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하는 모차르트의 도시
  • 잘츠부르크.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1.04.0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츠부르크, 다채로운 음악행사로 2백주기 맞아… 관광객 넘치고 ‘상품화’도 한창

모차르트 2백주기를 맞아 예음문화재단에서 모차르트 바이얼린 소나타 전곡연주를 시작하는 등 유명 연주가와 연주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있다. 서울의 각종 연주회 포스터에서 ‘모차르트 2백주기 기념연주회’라는 문구는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모차르트 붐’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특히 모차르트 탄생지인 잘츠부르크에서는 축제열기가 절정에 달해 있다. 잘츠부르크 현지 모습과 함께 피아니스트 신수정씨로부터 ‘모차르트와 맺은 각별한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가 금년에는 모차르트市가 된 듯하다. 모차르트 다리, 모차르트 광장에서부터 모차르트 카페, 모차르트 레스토랑까지 있는 잘츠부르크에서는 모차르트 2백주기를 맞이해 다양한 모차르트 음악행사가 열리고 있고, 시내 곳곳에서 모차르트와 관련된 온갖 상품들이 눈에 띈다. 모차르트 박물관이 된 생가에는 전세계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낭을 메고 혼자 찾아온 젊은이도 있고 안내원을 따라 단체로 구경온 관광단도 있다. 독일?영국에서 온 단체관광단도 있고 일본?중국의 고등학생 관광단도 있다. 모차르트 박물관에는 1785년에 그려진 모차르트 초상화로 주장되는 유화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개인 소장품이었던 이 그림을 1944년 사들였는데 금년 2월 열린 국제모차르트회의에서 그 진위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제모차르트재단이 운영하는 모차르트 도서실은 모차르트에 관해 쓰여진 전세계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매년 세차례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모차르트의 생일인 1월 27일을 전후해서는 매년 모차르트축제가 열렸다. 모차르트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하면서 1956년에 시작된 이 음악축제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공연되었고 실내악?교향악이 연주되었는데, 이 축제는 해마다 유럽 상류사회와 외교가에 사교무대를 제공해주기로 했다. 금년 모차르트축제에는 한국의 황성수씨가 4중창단의 바리톤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해마다 부활절에는 잘츠부르크오페라단과 해외에서 초빙된 2개의 오페라단이 출연하는 음악축제가 열린다. 금년에는 <피가로의 결혼>이 두차례 공연될 예정이다. 또한 금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베를린교향악단이 3월23일부터 9일 동안 부활절음악제를 이끌어갈 예정인데 모차르트의 음악이 주로 연주될 계획이다. 이 축제와는 별도로 잘츠부르크주립극장에서는 〈돈 조반니〉가 3개월 동안 반복해서 공연되고 있고 모차르테움예술대학은 실내악단?모차르트교향악단?모차르트합창단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월 ≪슈피겔≫지는 모차르트의〈돈 조반니〉가 모차르트의 창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는 글을 발표해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그럴 줄 몰랐다”는 놀라움에서부터 “필자가 모차르트 음악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는 질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해마다 열리는 음악행사 중 가장 전통있는 것은 여름축제이다. 7월말에서 8월말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19세기말에 시작되어 점점 규모가 커져왔다. 토스카니니, 브루노발터 등의 명연주자들이 이 축제를 거쳐갔으며, 해마다 베를린?빈?런던교향악단이 출연했다. 카라얀이 음악총감독을 맡고 있었는데 그가 죽은 후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이 여름축제 기간에는 여기에 참가하는 유명 음악가들이 갖고온 개인 전용기로 잘츠부르크공항이 만원을 이룬다. 이 축제에는 브라니츠키 오스트리아총리는 물론 독일의 콜 총리,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이 단골로 참석하며 발트하임 대통령이 공식 개막을 알린다. 오페라를 관람하려는 유명 인사들의 가면과 회려한 의상은 일반인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 여름축제가 금년에는 10개의 오페라를 포함한 모차르트 작품일색으로 치러질 계획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 출연, 세계 최고의 연주와 공연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정기적 음악축제와는 별도로 금년엔 1월말과 2월초에 걸쳐서 모차르테움예술대학과 국제모차르트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모차르트국제콩쿠르가 열렸다. 전세계에서 피아니스트 1백20명, 성악가 80명, 바이얼리니스트 50명이 모여 경연을 벌인 이 자리에는 한국에서도 피아니스트와 성악가들이 참가했지만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모차르테움예술대학 지휘과 이윤국 교수는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인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모차르트를 파십시오”
