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제 운행 연장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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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월18일부터 시행되었던 차량 10부제 운행제가 이달초 해제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에너지 절약과 교통난 해소 차원엣 자가용의 관용 승용차에 대해 10부제 운행을 계속할 방침이어

찬.   모창환 (교통개발연구원 교통결제실 연구원.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0부제 운행제 지속에 찬성하는 까닭은?
유류절약과 오염감소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라면 10부제 운행제 연장은 무리가 있겠으나 에너지 절약형 교통체제를 구축한다는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항구화할 필요가 잇다. 10부제 운행을 항구화할 때 자가용 소유자들은 열흘에 하루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이때 그들이 겪는 경험은 대중교통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차량 10부제 운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10부제 운행의 이점은 무엇인가.
89년 이후 총에너지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는 자료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구조가 왜곡되어 있음을 반증한다. 예컨대 일본은 석유의존도가 지난 79년 71%에서 89년 57.5%로 크게 감소하여, 선진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석유절약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의 지하철수송분담률은 79%로서, 서울의 14%에 비해 5배가 높다. 우리나라 수송수단에 쓰이는 소비에너지 90% 이상이 석유류이고, 석유소비량 가운데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q율은 지난 76년 13.5%에서 89년 33.9%로 점점 높아지고 있어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 절약이 시급하다.

●자동차관리법 24조는 “천재지변 전시 사변 등 긴급사태나 공공목적을 위해 교통부장관이 내무부장관과 협의, 자동차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위의 어느 규정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10부제의 법률적 근거는 자동차관리법 24조의 “공공목적을 위해…자동차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에 있다. 석유 한방울 안나오는 나라에서 유류 절감, 환경오염 감소, 교통혼잡 해소를 위해 자동차를 열흘에 하루 정도 제한하는게 공공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런 논리라면 토지공개념 제도도 재산권 침해에 해당된다.

●매일 출고되는 차량이 2천여대에 달해 수개월 후에는 10부제로 쉬는 차량 숫자와 맞먹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0부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10부제가 시행되건, 안되건 차는 증가한다. 또 수개월 후에 10부제가 시행효과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출고되는 차에도 10부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차량증가추세를 볼 때 2001년에는 차량의 수가 1천만대에 이를 전망이고 승용차는 5백50만대에 달해 전체 차량의 55%를 점유하게 된다. 2001년에는 서울의 러시아워 때 주행속도가 8.3㎞/h로 감소할 전망이다.

●10부제 실시로 인해 연간 한달 정도 운행을 못한다면 당연히 자동차세나 보험료를 지금보다 낯춰야 하지 않는가.
자동차세를 낮출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높혀야 하는 게 우리의 교통현실이다. 10부제 실행으로 말미암아 자동차세인상 예정분만큼 자가용 소유자는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달에 3일 정도 운행을 못함으로써 자동차 사고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보험료 인하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적적자가 8천억언에 달하는 자동차보험업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의문이다.

●자가용 등에 대한 10부제운행이 계속된다면 결국 1가구 2차량의 시민만 앞당겨 과소비 풍조를 부추기지 않겠는가.
1가구 2차량 소유자 및 중형차의 소유자에겐 현재의 차량세제를 더욱 강화해 적용해야 한다. 차량소유 현황과 세금이 탄력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적정한 선에서 세금을 책정해야 한다. 또한 차고지 증명제, 도심통행료 등을 도입해 차량소유 및 운행을 제한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10부제 운행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교통난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교통난의 주범은 특히 증가하는 자가용 승용차이다. 연평균 20%에 달하는 자동차 증가율을 소화 할 수 있도록 도로건설에 투자할 자금이 우리에게는 없다. 도로율 1%를 증가시키는데 약 6천5백억원이 소요된다. 교통혼잡으로 고통을 가장 크게 받는 사람들은 자동차가 없는 사람들이다. ‘지옥철’에서, 만원버스에서 누구 때문에 이들이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가. 한달에 3번 정도 이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대중교통수단의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의 개정능력이 앞으로도 계속 한계에 부닥친다면 차량 10부제는 5부제로, 홀짝수제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반.   최호 (교통신문사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사학과 졸업. 조선일보 체육부장 역임.)

