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언론 관계 ‘숙제’
  • 문정우 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199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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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재헌 기자, 구속 7일 만에 풀려나

구속됐던 <중앙일보> 정재헌 기자(36 ․ 사회부)가 권영해 국방부 장관의 고소 취하에 따라 일요일인 지난 20일 오후 1시30분쯤 구속 7일 만에 풀려나 <중앙일보>파동은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은 <중앙일보>측이나 권장관측이 한발짝씩 양보해 서로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극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마무리되었으나, 앞으로 정부와 언론의 관계에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기사와 관련해 기자를 즉각 형사 구금할 수 있는 현행법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도 좋은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계에서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로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다. 검찰이 이 조항을 적용해 기자를 구속한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이 조항은 사문화한 것이 아니라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정부의 정보 독점, 행정의 폐쇄성, 그리고 당국의 확인 거부 또는 거짓 확인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중앙일보>의 오보도 따지고 보면 율곡 비리를 조사하는 관계 기관들의 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나 언론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사법부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데 무력하기만했다. 사법부는 검찰의 성화에 못이겨 정기자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 주고는 뒤늦게 면피성 불만을 터뜨렸을 뿐이다.

 정기자를 구속한 사건을 계기로, 언론계에서는 정부가 매를 들면 앉아서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정부와 언론 관계를 뜯어고치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언론기관 사이에 어떤 대목에서 오보가 발생하는가를 확연히 보여준 것은 이번 사건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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