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 민주당 공동대표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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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와도 이긴다”



金大中 민주당 공동대표는 항상 뉴스 메이커다. 그가 가진 생각 자체가 정국의 향배에 영향을 끼친다. 제1야당의 공동대표라는 정치적인 위치 외에도 그가 지니는 카리스마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부동의 민주당 차기 대통령후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대표는 자신이 대통령후보가 되더라도 당권을 양보할 용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다음 선거에는 이긴다. 이젠 때가 됐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그는 천주교 신자다). 김대표는 단체장선거를 반드시 대통령선거 전에, 아니면 최소한 동시에라도 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대응방법이 있다”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집권여당의 자유경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자당이 하자고 하는 것은 자유경선이 아닙니다. 대통령한테 자기를 밀어주지 않으면 탈당하겠다, 청문회를 열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또 대통령이 안기부장까지 동원해 한 최고위원을 못나오게 하고, 또 불러서 조정자 역할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는데 이런 것이 어떻게 자유경선입니까. 국민을 조롱하는 일입니다.

 

김대표에게는 김영삼 대표보다 이종찬 의원이 더 까다로운 상대일 것 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만.

일장일단이 있지요. 어느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는 대응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의원일 경우 ‘세대교체’바람이 불어 김대표가 후보로 선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때야말로 저로서는 말하기가 좋습니다. 과거에 군, 특히 정보기관에 몸담았던 사람이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우리같이 30년 이상이나 감옥에 가고 사형언도를 받으면서 독재에 굴하지 않고 싸운 사람은 나이가 좀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물러나고 공작ㆍ독재정치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합니까.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세대교체냐 하는 겁니다. 이종찬씨가 세대교체를 내세우니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민주당이 승리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이 민자당 통치에 대해 실망하고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총선 결과 나타났습니다. 또 지금이 진정한 문민정치를 바라는 역사적 시점이라면 민주당 외에 다른 정당이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지역정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과거처럼 지역적 대립이라는 평면적 양상이 아니라 입체적인 선거양상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자 농민 여성 젊은이 장애자 등 여러 부문과 계층의 관심이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자기들의 이익을 가장 위하느냐 하는 데로 쏠리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이젠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돼서 공정한 투개표만 보장된다면 산술적으로 보더라도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후보 출마를 언제 할 예정입니까?

그전에 먼저 당내 대화를 통해 모범적으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소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가는 것이 중요 한 것이 아니고 이기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단체장선거를 있게 해야 합니다. 6월 개원국회에서 파란이 없게끔, 가능하면 4월말이나 5월 초까지 정부 여당과 협의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렸으면 합니다. 국민당과 협조체제를 갖춰 대응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들이 후보 출마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까?

그 문제가 해결되면 영수회담에 응하려 합니다. 대통령의 태도로 보아 4월 내에 그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원국회 전에 문제 해결을 원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해결 방법이 있습니까?

법대로 하면 6월 말 이내에 반드시 단체장선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6월 시한을 넘겼을 때 문제지요. 대통령선거 전에 하거나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하는 것도 협상할 용의가 있습니다. 대통령선거 이후에 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합니다.

 

여당이 법개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개원국회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아시다시피 국민이 민자당에 다수 의석을 준 적이 없습니다.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6ㆍ29선언 때도 노태우씨가 지방자치를 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겁니다. 하물며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됐는데 무소속 당선자 몇 사람 끌어들여 한두석 많다고 법개정을 밀어붙인다면 그것이 무슨 민주주의입니까.

 

그래도 여당이 그렇게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예정입니까?

(단호한 어조로)그때는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방법이 있지요.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당권을 양보할 용의가 있습니까?

우리당 민주계에서도 그런 주장을 안합니다. 이기택 대표도 부인했어요. 후보와 당권의 분리는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대통령후보가 된 사람한테 힘을 줘야 합니다. 사령관으로 임명해놓고 작전지휘권을 안주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후보와 당권을 분리)했다가 71년 선거에서 혼났습니다(당시 김대중씨는 신민당 대통령후보였으나 유진산씨가 당권을 쥐고 있었다).

