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민간’강조하며 읍?면까지 뻗어
  • 이흥환.한종호 기자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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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협.21세기 라인 중심으로 영.호남에서 조직적 활동

 월계수회의 최고 사령부라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520호 본부 사무실은, 규모로나 인력으로나 세간에 알려진 ‘거대한 사조직의 기밀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함께 입주한 북방정책연구소까지 포함해 실평수는 50평도 못될 법한 작은 사무실에서 불과 5명의 실무인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계가 있을 법했다.

 두 사무실에 상근하는 직원은 김정일 사무국장과 실무직원 2명, 여직원 2명 등 모두 5명. 최근부터 이재원씨가 근무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김씨는 월계수회 고문인 朴哲彦 체육청소년부장관이 제1정무장관으로 있을 때 차관급 보좌관으로 근무했으며, 한달쯤 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박장관의 연설문 작성 등 주로 홍보업무를 맡고 있다. 그의 직함을 묻자 “박장관을 보좌할 뿐”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내가 조직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고 보도 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일 사무국장은 월계수회 창립멤버로 박장관과는 경북고 41회 동기이며, 해운노조 기획부장 출신이다. 창립 이후 조직관리를 해왔으며 최근 건강문제로 출퇴근이 일정치 않다.

 이곳에서 두가지 궁금중을 가졌다. 첫째는 출입이 자유스런 단체도, 연구소도 아닌 이런 곳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정가에서 월계수회를 일컬어 ‘비밀결사 같은 사조직’이라 비난하는 것도 이같은 조직의 폐쇄성과도 관련이 있는 듯했다. 월계수회 관계자로 알려진 ㄱ씨 는 “우리 사무실은 개방되어 있다. 언론이 우리 모임을 항상 부정적으로 보고 비난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연히 기자를 다소 멀리하게 돼, 결과적으로 폐쇄적으로 비치게 된 듯하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전국회원간의 연락업무와 각종 유인물을 보내는 것이 주업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3만명의 핵심회원을 개인컴퓨터 1대 없이 이곳의 몇몇 직원이 손작업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키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 적어도 핵심회원의 개인사무실에서 체계적인 조직관리를 하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ㄱ씨는 “맹세코 다른 사무실은 없다. 우편물 발송은 여성봉사단체 회원들이 돕고, 때로는 용역업체에 맡긴다. 각 산하조직이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신년회나 송년회, 6?29선언 기념행사 개최 등의 계획을 본부에서 내려보내는 것 외에 전국 조직과 연락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무슨 컴퓨터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사무실의 분위기만으로 봐서는 월계수회가 과대포장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월계수회의 하부조직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시?도별 직계 지방조직이 적국적으로 20여개에 이르고, 북방정책연구소?서부문화연구회?한민족통일연구중앙협의회(한통협)와 같은 조직을 방계에 두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민간조직이라 불리는 상공회의소 조직에 버금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월계수회의 상부조직은 현역 여당의원 등의 정치인, 학계의 두뇌인력, 행동력이 있는 지역의 청년실업인 등으로 짜여 있어 상공회의소와 같은 경제계의 이익조직과는 영향력 측면에서 비교가 안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權?智?財를 겸비한 ‘파워 집단’이라 볼 수 있을 법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동안 언론의 월계수회 관련 보도가 흥미위주의 폭로성에 치우친 결과, 월계수회의 잠재력이 되레 과소평가되어 있는 듯하다.

가장 주목받는 지방조직 대구 ‘대지회’
 지방조직은 각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大志會(대구), 청림회(대전?충남), 청년문제연구소(부산), 태백회(강원도) 등 20여곳,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40여개에 이르렀으나 그동안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주목되는 조직은 본거지인 대구에 있는 대지회로, 1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3일 대구에서 결성된 ‘박철언 의원 후원회’의 鄭昞國 사무국장은 “87년 대통령선거 때 결성한 지역 친목단체”라면서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은 순수 민간단체임을 강조했다.

