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경영은 컴퓨터로
  • 김태희 (조사분석실)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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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진열ㆍ재고관리 전문 ‘스페이스맨’ 프로그램 도입 전망

왜 슈퍼마켓에서는 계산대 가까운 곳에 껌이나 사탕 등을 진열하는가? 계산하고 남은 우수리를 무엇엔가 써버리고 싶은 소비자의 충동을 즉각 구매에 연결시키려는 상술인 것이다. 이렇듯 상품진열 방법은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주어진 공간에서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진열방식을 과학적으로 찾아주는 컴퓨터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곧 활용될 전망이다. ‘스페이스맨(spaceman)'프로그램은 상품, 매장 여건, 그리고 구매행위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들을 컴퓨터에 입력, 분석하여 최적의 상품배열 방법을 제공한다.

모든 상품은 그 고유번호에 의해 품목과 가격 그리고 팔린 시간까지도 컴퓨터에 입력된다. 매장 여건으로는 매장 전체 면적과 복도넓이, 선반의 크기와 높이는 물론 색깔까지도 고려된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스페이스맨은 컴퓨터 화면에 사전 배치를 해보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3차원적인 최종 상품배치도를 제공한다.

스페이스맨 프로그램은 합리적인 재고관리도 가능케 한다. 선반과 창고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재고를 파악할 필요가 없다. 잘 팔리는 상품은 더 주문하고 덜 팔리는 물건은 반입을 줄여 상품 주문량과 그 시간을 제때 맞춤으로써 재고비용과 이에 다르는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또 여러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의 경영정책이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로도 유용하다.

컴퓨터에 의한 매장관리는 8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시작되어 지금 선진 각국에서는 필수적인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월마트스토어와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는 물론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같은 제조업체도 자사상품의 진열방법을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그 결과를 유통업체에 제공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양유통 해태유통 희성산업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데 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장치가 제대로 운용되려면 우선 모든 상품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바코드(bar code) 제도가 선행되어양 하는데 아직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비관론을 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컴퓨터에 입력시키면 해결되지만 그 작업 또한 그리 수월하지는 않아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경영진의 인식 부족도 이프로그램 도입의 걸림돌이다. 막대한 비용을 써가면서 굳이 이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한양유통의 崔榮 과장은 “슈퍼마켓 경영의 핵심은 상품 진열‘이라면서 ”이에 드는 비용은 3년 정도면 상쇄될 것이고 재고비용과 인건비 절약을 고려할 때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특정 제품을 진열하거나 배제하는 슈퍼마켓의 차별정책으로 중소 제조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소비자는 광고를 많이 하는 대기업체의 상품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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