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親大中 反大中으로 양분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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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어 평민도 ‘소통합’ 채비… 인천 등 단일후보운동이 ‘대통합’ 시험대
 야권 재편성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번 야권의 지각변동은 가까이는 지방의회 선거에 대비한 출진 채비이자 멀리는 차기 권력 창출을 위한 예비단계로 볼 수 있다. 지자제-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의 첫걸음인 셈이다.

 우선 ‘경량급’답게 민주당이 한발 앞서 출발했다. 지난 3일의 민주당 임시전당대회는 새롭게 짜여지기 시작한 야권 세력판도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李基澤 전총재를 총재로 재추대한 이번 임시전당대회를 제2의 창당이라고 명명했고, 이총재는 “이제 정치혁명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8인8색에서 탈피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민주연합파와의 통합이 ‘9인9색’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당 안팎의 우려를 얼마나 극복할지는 미지수다.

 재야에서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던 민주연합파가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한편으론 평민당과 갈라섰다는 것을 뜻한다. 부총재 두 자리를 차지한 민주연합파는 이번 민주당과의 통합이 범야권 통합을 위한 임시적인 ‘소통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결국 反평민당 그룹으로 분류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평민당의 변신도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선제 공격이라는 외부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평민당의 변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왔던 것이다. 개신교 목사들과 교수, 종교계 인사 등 평소 평민당 지지세력으로 평가되면 재야 인사들이 설날을 전후해 범야권 신당 발기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평민당 변신전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야 신당이 당의 모습을 갖춘 다음 평민당과 합당할 경우 신당이나 평민당 모두 범야권 통합의 명문을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이전의 야권 ‘평정’을 겨냥하고 있는 金大中 평민당 총재로서는 이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민당의 이런 구도가 최종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물론이다.

 평민당이나 민주당의 집안 정리정돈은 일단 ‘소통합’ 차원에서 마무리된 다음, 14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을 위해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인천·마산·창원 지역에서 평민·민주·민중당 등 3개 정당과 재야단체가 지방의회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것도 범야권의 최대 숙원이자 난제인 대통합의 필요성을 시험해보는 고육지책의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야권재편은 지자제 선거가 민자·평민·민주의 3각구도로 치러진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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