 모차르트의 음악을 기리는 행사 옆에는 ‘모차르트의 상품화’가 한창이다. 음반업계는 이미 연초부터 급증하는 모차르트 음반수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네덜란드의 필립스사는 “음반사상 최대의 프로젝트”라고 자부하면서 컴팩트디스크 1백80장에 이르는 모차르트 전집 ‘모차르트의 모든 것’을 내고 있는 중이다. 1880년에 설립된 국제모차르트재단은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을 실은 1백20권의 전집을 계획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호텔?여행사는 물론 맥도널드식당까지 모차르트 이름을 내걸고 있다. 모차르트 흉상, 모차르트 악보가 그려진 넥타이, 얼굴이 그려진 티스푼 금은화 우표 향수 술이 팔리고 있고 ‘키스 미 아마데우스’등의 문구가 새겨진 모차르트 티셔츠가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모차르트를 상품화하는 상혼은 모차르트 얼굴이 그려진 초컬릿 포장지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런 초컬릿이 금년에 1억개가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잘츠부르크의 관광객 유치작전은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효과가 크다고 하는데 두 나라의 여행사들은 ‘모차르트의 발자취를 더듬어’라는 여행프로그램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모차르트를 이용해 한몫 보려는 장사에는 수도 빈도 가담하고 있다. 빈은 관광업소를 상대로 ‘모차르트를 파십시오’라는 노골적인 광고문구를 내걸고 ‘1991년 모차르트 세일즈 매뉴얼’을 발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 음악계에서도 모차르트 2백주기는 특별한 계기가 되고 있다. 뉴욕의 링컨센터는 금년말까지 8백35곡에 이르는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모두 공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독일의 음반업계 전문가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그가 독일에서 받을 인세만 해도 거의 1백만마르트는 될 것이라고 한다. 말년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묘지도 얻지 못하고 객지인 빈에서 죽은 모차르트에게는 꿈같은 일일 것이다.

 1995년 국제모차르트재단과 공동으로 모차르트국제콩쿠르를 계획하고 있는 모차르테움예술대학은 전세계에서 모인 7백명의 음악도가 재주를 닦는 터전이다. 모차르테움의 자랑이라면 “교수가 돈을 받고 개인레슨을 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라고 이윤국 교수는 자신있게 말한다. 교수들은 예술가의 순수함을 한결같이 유지하면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교수는 또 “한국학생들이 입학하기 전에 레슨을 받으면서 사례를 하려할 때 이곳 교수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신입생은 공개심사를 통해 선발되는데 심사위원들이 불합격 판정을 내려도 전공교수가 책임지도하겠다고 나서면 합격될 수 있다 이는 교수들이 서로 예술가로서의 양식을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부러운 현실”이라면서 “금전거래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부정이 많아 커튼을 드리운 채 실기시험을 치르는 한국의 음대입학 실정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예술대학 한국교수 “돈거래 상상도 못한다”
 모차르테움에서는 40여명의 한국학생이 독일 호주 일본 대만 등에서 온 다른 5백여명의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기악?성악?작곡?지휘수업에 정진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3~4년만에 학위를 받고 귀국하고 있다. 기교면에서는 한국학생들이 평균 이상이지만 음악적 사고나 정신면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윤국 교수는 “한국학생들에게는 한국적으로 정리된 고유한 스타일이 있는데 여기선 인정받지 못한다. 이를 깨닫고 극복하는 학생이 빨리 성공한다”고 말한다. 교정되어야 할 ‘한국적 스타일’은 콩쿠르입상과 입시 위주로 음악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15년 전부터 모차르테움에서 음악을 배우고 가르치고 있는 이교수는 “이곳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본인이 원해서 음악의 길을 택한다”고 전한다. 대학교육도 한국에서는 교과과정에 묶여 있어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데 반해 모차르테움에는 정해진 교육과정이나 졸업연한이 없고 교수가 2년 기초교육이 필요하다고 판정하면 그 학생은 기초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의 예술가로서의 성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긴 일화도 있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한 교수가 무보수로 지도해준 적이 있다. 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가 다른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데, 학생은 이 교수가 자기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에 난처한 경우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렇듯 철저하게 음악성에 기초해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학이니 “예술의 순수성을 간직하면서 수업을 받는 곳으로 권장할 만하다”라고 이교수는 평가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