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의 혁명’ 노르플랜트
  • 워싱턴.안재훈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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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시술로 5년간 안전 … 먹는 약보다 부작용 적어

 먹는 피임약이 발명된 지 31년만에 그 불편과 부작용을 극복한 새로운 피임방법이 나와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노르플랜트(Norplant)라는 방법이 그것이다. 여성의 팔에 성냥개비 크기의 유연한 플라스틱을 이식하면 5년 동안 거의 완벽하게 피임할 수 있으며 아무 때나 플라스틱을 빼면 2개월내에 임신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최근 미국의 의학계?여성단체?언론에 의해서 ‘피임의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노르플랜트는 전세계 44개국에서 1백여만명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피임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이 24년 동안 임상실험을 한 후 합법화 해 지난 2월부터 시판되었다. 현재 합법화된 나라는 17개국이다.

 먹는 피임약을 상용하는 7천만 여성들은 두통 우울증 등 각종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또 장기복용할 경우 암에 걸릴 수 도 있다는 설이 있으며, 깜빡 잊고 복용하지 않아 임신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노르플랜트의 실패율은 경구피임의 20분의 1 정도이므로 거의 완벽한 피임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경구약의 실패율은 6%이다.

 팔에 국부 마취를 한 후 피부 밑에 삽입하는 플라스틱은 말랑말랑한 고무 같은 실라스틱이란 물질이다. 여성호르몬인 인조합성 프로제스틴을 함유한 2.5cm짜리 실라스틱 6개를 집어 넣는다. 그 이후의 과정은 먹는 피임약과 큰 차이가 없다. 즉 프로제스틴 호르몬이 혈관을 통해 뇌로 간 후 1~2일 내에 완숙한 난자를 생성하는 호르몬의 발생을 저지하는 것이다. 또 포르제스틴 호르몬은 자궁내의 점액을 농축시킴으로써 정충의 진입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노르플랜트는 핀란드에서 처음 연구했다. 발명자 쉘돈 시갈 박사는 록펠러대학 인구 연구소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간편하고 안전한 피임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6개의 튜브를  팔에 이식하는 이유는 여성의 팔굽 안쪽의 살결이 가장 부드럽기 때문이다. 엉덩이 부분에 이식하면 튜브가 돌아다닐 가능성이 있다. 시술자의 4분의 3 정도는 이식이나 제거수술 때 불편을 안느낀다고 한다. 여성호르몬 프로제스틴의 정확한 학명은 레보노르제스트렐. 프로제스틴 호르몬은 하루에 85마이크로그램씩 몸 밖으로 빠져나가다가 5년쯤 후에는 30마이크로그램으로 준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하루에 1백50마이크로그램의 인조합성 프로제스틴 호르몬이 몸 안으로 투입된다.

간질환.유방암 환자는 피해야
 노르플랜트는 몸집이 작은 여성에게 효과가 크며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노르플랜트는 사람에 따라 부작용(월경불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연구소의 연구 결과 시술자의 절반 정도가 월경불순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간질환 및 유방암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먹는 피임약을 절대로 금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 흡연자에게는 희소식이다. 대개 경구 피임약은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틴이 합쳐져 있으나 노르플랜트 수술방법은 프로제스틴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구 피임약을 사용할 경우에는 월 18달러의 비용이 들며 1년에 두번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노르플랜트 피임은 2백~5백달러 정도 드는 한번의 수술로 장기간 피임이 보장된다.

 소련에서는 1년에 7백만명 내지 2천만명이 낙태수술을 받고 있어 소련 보건 당국자들은 노르플랜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방법은 후진국 가족계획정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 앞에서 옷을 벗고 진찰받기를 꺼리는 중동이나 아프리카문화권에서 노르플랜트는 인구억제정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노르플래트’라는 말이 현재의 복용약 ‘필’처럼 전세계적으로 널리 일반화될 때가 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노르플랜트의 개발은 여성을 위한 큰 발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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