문고 역시 관우회의 수익 사업체인데,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각각 30억원, 10억원에 이른다.

 관우회는 관세 업무와 관련된 이권 사업에 독점적으로 진출한 것 말고도 전국 곳곳에 25만여 평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가 큰 부동산을 살펴보면,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산285-1번지 일대 임야 13만6천여평,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산 141 일대 임야 11만2천4백여평. 서울 강남구 삼성동 164-1 일대 대지 1천3백16평 등이다. 이밖에도 강원도 동해시, 경남 통영군 및 울산시, 장승포시, 경북 포항시, 강남구 논현동에 각각 수백평 규모의 땅을 사두었다.

 관우회의 한 관계자는 이들 부동산을 매입 한 경위와 관련해 “모두 새 관우회관 부지나 연수원을 설립할 목적으로 샀는데 관련 부처에서 건축 허가가 미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부동산은 주로 82∼89년에 집중적으로 매입됐고, 이 기간에 국내 부동산 투기 열풍이 극에 달했다는 점으로 볼 때 투기 의혹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년퇴직 및 의원면직된 서울시 공무원 출신 5천여 명으로 구성된 시우회(회장 윤치영 전 서울시장)도 수익 사업이 활발한 상조회중 하나이다. 시우회는 동대문구 용두동 동부수도사업소 건물 1백33평을 서울시로부터 무상대여받아 본부로 사용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시는 16억2천6백만원의 지원비를 시우회에 편성해 주었다.

 시우회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특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90년 7월부터 뚝섬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을 시우회가 위탁관리하고 있으며 서울시내의 도로 보수, 통신케이블 매설, 상하수도 공사 등 연간 4만여 건의 굴착공사 감리도 시우회가 맡고 있다. 지난해만도 시우회에 지원된 감리비는 30억원대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시우회는 (주)상조흥업을 설립해 서울시 산하 관용 차량 보험업을 독점하며 (주)시우용역이라는 회사를 두고 서울시와 각 구청 건물 시설물관리 및 청소⋅소독 업무를 도맡고 있다. 시우회 역시 (주)경인쇄라는 인쇄업체를 차려 서울시 및 산하기관 인쇄물을 독점 수주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우회에 대한 특혜시비와 관련해 “시우회 회원은 분야별 시정 경험자가 많아 유휴 전문인력 활용 차원에서 도움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국회 내무위 소속 김충조 의원(민주)은 “시우회에 대한 서울시의 사업 계약은 대부분 수익계약이라 위법이고, 사적 모임에 대한 예산 지원 및 본부 ⋅지부 사무실 무상대여 역시 법령에 어긋난다”라고 반박했다.

 경제 성장기의 주역 부처들로 꼽을 수 있는 건설부 상공부 동자부 경제기획원과 그 산하 각 청 출신 공무원들의 이권 활동도 만만치 않다. 특히 건설부 출신 인사의 상조회인 건설진흥회는 전⋅현직 건설부 공무원은 물론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임원을 대부분 특별회원으로 가입시켜 두고 있다. 건설진흥회에서는 지난 83년 2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주)건설진흥공단을 설립했는데, 현재 이곳에 건설부 퇴직공무원 50여 명이 취업해 건설 공사에 대한 시공감리 설계업 등을 맡는다. 또 (주)한국주택관리도 설립해 주식의 63%를 가진 건설진흥회는 아파트 수만 가구를 관리하는 국내 최대 아파트관리 단체로 부상했다. 이밖에도 (주)건진사를 설립해 건설부가 발주하는 인쇄물을 도맡으며 월간 ≪국토와 건설≫이라는 잡지도 펴낸다.

 한국도로공사는 별도로 한송회라는 상조회를 두고 있다. 한송회에서는 (주)한도산업을 운영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세곳과 주유소 두곳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민간 중소업계에 피해 끼치기도
 경찰 공무원의 상조회인 경우회는 가장 큰 조직으로 전국 13개 지부 1백96개 지회 3천3백개 분회에 회원 수도 62만명이 이른다. 경우회는 현재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자체 건물을 가지고, 수익 사업으로 보험대리점인 (주)경안흥업을 운영하며 강원도 삼악산 관리를 대행한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기흥골프장도 경우회 수익 사업체였다(보조 기사 참조).

 골프장과 관련해서는 경우회 말고도 국방무 쪽의 군인공제회라든지 국가보훈처 출신들의 상조회인 보훈동우회에도 의혹이 없지 않다. 12⋅12쿠데타 당시 정승화 육참총장을 연행했던 우경윤 대령이 5공화국 들어 덕평 골프장을 소유했다가 군인공제회에 넘겼고, 보훈동우회는 용인군 구성면에 88컨트리클럽을 건설해 운영중이다. 이들의 골프장 운영에 비록 불법과 부정의 소지가 없다 하더라도 공무원 출신 상조회가 수익 사업 가운데서도 유난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골프장에 공공연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곱게 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밖의 각종 공무원 상조회들도 부처 업무에 따라 천차만별의 용역 사업과 수익 사업을 개발하는 추세이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보사동우회(보사부)의 방역소독업체, 전우회(전매청)의 공제조합, 조우회(조달청)의 정부조달물자 창고관리업, 체성회(체신부⋅한국통신)의 우편주문판매업과 (주)한아통신, 전화번호부 인쇄업 등을 들 수 있다.

 공무원들이 퇴직후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친목을 다지는 일 자체를 나무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실정이 그렇지만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무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업무에는 종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전⋅현직 공무원 상조회들의 이권 사업 진출로 공허하게 된지 오래이다. 아무리 민(民)의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전⋅현직 공무원의 상부상조와 노후대책이 자신들이 조금씩 감내하는 희생과 십시일반을 통한 건전한 자구책에서 벗어나, 소속 부처를 상대로 한 이권 점유나 배타적 지위 확보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국민의 눈에 명백한 부조리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공무원 상조회들이 인쇄업종에 앞다퉈 독점적으로 뛰어들어 민간 중소업체는 큰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국내 7백여 개의 민간 인쇄업 사장들 모임인 인쇄연합회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말로는 민간 중소기업이 전문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기들이 그것을 어겨왔다. 공무원 상조회들은 주무 부서와의 독점 계약으로 인쇄업계 단가를 마음대로 정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켰고, 영세 민간 업체의 도산을 부추겼다.”

“이권에 손대는 상조회는 한국뿐”
 5공화국의 정부 시책으로 집중 육성되고 6공화국 들어 번성한 공무원 상조회들의 이권 사업은 새 정부가 표방한 공직의 ‘윤리성’에 비춰서도 심각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조석준 교수는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제시한다.

 “공무원들의 상조 조직은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일본 정부는 상조회가 순수 친목 외에 이권 사업에 손대는 것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군사 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획일적으로 결성한 상조회는 이제 그 필요성이 소멸됐으므로 폐지하는 정책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폐지하기 어려운 일부 단체는 이권 사업에서 손을 떼고 순수 친목 단체로 남게 유도해야 하며, 보안 관계 등 부처 업무 특성상 부득이 일부 사업을 전직 공무원이 맡는게 효율적인 곳은 현직 공무원을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도 회사 간부는 해당 부처 전직 공무원이 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무원 상조회가 맡아온 수익사업들은 민간에 이양해 경쟁 사업으로 유도해야 한다.”
丁喜相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