●자가용 및 관용차량에 대한 10부제 운행 지속을 왜 반대하는가.
정부는 걸프전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으로 10부제 실시를 강요했다. 이제 걸프전이 끝났으므로 원인무효인 상황이다. 국민생활의 불편을 강요하면서 교통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자동차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로서 명분이 서지 않는다. 더욱 적극적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안보여 아쉽다.

●서울시가 1월 중순께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5천9백43명(승용차 소유자 8천72명, 비소유자 7천8백71명) 가운데 69.9%가 걸프전이 끝난 후에도 10부제 운행이 계속되길 희망했다.
설령 그런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좀더 합리적인 교통소통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책담당자의 의무이다. 무작정 10부제를 강행한다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시행된 승용차의 짝ㆍ홀수 운행은 국민의 자발적인 운동이었다. 이번의 10부제 운행은 그때와 경우가 다르다.

●작년말 현재 서울시 전체 등록차량 1백19만여대 가운데 자가용 및 관용 승용차의 수는 82만여대에 이른다. 10부제가 운용된다면 하루 8만여대가 쉴 수 있어 도심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10부제가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라면 5부제 내지 짝ㆍ홀수제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도 나올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근본적으로 국민생활에 편익을 주기 위한 방향에서 논의되고 수렴되어야 한다. 10부제가 국민생활에 불편을 끼치거나 생업에 지장을 가져와선 안된다. 부정적인 영향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10부제 해당 차량은 운행할 수 없다는 강제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편의를 저버린 처사다. 교통난의 근본적 해결을 도외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10부제 운행으로 차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대기오염 감소 및 에너지 절약 효과도 기대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문제를 소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책임회피, 무사안일주의가 아닐 수 없다. 공해문제도 그렇다. 자동차 생산 대수와 대기오염과의 관계를 깊이 연구하여 미리 공해방지 시설의 부착을 의무화했어야 했다. 국민에게 세금 거둬가지고 도로세를 물리면서, 정당하게 구입한 차를 무조건 세워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자동차를 차고에 두고 달구지를 타고 다닌다면 참으로 공해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부는 자가용 및 관용 승용차에 대한 10부제 운행 연장 방침의 명분으로 “교통난 해소와 에너지 절약”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국민주권을 무시하거나 제한하려는 조치로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자동차 생산을 줄이는 처방을 내려고는 하지 않은 채 합법적으로 구입해 운용하는 교통편의시설을 강제로 제한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동차 보험료와 각종 세금은 1년 단위로 매겨지는데, 강제로 거의 1개월 이상 차량을 묵혀야 한다면 이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아닌가. 더욱이 10부제 실시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 24조는 걸프전이 끝난 상황에서 볼 때 그 효력을 잃었다고 본다.

●근본적 교통난 해소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자가용 소유자뿐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해 쾌적한 대중교통 수단을 증설 확장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출퇴근시 대중교통수단의 복잡을 해소하고 서비스를 향상하는 일 또한 10부제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듯 모든 교토수단 앞에서도 평등해야 한다. 나아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국민이 편안함을 느낄수 있도록 정부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즉 대중교통수단간의 연계수송, 차량에 대한 공해반지시설 부착, 출퇴근 시간의 자유화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교통난 해소나 공해문제를 10부제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문제의심각성을 외면하는 것이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하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어느 사우디아라비아 기자가 수년 전 방한했을 때 휘발유값이 비싸다는 기업인에게 “그렇다면 낙타를 타고 다니시오”라고 말했다. 10부제를 고집하는 이들에게는 “두발로 걸어 다니시오”라고 권하고 싶다. 10부제의 이로운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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