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가치 큰 국내 화석
  • 양승영 교수 (경북대·지구과학과) ()
  • 승인 199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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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은 어떤 종류이고 이 화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사실 중생대에는 오늘날 못지 않게 다양한 포유류가 살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화석 가운데 어느 것이 공룡의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공룡의 화석이라 할지라도 대퇴골만으로 어느 공룡인지를 알려면 비슷한 공룡의 대퇴골 특징에 대한 비교해부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발견된 공룡의 골격 화석이 어느 공룡의 어느 부위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골격의 단면이 단순한 냉혈 동물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즉 골수조직에서 보이는 하베스관(Haversian Canals)은 온혈 동물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국내에서 발견된 알 껍질은 그 단면을 관찰한 결과 조반류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조반류의 알 껍질은 지금까지 러시아 유럽 중국 몽골 등의 상부 백악계에서 발견되었으나 우리의 알 화석은 그보다 앞선 시대인 하부 백악계 지층에서 나온 것으로 그 진화학적 의미가 크다.

 82년 1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해안에서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어 이후 남해안 일대와 내륙 여러 곳에서 훨씬 더 많은 발자국이 발견되고 있다. 덕명리 해안에서 2백개 이상의 層準에 나타난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90년에 정밀 조사·연구한 林成圭 박사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초식공룡의 것이고 육식 공룡 것은 5%도 되지 않는다. 육식 공룡은 예리한 발톱을 갖고 있으며 행동이 민첩한 데다 보폭이 초식 동물보다 크고 대개 독립 행동을 한다. 그에 비해 초식 공룡은 단체 행동을 하고 발가락이 뭉툭하고 보폭이 작다.

 덕명리 해안의 발자국 화석은 두발로 걸은 것이 약 75%, 네발로 걸은 것이 약 25%이다. 두발로 걸은 발자국은 사람 발자국과 비슷한 크기로 대칭적 형태의 것들이 좌우교호로 거의 같은 간격을 보이는데, 대형 조류의 발자국처럼 삼지창 형태를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네발로 걸은 것은 앞발과 뒷발의 발자국 형태와 크기가 서로 다르다. 특기할 것은 여러 종류의 발자국이 같은 퇴적 분지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배타적으로 따로따로 나타나는 외국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50㎝ 이상 1m에 가까운 큰 발자국도 간혹 발견되지만 대부분이 30㎝ 이하의 작은 발자국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일부 鳥脚類의 발자국들이 흔히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여러 마리가 함께 걸어간 흔적으로 보아 이들이 단체행동을 했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발자국에서 공룡의 보행 자세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기 독립된 발자국들은 공룡이 또박또박 걸어다녔음을 알려준다. 이러한 사실은 현생 파충류의 다리가 대부분 옆으로 뻗쳐 있어 배를 땅에 대고 기어다니는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공룡의 이빨 화석은 지금까지 5~6개가 발견됐다. 이들은 카마라사우리데(Camarasauridae)과에 속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크기와 형태이다. 이빨은 분류군의 특징을 가장 잘 담고 있어 어떤 부위의 화석보다도 분류학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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