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처방 받아 한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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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체형 측정, 강도와 시간 등 관리…비용 비싼 게 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듯 전문가의 분석에 따라 운동을 하는 ‘운동처방’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검진센터 스포렉스’가 건강진단을 겸한 운동처방센터로 문을 연 데 이어 중앙병원 등 서울의 몇몇 종합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본격적인 운동처방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운동처방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6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의학적인 종합검진을 바탕으로 운동처방사가 체력 및 체형측정, 운동부하건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운동의 강도와 지속시간, 횟수를 처방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준다.

  운동처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부하검사’이다. 이 검진센터에서 운동처방사로 일하는 金明和(37)씨는 “운동 후 쉴 때 심장마비와 같은 병이 일어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면서 사고를 막기 위해 심장기능을 중점적으로 검진한다고 말한다. 천천히 걷고, 빨리 걷고, 뛰는 3단계로 나누어 3분마다 혈압·맥박·심전도·탄산가스배설량을 재는데, 이렇게 하면 운동부하 후 심장의 이상유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기에 필요한 체형측정의 경우 전신사진 4장을 찍어 70종목으로 분석한다. 이 결과는 정상인을 순시간에 기형인으로 판별해내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테니스광 洪權씨(27·고려대 대학원생)는 체형측정 결과 오른팔이 왼팔보다 무려 5㎝나 길다는 사실을 알았다. “테니스는 당분간 자제했습니다. 운동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사용하게 되거든요.” 처방에 따라 맨손체조와 같은 준비운동 시간을 2배로 늘렸고 평상시에 의식적으로 왼손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검진센터의 李相圭 이사는 “개원 6개월만에 7천명이 다녀갔다”면서 홍씨처럼 의외의 사실을 깨닫게 되는 사람이 숱하게 많다고 전한다.

  운동처방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자각증상없이 단순히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이면 ‘활동성 회복’에 역점을 두는 것이 원칙의 제1조이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걷는 등 일상생활에서 활동에너지를 늘려나가거나 집안에서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뒷짐지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틈틈이 반복해도 좋다.

  몸이 어느 정도 페이스를 찾으면 운동강도가 낮고 지속시간이 긴 것에서부터 시작한 뒤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는게 원칙 제2조이다. 조깅에서 시작하여 탁구 테니스 등 구기운동, 그리고 수영의 순서가 좋다. 이때 반드시 자신의 건강상태를 염두에 둬야 하는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혹은 고혈압환자에게 운동은 금물이다.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골프는 심장을 압박하므로 좋지 않으며, 골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등산보다 자전거나 수영이 낫다.

  서울대 의대 내과 金建烈 교수는 “운동처방이 종합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비용이 비싼 점이 흠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스포렉스의 경우 체력측정과 체형측정이 각 2만원이며 운동부하검사는 6만원, 종합검진까지 포함하면 25만원이나 든다. 또한 운동처방사 자격증을 민간단체에서 발급하고 있어 본격적인 운동처방시대에 앞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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