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삶과 사상의 연대기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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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크리스테바 장편소설 《사무라이》
 60년대 중반 지저분한 잿빛의 도시 파리에 불가리아 태생의 한 여성이 발을 딛는다. 박사학위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유학 온 것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장편소설 《사무라이》(홍명희 옮김, 솔 펴냄)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 여성은 크리스테바 자신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나온 이 장편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국내에 기호학자로 널리 알려진 작가 크리스테바는 현재 파리 7대학 교수로 있다. 뛰어난 문학비평가이고 문화분석학자이다.

  그의 지적 편력은 롤랑 바르트, 츠베탕 토도로프, 뤼시엥 골드만, 라캉, 알튀세르, 레비-스트로스, 푸코, 야콥슨 등 《사무라이》에 등장하는 ‘현대사상의 거장’들이 그러하듯 다양하게 굽이친다. 그는 60년대 후반 학생운동의 소용돌이를 거쳐 기호학 언어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인류학 사회학 마르크스주의 모택동주의 페미니즘을 섭렵,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더불어 현대 유럽의 여류 석학으로 불린다.

  프랑스의 유력지 <옵세르바퇴르>는 이 작품이 “이론이, 최선이든 최악이든,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던 이 시대의 치열하고도 서글픈 연대기”라고 쓰고 있다. 68년부터 90년까지 프랑스 중국 미국 등지에서 펼쳐지는 이 지적 모험의 연대기는 오늘의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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