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 대부분 해외근무 기피
  • 송준 기자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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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복구, 별재미 없다
국내 건설업체 하청에 더 관심…쿠웨이트 물량 70% 미국몫
송준 기자
다국적군의 폭격으로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도시와 공장을 쑥밭이 됐다. 곳곳이 폐허가 된 채 걸프전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참전국 건설회사들이 ‘복구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건설회사들도 복구사업의 한자락을 붙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은 회사 수뇌부 차원의 암중모색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중동지역 담당자들의 얘기이다. 전쟁지역 복구사업을 놓고 각 언론은 ‘받아놓은 잔치상’인 양 장밋빛으로 채색하는 데 여념이 없지만 정작 참여의사를 비치는 회사측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70년대 중동 특수에 들떠 과열경쟁을 벌였던 회사들은 당시 低價 수주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 때문에 행동이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이라크ㆍ쿠웨이트 지역의 재건에 참여하려는 국내 업체들은 공사의 전공정을 하나의 업체가 책임 수주하는 원청 방식의 진출이 어려워지자 미국 및 유럽 회사와 합작하거나 하청을 받아 공사에 참여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부의 한 관계자는 “합작 및 하청공사는 선진국 회사와의 거래이므로 대금결제가 쉽고 안전하다. 그동안 우리 업체가 합작ㆍ하청 공사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이 인정을 받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전쟁지역 국가에 대한 외국인의 입국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입국 허가가 나는 대로 현대건설은 5~6명의 실무조사팀을, 동아건설을 사우디 잔류인원 10명을 동원하여 현지조사를 하는 등 조심스런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진출은 거의 불가능
각각 6백40억달러, 2천억달러로 추정되는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피해액을 비교할 때 이라크 쪽이 훨씬 큰 시장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이라크 진출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우선 바스라 지역의 소요와 쿠르드족의 봉기, 패전 군인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등 이라크 전권의향배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8백억달러의 부채, 전쟁배상금 1천억달러 등 이라크의 재정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이지역의 공사 대금을 받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초점이 되는 곳은 쿠웨이트이지만 진출 가능성을 가늠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전쟁 당사국조차 구체적인 피해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무슨 사업을 얼마만큼의 규모로 추진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또한 현지에 남겨놓고 철수한 우리 건설회사들의 각종 건설 중장비가 얼마나 보존되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 육군 공병단에서 쿠웨이트 정부와 90일간 피해조사 및 지뢰제거 등 긴급기초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이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본격적인 건설공사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각 회사는 이때를 대비, 나름대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쿠웨이트 지역의 전후 복구 사업은 크게 2단계로 구분할 수 잇다. 첫 단계는 약 2백억달러 규모의 상수도 전기 통신 주택 도로 등의 복구사업이다. 그 다음 단계는 석유관등의 복구사업이다. 그 다음 단계는 석유관련 시설 및 발전소 공항 방송국 건설로, 6백억달러의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의 경우 전쟁이 터지기 전에 쿠웨이트 지역에서 마르캄 진입로 공사와 예가일라 저수조 공사 등 4개 공사를 하고 있었고 수비야 송전선 건설공사 등 3개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이밖에 이미 완공된 시설들도 전쟁중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여 재수주 확보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설계도를 보유하고 있고 경험과 기술을 인정받고 있어 낙관하는 분위기이다.

현대는 쿠웨이트 전후 복구사업의 약 70%를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업체 가운데 웹스터 크누두센 벡텔 등의 회사와 하청 및 합작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담당과장은 “쿠웨이트 바레인 동남아 등에서 6백여대의 중장비를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있으며 현재 사우디의공사에 투입된 5천4백여대의 장비 가운데 일부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인력은 현지인이나 제3국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중국 등지에서 인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마다, 도 나라별로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임금수준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국에서 직접 인원을 데려올 경우 비자 업무는 물론 수송과 숙식 등을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현지에는 수천개의 제3국 인력공급업체가 있어 인원을 확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컨대 방글라데시에서 직접 인원을 구할 때는 약 1백20달러의 월급을 주는데 대리업체를 통하면 3백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대리업체가 여타 업무를 전담한다.

문제는 한국 직원을 파견하는 것인데 국내 근무자와 해외 근무자의 급여에 차이가 없어 해외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근무가 의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현재건설측은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대림건설의 경우 독신직원 위로수당ㆍ오지수당 등의 신설과 해외근무직원의 인사고과 특전, 귀국시 배우자와의 해외여행 특전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양건설 해외관리부 申東鎬(38) 과장은 “지금은 국내 건설업이 호황을 맞아 외국 진출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해외시장 진출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아건설은 리비아 대수로공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쿠웨이트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건설 중개업자들로부터 하루 3~4통 정의 문의편지를 받는다고 한다.
자금은 현지에 개설된 미국 및 유럽은행의 지점 등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제 장기신용은행 등으로부터의 대출도 가능하다.

이처럼 수주 여건이나 우리 업체의 경쟁력 변화를 감안할 때 지난날과 같은 ‘중동러시’의 모래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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