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생존전략 ‘군살빼기’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02.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력 재배치 · 보직수 축소 등 조직개편 ··· 직무효율 높이기에 역점
대우그룹은 최근 대규모 감원 소문으로 곤욕을 치뤘다. 임원들이 무더기로 잘리고 직원들도 언제 ‘감원 칼날’이 날아올지 몰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30%가 감원대상이라는 풍문도 나돌았다. 올해 경제사정이 어려운데다 걸프전쟁까지 터져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그럴듯한 근거가 동원됐다.

 대우그룹측은 “감원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지난해 대우조선의 경영합리화계획에 따라 3천여명의 직원이 다른 계열사로 전출된 사실이 근거없는 소문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대우그룹과 관련된 소문은 거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다만 이사대우급 이상 임원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대우그룹의 인사를 “매서웠다”고 평가한다. 올초 85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는 승진과 전보만 포함된것이고 직책보임이 끝나면 대우를 떠나야 할 임원이 따로 60명이나 된다. 임기가 찼거나 개인적 사유로 떠나는 임원, 실적이 부진해 문책성 인사의 대상이 된 40여명의 감축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의 경우는 사실상 감원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굼벵이 · 눈치족’ 사원은 떠나라
 여러 재벌그룹은 온정주의 차원의 인사에서 원칙주의 위주의 인사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인원이 아니면 과감히 도태시킨다는 것이다. 임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직원들에 대해서도 무사안일주의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부나 과의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 대부대과제는 보직수를 줄이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력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생산성이 낮거나 적자를 내는 부서를 통폐합해 고부가가치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시킨다는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해 조직의 군살을 빼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최고경영자의 머리 속에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관리혁명’이란 이름 아래 추진돼온 대우그룹의 조직효율 높이기 노력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철저한 직무분석을 통해 조직과 인력의 방만함을 제거하려는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주)대우 대우통신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대우조선 등은 임원과 관리자를 줄이고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우그룹은 조직개편으로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복 ‘사내리쿠르트제’를 도입했다. 새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기존인원에서 보충하되 지원자를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충원한다는 것이다.

 럭키금성그룹의 기업체질강화전략은 OVA(Overhead Value Analysis)이다. OVA로 눈에 띄게 비효율이 제거됐다. 경영기획부에서 매월 마련하던 중장기사업계획이 분기별로 조정됐으며 보고서 빈도가 잦고 복잡하던 원료시장상황보고를 구두나 메모 형식으로 골자만 보고하도록 간소화했다. 이로써 이 업무에 매달리던 인원을 줄일 수 있었다. (주) 럭키는 조직효율화에 초점을 둔 업무처리방식으로 간접비부문에서 연간 50억원(총간접비의 30% 수준)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밝힌다. 올해부터는 인력재배치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다. 시범업체로 선정된 (주)럭키는 사내공모를 통해 인력을 합작사 신설, 해외투자기획등 신규사업분야나 전략강화사업쪽으로 돌리기 위한 구체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아프로-S'라는 삼성그룹의 경영혁신운동도 조직의 효율 극대화 노력이다. ’회의3ㆍ3ㆍ7운동‘과 ’보고 SㆍOㆍS운동‘은 이 운동의 추진체이다. 3ㆍ3ㆍ7은 사고ㆍ원칙ㆍ지침을 말한다. 사고의 3은 ’회의를 그만둔다. 간소화한다. 통합 위양한다‘이다. 원칙의 3은 ’회의없는 날 운용, 1시간내 종료, 회의 자료 1매가 최선(2매는 차선)‘으로 정했다. 지침인7은 ’정시참석, 정시시작, 회의비용명시, 참석대상 최소화, 전원발언‘ 등이다. 보고 SㆍOㆍS인 단순하게(Simple), 의사결정은 신속하게(On-time), 문서작성은 간소하게(Slim) 캠페인도 눈에 띈다. 이 캠페인은 회의와 문서작성에 곤욕을 치르던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삼성그룹 비서실 崔勝浩 부장은 전한다.

감량경영으로 기업 내부 경영혁신
 조직개편을 통한 효율화 작업은 삼성물산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국내사업팀을 국내사업부로 확대개편했다. 다른 사업부에 있던 물류팀을 합류시키고 신설된 유통개발팀을 한데 묶었다. 이는 단순한 ‘합침’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 부서에서 기획 및 영업까지 관장하는 완결된 구조를 만든 것이다.

 현대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생산성향상운동등으로 꾸준히 경영의 효율화를 도모해왔다. 현대전자의 C-30(생산성 30% 향상운동)은 효과가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재벌그룹은 영업목표 외에 기업내부의 경영혁신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를 경영전반에 걸쳐 포괄적으로 묶은 것이 삼성의 ‘아프로-S', 대우의 ’관리혁명‘, 선경의 ’슈퍼엑설런트‘, 한국화약의 ’프로-2000‘등 경영혁신운동이다.

 올해 재벌그룹은 지난해에 비해 5~10%선의 증가에서 투자를 ‘일단 멈춤’했다. 인력투자는 좀더 축소지향적이다. 이는 최근 경영자총협회의 ‘1백대기업 최고경영자 올해 경제전망조사’에서도 나타난다. 1백대기업 가운데 44개사가 자연감소 인원만을 보충하고 7개사는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기업의 관계자들은 감량경영이란 말을 쓰기를 대단히 꺼린다. 불황기에 기업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오던 감량경영의 방법이 인원을 무차별적으로 줄이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리수를 낳아 시간이 지나면 원상복귀되기 일쑤였다. 최근 기업의 군살빼기 노력은, 차원은 다르지만 사실상 감량경영이라고 볼 수 있다. 거센 경쟁을 헤쳐나가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한정된 사람이나 물자의 최적 배분과 효율 극대화는 생사의 과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