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하고 집안도 밝게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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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꽂꽂이 요령

꽃값이 많이 내렸다. 연중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요즘, 꽃값은 예년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꽃상가의 ‘서울꽃집’ 주인 안대원(54)씨는 “안개꽃 카네이션 국화 아이리스 백합 등은 작년 이맘때보다 30% 정도 값이 떨어지고 거베라는 60%나 떨어졌다”고 말한다. 입학식이 끝난 뒤인 3월 중순경엔 더 싸질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전망이다.

이처럼 꽃값이 떨어진 이유는 생산량은 예년보다 엄청나게 많아졌으나 소비량은 오히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앞뒤가 안 맞는 정부정책은 이같은 소비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지난해 영농자금까지 지원하며 꽃재배를 적극 권장해온 정부가 지난 2월1일부터는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남대문ㆍ서울고속터미널 등 대형 꽃도매상가의 매출액은 평소의 70%에도 못미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주말에 한번씩 꽃시장에 들르는 것이 큰 낙이라는 ‘직장주부’ 李美淑(35)씨는 “꽃재배 농민들의 사정을 알고부터는 ‘한 집에 꽃 한 송이’ 캠페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요즘처럼 꽃값이 쌀 때 적은 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꽃시장은 남대문 대도상가ㆍ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ㆍ진로도매센터지하상가가 대표적이며 3월5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옆 인창상가 내에 꽃배고하점이 개장됐다.

반포 꽃도매시장의 꽃가격을 보면, 거베라 1단(10송이)에 2천원, 튤립 1단(20송이)에 2천5백원, 아이리스 1단(20송이)에 2천원선이다. 한국꽂꽂이협회의 尹錫壬 회장은 “요즘은 온실재배를 하므로 계절꽃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나 그래도 그 계절에 많이 나는 꽃을 사는 것이 싸게 사는 요령이다”라고 말한다.

좋은 꽃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꽃잎의 색상이 선명하고 가지가 굵은 것을 말한다. 가지 끝이 물러 있는 것은 오래된 꽃이다. 잎사귀가 시들거나 상하지 않았는데도 늘어져 있는 것은 ‘물올리기’를 하면 다시 싱싱해지므로 가지의 선이 좋으면 구입해도 된다. 그렇지만 “물통에 담가놓고 파는 것은 가게에 도착한 지 한참된 것”이라고 꽃상가의 한 상인이 귀띔해준다.

봄꽃은 대체로 잘 시들지 않는 데다가 꽃의 크기가 작고 색채가 풍부해 별다른 디자인이 필요없으므로 초보자도 자유롭게 꽂꽂이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튤립과 개나리나 매화 또는 안개꽃과 아이리스가 잘 어울리며 팬지와 수선화, 산벚나무와 유채꽃의 배합과 같이 두가지를 어울리게 꽂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봄꽃은 대체로 수명이 긴 편이어서 오래 볼 수 있지만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금세 시들고 만다. ‘청엽회’의 任銀順 회장은 꽃이 1주일도 안돼 시들었다면 전적으로 ‘관리 소홀’이라고 말한다.

꽃의 수명을 길게 하는 요령으로는 △가지 끝을 끓는 물에 잠깐 넣는 방법 △30%용액의 염산에 잠깐 담그는 방법 △꽃병의 물에 소금이나 설탕을 1숟가락 정도 넣는 방법 △어린이용 아스피린을 반개 정도 넣는 방법 등이 있다. 단 염산처리는 포인세티아 장미 국화 등 대가 강한 꽃에만 해야 하며 가지 끝은 3㎝ 정도를 반드시 물속에서, 자주 잘라주어야 한다.

그밖에도 재래식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물올리기도 꽃의 수명을 길게 하는 요령이다. 임회장은 “물올리기가 꽃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수명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2~3일에 한번씩 물올리기를 해주면 최소한 7~10일은 싱싱한 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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