 대지회는 지난 2월 대구 ㅁ예식장에서 ‘신년교례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월계수회 회장인 민자당 李在晃 의원과 4백여명의 유지급 지역 인사가 참석했다. 대지회가 겉으로는 대규모 조직을 갖춘 것처럼 비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대지회 가입을 권유받은 바 있다는 민자당 중앙위원 ㅅ씨(50?건자재 제조업)는 “대지회 회원이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몇몇이며, 하부조직도 아직 미미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대지회 회원 중에는 민자당 지구당의 부위원장급과 경찰 간부가 포함되어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번 기초의회 선거에 월계수회 회원이 대거 출마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그들이 회원임을 밝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민자당 대구시지부의 金鍾漠 사무처장은 “월계수회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이 출마한 경우는 있다. 한두 사람은 사석에서 본인이 월계수회 소속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월계수회보다는 미래민족연구연합회(미민연)라는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다. 미민연은 지난 2월21일 한민족통일연구중앙협의회로 이름을 바꾸어 통일원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마쳤고, 현재 전국적인 조직망을 결성하는 중이다. 서울 송파동에 본부를 둔 한통협은 현재 경기 성남지회(91년 1월29일 결성)와 경북 성주지회(91년 2월2일 결성)등 두 곳만을 공식적인 지역조직으로 가동하고 있으나 올 연말까지는 적국적인 조직망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영입’ 점찍어
 한통협 회원들 사이에서는 각계 원로들을 중앙본부 고문으로 영입, 통일문제를 다루는 국내 최대의 사단법인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자신에 차있는 듯했다. 영입 대상자로는 姜英勳 전국무총리, 金壽煥 추기경, 韓景職 목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한통협 관계자들은 한통협이 정치적 성격의 사조직이 결코 아니며 박장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장관은 한통협 초장기에 이 협의회의 고문이었다. 한통협의  한 관계자는 박장관이 추진하는 북방?통일정책과 한통협 설립취지가 같아 박장관을 “고문으로 모시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지난해 8월3일 한통협은 대구 ㅍ호텔에서 전국 핵심 이사 간담회를 가졌다. 박장관도 이 모임에 참석했다. 이 때문에 박장관과 한통협이 구설수에 올랐다. 4개월 후인 12월29일 서울에서 열린 ‘한통협 송년의 밤’ 행사장에 박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북에서 가장 먼저 한통협 지회를 결성한 곳은 성주지회. 5백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은 30~40대의 유지급이며, 여성회원 50여명도 포함돼 있다. 한통협 지방조직의 최하 말단조직은 읍?면 단위의 분회이다. 20~70명을 한단위로 묶어 분회를 구성하고, 4~5개 분회를 묶어 지회를 결성하는데 3백명 이상의 회원을 가져야만 지회를 결성할 수 있다고 한다. 성주지회는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회원이 3백명에 못미쳤다. 11월말 후원회 창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왔던 박장관이 성주지역 조직 책임자에게 “성주는 내 고향”이라면서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에 힘입어 3개월이라는 단시일내에 지회가 결성돼 2백여명의 회원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성주지회 한 회원은 말했다.

 성주지회장인 崔天道(43?식품제조업)씨는 한통협과 박장관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최지회장은 “한통협의 정체가 박장관 사조직이 아니냐는 얘기를 귀따갑게 들었다”면서 “박장관과는 전혀 관계없고 鄭星旭 회장을 중심으로 활동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기초의회의원 선거에 지회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민 절반은 박철언 편”주장
 한통협의 일부 회원들은 비둘기 두 마리가 그려져 있는 배지를 양복깃에 달거나, ‘同志相和 朴哲彦’이라는 글자가 뒷판에 새겨진 시계를 차기도 한다. 두 마리의 비둘기는 한통협을 상징하는 마크이다.

 부산지역 한통협 회원은 3천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통협 회원으로부터 부산지부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는 ㄱ씨(38?의류업)는 “한통협 회원 한 사람이 찾아와 부산시민 절반은 김영삼 편이고 나머지 절반은 박철언 편인데 박철언이 더 낫지 않느냐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까지했다” 고 말한다. ㄱ씨는 한통협 조직의 특징을 ‘이사를 중심으로 한 수평조직’이라고 설명하면서 피라밋식으로 상하 직급을 갖춘 종적 조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부산의 한 종교신문 기자인 ㅈ씨는 “부산기초의회 후보의 70%가 한통협 회원이다. 이번 선거는 박장관의 ‘洞책임자’를 ‘직선으로 뽑는 선거’가 돼버렸다”고 주장한다. 그의 지적은 다소 과장된 듯 싶었지만 김영삼 대표의 본거지인 부산에 상당한 공략을 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통협 관계자들은 “영남보다는 호남에서 한통협 활동이 더 활발하고 조직적”이라고 말한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아직 지부가 결성되지 않았지만 지부장 대행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장관의 대구지역 후원회인 ㅂ씨는 “한통협은 거대한 흐름이다. 특히 ‘21세기 라인‘을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진다”면서 “호남지역에서의 그분(박장관)은 영남 인사중 가장 저항없는 인물이다“고 말한다. ’21세기 라인‘은 한통협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지난 총선에서 민정당이 취약했던 경기?전남북?충청 등에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15일 전주에서 ’21세기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한국민족민주청년연맹(약칭 한민청)도 박장관 중심으로 가동되는 전국 규모 조직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단체는 90년6월에 결성되었고 현 회원은 약 3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민자당 기존조직과 월계수회 마찰
 민자당 지구당 조직과 월계수회 지방조직사이의 마찰도 적지 않다. 그 한 예가 민자당 李雄熙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기도 용인 지역구. 월계수회 핵심인물 가운데 한사람으로 알려진 金政吉 의원(전국구)이 용인에서 14대 출마를 준비하면서 기존 지구당 조직과 적지 않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의원은 평소 지역에 내려와 “나는 박장관의 핵심참모이다” “14대 공천은 내가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다닌다고 이의원 측근들은 말한다.

 김의원 大選 당시의 월계수회원을 중심으로 한 ‘태산회’라는 조직을 가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한 야권 인사는 “태산회가 장차 월계수회의 하부조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군의 이번 기초의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38명이다. 그중 14명이 전?현직 민자당 중앙위원 등이며, 이 가운데 2~3명이 월계수회 사람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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