 

대선 때까지는 후보가 당권을 가지고 대선 후에는 당권에서 손을 뗀다는 제안은 어떻습니까?

그 문제는 제가 이미 해결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선이 끝난 후에 당략과 상관없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당 체제를 정비한다는 것이지요. 제 얘기는 대선에 이기는데 당권을 내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하면 없던 당권도 줘야 합니다. 이미 질 것을 전제로 해서 선거가 끝나면 당권만은 잡겠다는 식의 주장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지요.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공동대표제는 정상적인 체제가 아닙니다. 당선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다음 15대 선거를 내다보고 당 체제를 정비해야 합니다.

 

‘경제 대통령’대망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경제를 중요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경제만 아는 대통령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말해 장사라면 모르지만 경제정책을 이야기할 때 남한테 뒤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고 경제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대통령 자질을 따진 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기 대통령에게 특히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적으로 군사정치와 독재정치에 대항해서 싸운 경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고, 다음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남북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식견과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을 1대1로 만나 그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김영삼 대표가 승리해 대통령이 될 경우 양김구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만.

가상의 이야기에 대해 답변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꼭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제 정치생활의 마지막 결산으로 생각하고 전력투구하겠다는 것뿐입니다.

 

부통령제 지지 입장은 아직도 불변입니까?

잘못하면 개헌 문제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니까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현재의 헌법에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당연히 부통령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후계자가 양성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간의 대립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향은 없습니까?

그 문제는 답변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봐야 하니까요.

 

많은 사람이 김대표가 지닌 불굴의 투지ㆍ강인한 정신력ㆍ건강ㆍ왕성한 활동력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있게 하는 동인은 무엇입니까?

제가 본성이 강인하다거나 집념이 강한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약한 면이 많아요. 눈물이 많고 상당히 낭만적인 면이 있습니다. 주일날 성당에 다녀와 가족들과 어울리는 게 제겐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하도 오랫동안 독재와 정면으로 싸워왔기 때문에 그것만 부각돼서 강하게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를 집념의 정치인으로 보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관되게 싸워오긴 했으나 자신만만하게 이겨낸 것이 아니라 힘들게 견뎌냈어요. 저는 목적이 아니라 원칙에 집착합니다. 바르게 살겠다는 생각, 바르게 살려면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생각, 그리고 뭐가 되기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저로 하여금 비틀거리면서도 한길을 걷게 한 원인이 됐을 겁니다.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까?

양심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양심은 하느님의 성소이고, 하느님과 국민은 하나입니다.

 

통찰력 신념 용기 등 김대표의 많은 강점과 탁월성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스스로 위로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한 것 아니냐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것이 설령 아부의 형태일지라도 말입니다.

남들이 그렇게 봤다면 반성해야지요. 사람이 제일 어려운 게 그겁니다. 누구든지 듣기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거든요. 누구나 가지는 본질적인 약점인데 제게도 그런 약점이 당연히 있겠지요. 그런 점은 자꾸 반성해서 시정해야지요.

 

한때 동교동 진영의 실세들이 떨어져나가 김대표를 비판하는 경우가 꽤 있었고, 이 부분이 김영삼 대표와 비교되기도 합니다만.

제 주변에서 살아온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비교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야당을 같이 해오면서도 동교동과 상도동 진영이 당한 핍박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지요. 숱한 연행과 고문 등 인간이 살 수 없는 한계상황에 처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이 정도로 제 곁에 붙어 있는 것이 기적이지요. 안전하게 야당하던 사람과 이렇게 박해받은 사람을 비교한다는 것은 전제가 잘못된 겁니다.

 

정치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정치가 잘돼야 경제 사회 문화가 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 지망생은 첫째 정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둘째 정치는 최선의 이상을 향해 가지만 현실은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차악을 택할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정치인은 명예가 있고 권세가 있습니다. 그 대신 돈을 몰라야 합니다. 정치인의 호주머니는 돈의 정거장이 돼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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